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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5화]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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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5화]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

이호연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28 [15:23]

[대통령 선거 5화]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

이호연 논설위원 | 입력 : 2021/07/28 [15:23]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저소득층 소득지원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언론도 가세해 대선 주자들의 저소득층 소득지원 방안을 두고 백가쟁명이 토론이 뜨겁다.

 

이재명 경기 지사가 먼저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나오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신 복지, 유승민 후보는 공정소득,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심 소득을 경쟁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 후보들은 모두 우리의 복지정책이 현재 저소득층 소득지원에 소정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저마다 다른 복지정책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현실

개발독재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을 펼쳐온 결과, 분배 정책은 언제나 뒷전에 밀려 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4대 보험 제도 확대적용을 통해 사회안전망의 골격을 갖추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장기요양보험과 근로장려세제 도입을 통해 3중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완성해 외양상으로는 선진 복지체계를 갖추었다.

 

우리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게 차지한 지는 오래됐다. 중앙정부가 가동하는 복지프로그램만도 수백 개에 달하고 있고, 지방정부도 자체적으로 수많은 복지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소득지원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복지의 형평성 논란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사각지대 해소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복지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소득 양극화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진보정권 집권 중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조세정책과 저소득층 소득지원 관련 재정정책이다.

 

우리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열악하다. 이런 점은 지니계수 변화율이란 지표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니계수란 소득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 주는 대표적 지표이고, 지니계수 변화율이란 국가가 조세정책과 복지 재정정책 집행을 통해 소득재분배 수준이 얼마만큼 개선되었는가를 나타내 주는 지표이다.

 

지니계수 변화율은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변동정도로 측정된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란 조세부과와 정부의 복지 이전 지출 등의 국가의 개입이 없었을 경우의 소득불평등 수준을 설명하는 지표이고, 국가의 정책이 반영된 이후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설명하는 지표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이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변화율은 북유럽 선진국의 7~8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징수를 확대해야 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분배 정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조세정책과 분배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수준이 결정돼야 한다. 이런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확한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점은 우리의 복지정책 방향이 복지 선진국을 향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복지논쟁이 언제나 허공에서 맴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의 부실한 소득파악 실태

통계청은 표본조사를 방식으로 지니계수를 산출하고 있어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표본으로 선정된 고소득층이 통계청 설문조사에 자신의 소득정보를 진솔하게 응답할지도 의문이고, 저소득층은 벌어먹기에 바빠 통계청 설문조사에 응할 시간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조세부과 가능성과 복지 혜택 축소, 그리고, 낙인(Stigma) 효과 등을 의식해 자신의 소득정보를 진솔하게 답변할지도 의문이다. 우리 정부는 개인별 또는 가구별 소득 DB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통계청이 발표한 지니계수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도 없다.

 

그런데, 소득정보는 누가 어떻게 생성하고 있는가 

 

국세청의 최우선적 책무는 조세징수이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소관 세법 테두리 내에서 조세 행정력을 발동해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조세징수를 하려면 정확한 소득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지하경제 부문이나 자료상 등의 고의적 탈세,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 국세청 과세 감시망 밖에서 발생한 소득정보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과세사각지대 발생 소득 비중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세법상 비과세 감면 조항이나 재산소득 분리과세 등으로 정확한 소득파악을 가로막고 있다면,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인명별 소득 DB는 정확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무 행정에 허술한 틈새가 있다면 국세청의 인명별 소득정보도 부실할 것이다.

 

저소득층의 정확한 개인별 소득파악 이슈는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할 당시부터 중요한 정책 화두이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할 당시, 근로빈곤층의 개인별 정확한 소득파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었다. 근로장려세제는 땀 흘려 소득을 창출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 Group)을 대상으로 국세청이 세금을 환급하는 형식으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근로장려세제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복지제도이지만, 근로빈곤층의 정확한 소득파악을 할 수 있는 소득파악 인프라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극렬한 반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자영업자는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용근로자보다 6년이나 늦게 근로장려금 수혜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6년 동안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할 시기가 코앞에 다가오자, 기획재정부는 업종별 조정율이란 조악한 제도를 급조해 적용했고, 현재까지도 부실한 제도가 계속되고 있다. 보험설계사 등의 특고층은 대상에 포함됐지만, 택배기사 등의 플랫폼 노동자는 배제됐다.

 

문재인 정부는 특고층 고용보험 가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수부처 실무자로 TF를 구성해 정확하고 적시성있는 소득정보 DB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TF의 산출물은 사업자의 특고층을 포함한 일용근로자 임금지급명세서 제출 주기를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폐지 줍는 노인도 분명 땀 흘려 소득을 창출하는 어려운 근로빈곤층이다. 국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폐지 수거 노인 수를 80~17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어려운 근로빈곤층이지만, 제도적으로 소득파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흥산업에 종사하는 접객원은 근로장려세제 도입 초기부터 일용근로자로 분류돼 근로장려세제 지급대상에 포함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형평성이 크게 왜곡돼있는 것이다.

 

복지정책 집행 시 임의적 잣대 적용

복지정책은 정확한 개인 또는 가구별 인적 정보, 보유 재산 정보, 그리고, 소득정보를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정 시점에서 개인별 또는 가구별 인적 정보는 주민등록 정보를 기반으로, 보유 부동산 정보는 부동산 등기를 기반으로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플로우 성격의 소득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19 지원 방식을 두고, 선별적 지원 또는 보편적 지급의 양자택일 시끄러웠지만, 대체로 결론은 보편적 지급을 선택했다. 대상자 선별에 행정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행정비용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봐도 정확하고 적시적이고 목적 적합한 정보를 산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인명별 소득정보는 건보공단에 이첩돼 4대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고 있고, 행복 e-음망(사회복지통합전산망)에 이첩돼 각종 복지 대상자 선정이나 지급금액 결정 또는 부정수급(Over-claim) 방지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소득이 복지 지급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잣대가 정확하지 않아 어림짐작 잣대를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확한 소득 DB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복지정책의 기본목표인 형평성 확보와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그리고, OECD 최고 수준의 산재사망율 등이 그것이다. 계층 간 갈등 지수도 만만치 않고, 소득이나 재산 양극화 수준도 지극히 불량하다. 이런 문제를 조금씩이라도 해결해 나가려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DB가 있어야 한다. 어디부터 얼마만큼의 재원을 우선 할당할 것인가의 복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정확한 소득정보를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인명별 정확한 소득 DB는 촘촘한 소득파악 인프라를 갖추어야 구축될 수 있다.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을 포함해 정확한 소득파악에 역행하는 주요 정책이나 문제점들은 부문별로 후속 컬럼에서 상세하게 짚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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