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의 대선진단] 퇴임한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근절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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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의 대선진단] 퇴임한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근절방안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08.3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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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논설위원
이호연 논설위원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에 법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이런 상태를 토마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의 야만상태라고 표현했다.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더 나아가 생명을 빼앗는 늑대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계약을 통해 법과 규범을 만들었다. ‘다른 이들이 당신을 대하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당신도 그렇게 다른 이들을 대하라라는 황금률은 사회적 계약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규정된 삼권 분립 정신이 반영된 명실상부한 법치 국가이다. 만약, 입법·사법·행정 기능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법치주의는 무너지고 우리 삶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관예우(前官禮遇)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 곳곳에는 전관예우 독버섯이 너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관예우 현상을 근절할 근본적 대책은 없는 것인지 살펴보자.

 

전관예우의 실체

전관예우란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등의 기관에서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이 근무하던 공공기관의 업무에 계속하여 영향력을 행사해 사익을 추구하는 불공정한 현상을 뜻한다.

 

본인의 능력이 출중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서 많은 부를 축적하는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공공선 추구를 위해 법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사익 추구를 위해 남용하는 행위는 크게 비난받을 일이다. 전화 한 통화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받는 경제적 이익보다 수백 배나 많은 대가를 수취하는 현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국회의원이 임기 중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 우호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은밀하게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퇴임 후 그들이 제공한 자리를 차지하는 불공정한 사례는 너무 많다.

 

사법부 판사가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고, 본인이나 가족 또는 측근이 고액 연봉을 받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권력기관으로 분류되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위와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고위직 인사들이 퇴임 후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해 고액 연봉을 받는 경우는 관행화돼 있다. 오죽하면, 모 법무법인을 작은 대한민국 정부라고 부르기까지 할까?

 

고 노회찬 의원이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하다는 촌철살인의 표현이 대한민국의 실상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공권력으로 위장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다양하다. 은밀하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기도 하고, 자식이나 지인에게 취업 특혜를 주는 방법도 동원된다. 어떤 경우에는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사업적 특혜를 받기도 한다. 건물의 주차장 임대 사업권, 폐지 수거 사업권 또는 사무용품 납품권까지 취하는 등의 지저분한 현상도 목격된다.

 

정부는 2011공직자윤리법개정을 통해, 공무원은 퇴직 후 2년 동안 퇴직 전 5년 동안 근무한 부서와 연관된 기업에 취직을 제한시켰다. 하지만, 편법적으로 우회 가능한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하여 대형 법인에 취업할 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해당 심사에서 탈락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관예우 현상이 잦아들지는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에게 양심이나 도덕적 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황금만능주의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법관 등의 지위는 높은 도덕성과 균형 잡힌 가치관이 없다면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다. 해당 직위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추앙을 받을 자격이 충분해 가문의 영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에 근무하면서 권력과 명예를 취하고, 퇴임 후 전관예우를 통해 거액의 부까지 챙기는 행위는 지극히 부끄러운 짓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성숙한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어떤 인사는 행정부 고위직에 근무하다, 퇴임 후 대형로펌에서 고액을 연봉을 챙기고, 다시 고위 공직에 취임하고, 다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이런 인사가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것은 후안무치의 끝판 왕이라 할 것이다.

 

취임할 당시에는 높은 도덕군자처럼 행세했지만, 실상은 황금만능주의 신봉자로 이중인격자이었음을 숨기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인사가 고위직에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챙기는 일은 무엇일까?

 

퇴임 후 자신의 영향력을 받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측근을 선별하고, 이들을 승진시키거나 좋은 보직에 앉히기 위해 불편부당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혈연, 지연, 그리고, 학연을 동원해 훗날 배신을 하지 못하도록 얽어 놓는 일도 중요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공직자들의 이런 부패사슬이 점점 대형화되고 조직화 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열에 합류해야만 출세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세칭 ㅇㅇㅇ 사단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합법을 가장한 대형 범죄집단과 다를 것 없을 것이다.

 

전관예우 현상은 현직 공무원의 협조가 없다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으로,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지극히 잘못된 현상이다.

 

어떤 재벌 기업은 관계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특정 부처의 최고위 직부터 고위층, 중간층, 그리고, 하위층까지 자사의 임직원과 1:1의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관계마케팅 사슬이 구축되면, 해당 부서에 새로 취임한 사람이 아무리 정의롭게 행동하려 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패 사슬이 꼭대기부터 하위직까지 보편화 돼 있어, 어설프게 정의를 찾다가는 튕겨 나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현실화돼 있는 것이다.

 

취임 전 서약서 제출제도의 의무화

상법에 등장하는 경업피지의무(競業避止義務)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업피지의무란 특정 상인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 상인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상업사용인이나 영업양도인에게 그의 영업과 경쟁적 성질을 띠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 기업의 이사 자신이 속한 기업에 손해를 끼치거나, 기업을 매각한 사람이 동종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을 신설해 해당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서는 퇴임한 파트너가 다른 경쟁사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장치가 보편화 돼 있는데, 이런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부·사법부·행정부의 모든 고위 공직자로부터, 취임하기 전 퇴임 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해당 서약서에는 의무 위반 시, 거액의 손해배상 의무 조항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치주의가 훼손돼 모든 국민이 떠안아야 할 무거운 짐을 고려하면 당연히 제도화돼야 할 것이다.

 

도덕률이나 양심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면, 법률에 따라 강제적으로 규제해서라도 법치주의의 심각한 훼손 현상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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