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는 ‘소상공인 살리기’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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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는 ‘소상공인 살리기’가 돼야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09.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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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호연 논선위원
사진=이호연 논선위원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담보하는 지름길이란 주장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용빼는 재주가 없는 한, 높은 성장률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다면, 그나마 있는 일자리라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 분야는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1/4을 책임지고 있다. 소상공인 분야의 급격한 붕괴 현상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은 빚더미를 감당하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자영업 대거 붕괴가 현실화되면, 실업자가 넘쳐나 일자리 사정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고 복지 지출수요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언론에는 연일 빚에 허덕이다 못해 자살을 감행하는 자영업자들의 안타까운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5일 소상공인 대출상환 만기를 내년 3월로 연장해 폭탄 돌리기란 비난을 받고 있는데, 자칫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자영업 발 금융권 전반에 무더기 부실채권이 발생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우리의 자영업 비중이 일본 수준으로 수렴한다면, 실업자 수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이런 참혹한 현상을 감내할만한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성장율 추락과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율은 평균 2.0%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2%로 분석됐는데, 이는 20198월 발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2.52.6%보다 0.3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990년대 잠재성장율은 6%대이었지만, 2000년대 4%, 2010년대 2%대로 매 10년마다 2%포인트씩 떨어졌다.

 

경제가 일정 궤도에 들어서면 잠재성장율이 떨어지는 것은 보편적 추세다. 문제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의 구조적 요인에 코로나 19가 찬물을 끼얹은 결과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나타났는데, 서비스 수출의 기여도는 0.5%p, 재화 수출의 기여도는 0.2%p 나타났다.

 

코로나 19사태 이후에도 대기업 수출은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부문은 분명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내수시장 전체 파이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지만, 유통 대기업과 공룡 플랫폼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만 가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온라인 거래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런 현상은 한층 더 심각해졌다. 여기에 정부의 프랜차이즈 활성화 지원 사업 등의 헛다리 정책으로,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파이의 몫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역대 정권의 소상공인 정책 평가

정부 수립 직후인 194811월 금융과 세제를 책임지는 MOF가 출범했다. 5·16쿠데타 직후 군사정권은 19617월 경제발전을 목표로 예산과 기획 기능을 갖춘 EPB(Economic Planning Board, 경제기획원)를 발족시켰고, 1963년 경제기획원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됐다. EPB는 부처 예산을 움켜쥐고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문민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대기업 수출주도 성장정책이 최우선 과제이었기 때문에, 소상공인 분야에 대한 정책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 기간인 199412월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면서 EPBMOF(Ministry of Finance, 재무부)는 한 덩어리가 되었다. 한동안 양 세력 간의 알력과 권력다툼은 대단했다. 요즘에는 두 세력 출신 모두를 모피아로 통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경제 고위 관료들에겐 출신이 어디냐를 두고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YS 집권 기간 중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업자가 넘쳐나고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YS정부는 WTO 가입을 계기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출점과 관련해 허가제를 등록제로 대폭 완화해 주었다. 이후 유통재벌들은 강력한 로비를 통해 SSM 및 변칙적 상품공급업 등까지 등장시켜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 등의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켰다.

 

DJ 정부 시절 원로 소상공인 운동가들의 끈질긴 노력을 끝에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은 소상공인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리고, 소상공인진흥원 설립을 흔쾌히 수락했고, 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모체가 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없었다.

