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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6화] 부실한 고소득층 소득파악 실태: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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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6화] 부실한 고소득층 소득파악 실태

이호연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30 [11:09]

[대선진단6화] 부실한 고소득층 소득파악 실태

이호연 논설위원 | 입력 : 2021/07/30 [11:09]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대체로 고소득층의 소득파악의 주된 목적은 조세징수와 관련이 있고, 저소득층 소득파악의 주된 목적은 복지 형평성 확보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이다.

 

우리나라의 전 국민 소득파악의 책임이 있는 부처는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세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사무처리 규정에 따라 조세징수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 국민 소득파악 실태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 세금이 줄줄 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복지의 형평성이나 사각지대 해소목적도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고소득층 소득파악이 부실한 원인과 실태를 살펴보자.

지나친 지하경제 규모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란 특정 국가의 다양한 경제활동 중에서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지하경제는 밀수나 마약 거래 등의 불법적인 행위, 시장 거래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집수리를 하는 등의 경제활동, 그리고, 합법적인 경제활동이지만 조세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소득탈루나 위장 계약 등을 통해 국세청 세원에 포착되지 않는 경제활동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국제통화기금(IMF)2018년 발간한 '전 세계 지하경제, 지난 20년간의 교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2015년 기준 19.83%로 나타났다. 1998년의 30.04%에 비하면 지하경제 규모는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금융실명제 도입, 부동산실명제, 신용카드사용 장려, 그리고,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 노력 등의 결과물일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지하경제 비율을 살펴보면, 호주(8.10%), 오스트리아(9.01%), 캐나다(9.42%), 독일(7.75%), 아일랜드(9.58%), 네덜란드(7.83%), 뉴질랜드(8.97%), 영국(8.32%), 미국(7%) 등은 10%를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지하경제 비율은 아직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율은 일본(8.19%)이나 싱가포르(9.2%)2배가 넘는 수준이고, 중국(12.11%)과 베트남(14.78%)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하경제를 통해 축적한 규모가 큰 부의 상당 부분은 적발될 위험을 헷징하기 위해 역외로 빼돌리는 경향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국제거래로 위장해 처음부터 역외에 숨겨놓기도 한다.

영국의 NGO인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재산을 도피한 금액은 8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절대 금액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GDP 규모나 인구수를 감안한 상대적인 순위는 압도적 세계 1위이다.

지하경제 규모가 크다는 것은 줄줄이 새고 있는 세수 누수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층 소득 DB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고소득층 소득파악을 저해하는 세법

이자나 배당 등의 금융소득은 재산소득이자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땀 흘려 번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중과세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법 규정은 정반대이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각기 2천만원 미만이면 분리과세 대상이다.

주택임대소득도 2018년까지 비과세대상이었지만, 2019년부터 2천만원이하의 주택임대소득은 종합과세와 분리과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다.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14% 세율이 적용된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이 42%인 것과 비교하면 재산소득 비중이 높은 부유층에게 소득세법상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세법 규정은 조세부과의 수직성 형평성 원칙이나 수평적 형평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그리고, 4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복지 형평성을 왜곡하는 현상을 초래한다.

20대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시 상가를 보유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단 하루 만에 상가임대소득 세액공제를 해주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켰다.

가진 자들의 로비와 국회의원들의 이기심이 맞물려, 우리 세법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조세특례제한법에는 특정 납세자나 특정 집단에 특혜를 제공하는 법률 조항이 너무 많다.

이처럼 불공정한 세법 규정 때문에 세금징수액은 줄어들고, 고소득층 소득 DB의 정확성은 훼손되고 있다.

허술한 조세제도와 세무 행정

삼성 이건희 회장이 수천 개의 임원 차명계좌를 이용해, 45천억에 달하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은 우리 조세 행정 수준이 얼마나 허술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나 소득세 탈루 등의 탈세 행위도 있었을 것이고, 횡령이나 배임 등의 범죄와 연루되었을 개연성도 높다. 하지만,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제척기간이 경과해 법인세나 소득세는 물론 한 푼의 상속세도 징수하지 못했다. 금융실명법에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하여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100분의 90’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는 징벌적 세금도 징수하지 못했다. 허술한 세제도 문제지만, 우리 국세청의 세원파악 정보망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OECD 산하의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가 지난 420일 우리 정부에 제출한 2차 상호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를 전제범죄로 정의하고 전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불법적으로 조성된 범죄자금의 환수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계좌추적 강화와 범죄수익의 환수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하루도 늦출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조속히 금융정보분석원이 보유하고 있는 CTR이나 STR 등에 대한 국세청의 정보 접근도 강화할 수 있도록 FIU 관련 제도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고, 역외금융자산 신고나 탈세제보 포상금 상한을 없애야 할 것이다.

국세청도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의 PCI(재산/소비/소득) 시스템을 정교하게 정비해 고소득자 조세포탈을 적시에 적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징세 관련 내부통제를 벗어난 일탈 행위 억제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사무처리규정에 따라 징세행정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심심치 않게 언론에 국세청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사건이 보도되고 있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세청 고위공직자들의 전관예우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 특정 사건에 관용을 베풀고 대형로펌이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취업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고액재산가들은 심사청구나 심판청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 행사를 통해 슬며시 과세권을 빠져나가기도 하고, 예규 작성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징세권을 피해 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세청이 조세범칙 전환 관련 의사결정이나 전속고발권 행사하는 과정에서의 불공정 사례도 큰 문제다. 검찰의 권한 남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법원이 거액 탈세 사건 재판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명분을 내세워 탈세 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것도 문제고, 탈세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관행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조세개혁이 아닌 조세설계 차원의 접근 방식 필요

1977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미드 교수는 조세설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는 영국의 조세개혁들은 임시방편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조세구조 전체의 변화에 미치는 효과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서로 상충되는 목표들이 일관성이 결여되거나 상호모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조세제도를 점진적 변화가 아닌 전략적 설계(Strategic Design)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와 관련해 커다란 부정사건이 발생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쳤어야 함에도 그러질 못했다. 이런 구태의연한 불공정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대선 후보들은 우리나라의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진 자들에게 지나친 혜택을 주는 조세제도 정비와 엄중 세무 행정 실행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조세개혁이 아닌 조세설계 수준의 엄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세율 인상은 그 이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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