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진단] 검찰개혁 작업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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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 검찰개혁 작업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09.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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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호연 논설위원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검찰개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 원인을 반추해가면서, 실세 장관들을 임명해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갔다.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20201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개정해 검경수사권 조정작업을 완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의 사활을 건 듯 강도 높게 추진했던 검찰개혁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집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여권 내부 핵심인사들의 입에서 아직도 검찰개혁 완수라는 구호가 등장하는 것을 볼 때 검찰개혁은 아직도 미완성 상태인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 작업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검찰개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자.

 

미완성 검찰개혁의 원인과 문제점

개혁(改革)이란 가죽을 벗겨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흔히 개혁을 환골탈태(換骨奪胎)로 표현하는데,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내는 일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따라서, 개혁이란 단편적인 접근방식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나무 한두 그루를 베어냈다고 숲 전체가 새롭게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 작업이 표면적으로는 거창하게 일반 국민의 편익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일부 정치검찰의 편파 수사 관행을 방지할 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판단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제화 이후, 일선 경찰 수사담당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같이 법 개정 이전이 훨씬 좋았다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몽니를 부리는 현상이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다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수시로 구두지시가 내려오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도 지시한 것도 까먹고 똑같은 지시가 반복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자료복사나 정리 등의 잡무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 종전 같았으면 벌써 종료되었을 사건이 종결되지 못한 채 질질 늘어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과도한 업무로 일선 수사담당 경찰 공무원의 피로도와 불만은 극에 달해, 종전에는 경찰의 꽃이라 불렸던 경제 수사업무까지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수뇌부는 일선 현장에서는 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모든 사건 수사가 적기에 종결되지 못하고 질질 늘어져 나타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재구축 사업의 진행 상황

법무부는 2010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 Justice Services)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KICS2010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시스템으로,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 등 4개의 형사사법기관이 표준화된 정보시스템에서 수사, 기소, 재판, 집행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 생성된 정보와 문서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전자적 업무관리 체계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차세대 KICS 재구축 사업과 관련해, 2018LG CNSBPR/ISP 용역을 발주했다. 8개월에 걸친 용역은 2018년 말 종료됐다.

 

리엔지니어링 활동이란 반드시 존재해야 할 기본적(Fundamental)인 것에 집중하고, 현재 업무 활동을 무시하고 백지상태에서 근본적(Radical)으로 완전히 새로운 업무처리 행태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낡은 것은 버리고 극적(Dramatic)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처리 방식은 최신 IT 기술 활용을 통해 구현된다.

 

LG CNS의 연구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모든 부문에 걸쳐 현상과 문제점(‘As-Is’)과 이를 최신의 정보기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To-Be’)까지 적시돼 있을 것이다. 일선 경찰의 수사 현장의 문제점부터, 검찰의 기소 과정, 그리고, 사법부의 재판에 이르기까지의 문제점까지도 열거돼 있을 것이다. 일부 검찰의 부당한 정치 수사로 인한 문제점은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리엔지니어링의 대가로 알려진 고 마이클 해머는 다음의 7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BPR 용역수행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감안해 ‘To-Be’ 프로세스가 제시됐는지는 의문이다.

 

(1) 업무를 과업 중심이 아닌 결과 중심(For the result)으로 구성하라.

(2) 처리결과를 활용하는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라.(1 result by 1 person)

(3) 정보는 발생되는 곳에서 한 번만 처리하라. (1 information by 1 person)

(4) 정보를 생성하는 부서가 정보를 직접 처리하라. (1 information by 1 department)

(5) 지리적으로 분산된 자원을 통합하라. (integration by 1 work)

(6) 병행처리 가능한 업무는 진행 과정에서 연결/조정하라. (Parallel to sequential)

(7) 의사결정이나 통제기능은 처리 과정 내 존재하도록 하라. (Decision through staff)

 

물론, 이런 원칙은 사기업을 대상으로 제시됐지만, 정부의 행정업무 개혁과정에서도 대부분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차세대 KICS 재구축 사업은 방대한 개혁 작업으로 대상 업무 범위는 다음과 같다.