 

노무현 집권 기간 중인 2006년 우리 정부 최초로 국가 중장기 전략을 담은 '비전 2030' 등의 미래 청사진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 도입부에는 국민 입장에서 본 불안요인이란 카테고리가 나온다, 거기에는 대형 유통업체 등장으로 슈퍼마켓 등 자영업자 폐업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보고서 후반부에 성장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및 능동적 세계화 등에 걸친 50대 핵심과제 중 어디에도 소상공인 관련 정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문제점만 지적했을 뿐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자영업 과잉 현상 문제가 대두되자, 청와대 행정관이 세탁소 자격증 제도 도입 등을 언급했다가 자영업자들과 언론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농협의 신경분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협이 대형마트를 실질적인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골목상권에 침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단위농협까지 나서 SSM 건립을 통해 지역 골목상권 말살에 선두주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명박 집권 초기,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단체가 대선 기간 중 진보 진영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핍박을 가해 실질적으로 와해시켰다.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기관인 시장진흥원에 무자격 측근 인사를 임명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은 한미 FTA의 국회 비준처리를 밀어붙이고 있을 당시, 야당은 한미 FTA 부수 법안 중에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추가시켰다. 당시 여권 수뇌부는 극렬하게 해당 법안 처리에 반대했지만, 한미 FTA 체결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타협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법정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립 관련 근거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간담회 자리에서 골목상권을 어렵게 지켜 오신 여러분을 꼭 지키겠다는 발언으로, 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하지만, 집권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와 함께 소상공인 정책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기간 중 한중 FTA를 성사시키면서, 법에 규정된 자영업 피해 영향 조사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에 비해 턱없이 원가경쟁력이 부족한 뿌리 산업과 다수의 소공인 분야는 철퇴를 맞았다. 100만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동대문 시장을 황폐화시킨 주범이 됐다. 자영업 과밀현상 문제가 제기되자, 국책연구원이 자영업 구조조정론을 들고 나왔다가, 소상공인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슬며시 걷어 들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역대 모든 정부는 하나같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1/4을 책임지고 있는 소상공인 분야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홀대 정책을 펼친 것이다. 내남없이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달랐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평가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수용해, 집권 초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켰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만 해도 700만 소상공인들의 문 정부에 대한 기대는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세 번째 장관이 부임했지만, 하나같이 정부조직법상 의 차이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추진해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다.

 

코로나 19가 터져 자영업자들이 다 죽게 생겼다는 아우성이 들렸지만, 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조정보상원칙에 따른 피해보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거지 동냥 주듯 찔끔찔끔 몇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뿐이다. 정부의 영업규제로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액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다.

 

급기야 정치권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 도입 논의가 시작되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은 선진국 사례들 들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회가 법안을 어렵사리 통과시켰지만, 소급보상은 부칙에 어정쩡하게 언급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법 통과 이후 발생한 자영업 손실보상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고작 올해 79월분 1조 원과 내년 18000억 원이 전부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어쩌자는 것인지 도대체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한국판 뉴딜펀드를 조성했다. 정부가 3조원과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을 출자해, 민간 자금과 매칭방식으로 자펀드를 조성해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거의 모든 대기업은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확장예산 편성이라는 비난을 빗겨나기 위해 펀드 등의 꼼수까지 동원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대기업을 위해 돈을 펑펑 쓰면서 자영업 분야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정부조직법상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다른 경제부처 장관과는 달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총리직을 겸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제부총리 자격으로 경제부처 장관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경제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일선 경제부처 장관들과 소통을 하는 모습이나, 경제정책 속속들이 관여하는 모습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와중에도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건설교통부 장관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이럴 요량이라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부총리 직 겸임조항을 삭제시켜야 옳을 것이다.

 

개발독재 시절에는 EPB 출신 경제관료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국가발전을 위한 종합계획, 예산 편성ㆍ집행, 물가안정정책, 대외경제정책을 맡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모피아로 불리는 MOF 출신들은 금융과 세제, 국고를 맡았던 재무부 출신 관료로, 경제 안정과 위기 대응에 탁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경제 상황이 위기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EPB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서 그가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다. 언론에는 홍남기 부총리는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데, 훗날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 자못 궁금하다.

 

어찌 됐건, 700만 소상공인은 차기 정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주자 중 누가 먼저 소상공인 살리기를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대선 공약에 담을지 700만 소상공인은 두 눈 크게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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