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진단12화] 30년 앞을 내다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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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12화] 30년 앞을 내다본 정치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08.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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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논설위원
이호연 논설위원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 불을 훌쩍 넘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2020OECD의 행복지수 최하위권 평가를 받고 있다. 갈등관리 비용이나 자살율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우리 국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요인은 하나둘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부터 시작해, 높은 가계부채, 소득과 재산의 극심한 양극화 등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여러 현상의 상호관계를 들여다보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본원적인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어 해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꼭 해결해야만 할 숙제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본원적인 갈등 유발요인은 재벌, 부동산, 그리고, 일자리 문제일 것이다. 이런 문제만 해결된다면, 여타 파생적인 문제들을 저절로 해결되거나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풀어낼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

세계은행이 발표한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Where is the Wealth of the Nation) 라는 보고서 발표했다. 지속가능한 국부창출의 3요소는 자연자본, 생산자본, 그리고, 무형자본(Intangible Capital)인데, 이 중 무형자본 즉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질서 준수의식, 신뢰 및 협동능력 등 생산성을 높이는 무형자본요소들이 국부창출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국부창출에 대한 사회적 자본의 기여도가 81%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의 그릇이 부실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채울 수가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국가의 법질서가 엄격하게 준수되고, 기업윤리가 살아 숨 쉬며, 무형의 인적자본이 저변을 이루고 있고,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만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충실할 수 있도록 국가시스템이 짜여 있다면, 갈등 현상은 최소화될 것이고, 사회적 갈등 유발 비용은 줄어들 것이다.

 

싱가폴에서 배워야 할 정책

싱가포르 국부로 칭송받고 있는 리콴유는 건국 초기, 중장기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개연성이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다. 그 결과, 현재 싱가폴에는 현재 재벌, 부동산, 그리고, 노동조합 등의 사회갈등요인이 없다. 영국 유학 중 자본주의 폐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가시스템을 설계할 때 심각한 갈등 유발요인이 발생할 구멍을 틀어막았다.

 

싱가포르는 개발 초기 주요 산업은 모두 국유화했다. 싱가포르 항공, 싱가포르 텔레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결과 우리나라처럼 정경유착을 통해 민간기업이 재벌로 성장할 여지가 없었다.

 

싱가포르의 노동조합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유럽 국가처럼 산업별 노조 체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과 다른 점은 산별 노조 대표가 당연직 노동부 장관직을 맡도록 제도화돼 있다. 싱가폴 산업노조 대표로서 당연히 노동자 이익을 대변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무위원으로서 국정 운영 책임도 이행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균형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싱가폴 국민의 91%는 자가 보유 주택에 살고 있다. 1966년 토지수용법을 제정해 전 국토의 90%를 국유화하고, 주택개발청이란 기구를 통해 전 국민이 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2019년 기준 싱가폴 인구의 81%가 주택개발청에서 공급한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계획 작성의 제도화

역대 정권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박정희 10.3%, 전두환 10.0%, 노태우 8.7%, 김영삼 7.4%, 김대중 5.1%, 노무현 4.5%, 이명박 3.2%, 그리고, 박근혜 2.9%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3%대의 성장률을 기대했지만, 팬데믹 현상으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우리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인구감소로 소멸할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란 섬뜩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저성장, 높은 실업율, 1인 독신가구 증가, 무연사회, 결혼기피, 노인빈곤, 평생 근로, 결혼이민자 증가, 도시 집중화 또는 지방 공동화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어느 하나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책의 큰 변화 없이 그저 관성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정부는 비전 2030’이란 중장기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재원마련 대책 부족 또는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나름 중요한 아젠다는 망라했다.

 

중장기 계획이 없다는 것은 나침판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다를 것 없다.

 

우리의 현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반적인 국정운영 방향이 크게 바뀌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에 따라 향후 5년간의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단순한 가정에 근거해 작성된 것일 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예산 편성은 매년 방향성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편성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되면서, 정부조직법상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기능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장기 전략국을 신설했지만, 구체적인 국가 중·장기발전 전략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덩샤오핑이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수립한 3단계 국가 장기전략계획에 따라 따통(大同)목표를 달성을 발판삼아, 샤오캉(小康) 사회 구현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나아가고 있다.

 

일본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궁핍한 재정현황에도 불구하고, 전담 장관직까지 신설해 노력을 집중해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성과를 도출했다.

 

국가 중장기발전 전략계획은 엄격한 국가재정운용준칙, 국가와 공기업의 부채관리 기준, 예측 가능한 중장기 세제, 그리고, 성과주의 예산회계제도 등의 제도와 수미일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국가 장기발전 전략계획은 국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래야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예측 가능한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략 30~50년 안팎을 내다보고 국가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 갈등현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 국가의 장밋빛 미래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조금씩이라도 문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계획 수립, 그리고, 동 계획의 국회 승인 등의 제도화를 위한 입법에 깊은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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