 

민간기업의 경우, 새롭게 변화된 업무처리 절차는 최고경영진이 참여한 TFJAD(Joint Application Design)를 통해 승인받는다. 필요하다면, 정치권은 새로운 업무처리방식의 확정을 위한 작업에 참여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숲속의 문제점 전체를 무시한 채, 법과 제도부터 먼저 바꾸는 행위는 잘못된 업무처리일 것이다.

 

지난해 8KDI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공동으로 500쪽이 넘는 방대산 분량의 차세대 KICS 시스템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작업은 20184월에 시작해 20197월에 종결됐다. 평가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B/C(비용/편익) 대비 경제성 평가결과는 1.39으로 나타났고, 종합평가인 계층화분석(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 결과는 0.654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법무부 예산에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 Justice Services) 구축과 관련해 신규사업 예산으로 191억원을 반영했다. 차세대 KICS 구축사업과 관련해 2023년까지 투입될 예산 총액은 3404억원 규모이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KICS 시스템의 구성도는 다음과 같다

 

법무부는 현재 법무부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차세대 KICS 시스템 구축과 관련된 용역입찰공고를 발표했고, 올해 10~11월 중 사업자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차세대 KICS 구축사업과 관련한 몇 가지 제안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검사 비리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전체 사건 중 70% 정도는 수사하지 않거나 기소하지 않은 채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적 모습일 것이다.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연관어로 떠오르는 용어들은 강압 수사, 편파 수사, 먼지 털기식 별건 수사, 전관예우, 뇌물 수수, 증거 은폐 또는 축소, 기소권 남용 등일 것이다.

 

차세대 KICS 시스템이 모든 문제를 전지전능하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제도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면 상당 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1) 정보독점 현상의 방지

수사나 재판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 수집된 증거 모두가 충분(Completeness)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특정인이 수집된 정보를 은닉하거나 폐기하는 행위는 왜곡된 의사결정을 낳게 된다.

 

특정인이 정보를 독점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모든 사건 관계자가 제출한 증거는 KICS에 빠짐없이 모두 입력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정보의 은폐나 조작 등의 사법 방해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절차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확성, 적시성, 그리고, 목적 적합한 정보가 빠짐없이 KICS에 등록될 수 있다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의 불공정 현상은 상당 수준 줄어들게 될 것이다.

 

(2) Peer Review 제도의 도입

인간은 전지전능할 수 없기에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사건 수사 또는 재판과정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류는 치명적인 인권 피해를 낳게 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 동료의 주기적인 검토절차를 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절차는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 모두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Peer Review의 결과는 인사고과에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돼야 할 것이다.

 

(3) 재판과정 및 결과에 대한 공개범위 확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판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일반인의 정보 접근권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 준수 또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도 중요한 가치인 까닭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할 것이다.

 

(4) 가능한 새로운 정보기술의 활용

모든 IT 기술은 인간의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의 디지털화를 향해 발전하고 있고, 상당한 분야에서의 디지털화 정밀도는 인간의 아날로그 감각 수준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정보는 가능한 범위까지 최대한 디지털 방식으로 KICS에 입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사나 재편과정에서의 녹취파일에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서류로 제출받은 증거자료도 이미지 파일로 입력하고 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도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법부의 고압적 재판 진행 등과 관련해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제기된 최후변론 중단, 모욕적인 언사, 조정 강요 또는 미흡한 재판 준비로 인한 재판 지연 등의 문제점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병리검색 시스템 등의 지능형 키워드 검색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가능한 모든 사건을 패턴화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사 사건에 대한 수사나 재판과정에서의 효율성은 한층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5) 모든 업무상 통신은 전자결재 방식으로

검찰과 경찰 또는 법원과 검찰 사이의 지시나 업무상 정보 교환은 모두 전자결재를 통해 기록이 남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능한 전화 또는 구두로 이루어지는 업무상 정보 교환은 억제하도록 함으로써, 이중 또는 중복지시를 통한 업무상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형사 사법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정을 없애는 것은 중요한 국가 백년지대계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가 부분적 정치권 이슈를 중심으로 처리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형사 사법 관련 개혁 작업은 KICS 재구축 사업을 구심점으로 잡아 추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검찰개혁 작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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