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退溪)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과 주리론(主理論), 경(敬)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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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退溪)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과 주리론(主理論), 경(敬)사상
  • 고영화 향토 고문학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7.2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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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퇴계이황(고영화 고문학 칼럼리스트 페이스북)
사진=퇴계이황(고영화 고문학 칼럼리스트 페이스북)

조선시대 사대부와 권력자들은 중국의 요순시대 같은 완전한 도덕적 인격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로써, 성리학을 통해, 도덕지상주의 국가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성리학의 개별 학문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다. 특히 조선중기 주리학파(主理學派)·주기학파(主氣學派)로 나누더니 그 뒤 많은 학자들이 학파적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였다. 그 중 퇴계(退溪)는 유가사상(儒家思想)의 원천(源泉)인 주자학(朱子學)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여 성리학(性理學)으로 대성시켜 놓은 동양철학의 태두(泰頭)였다. 이황(李滉)은 주희(朱熹)와 같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이(理)와 기(氣)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천하에 이(理) 없는 기(氣)가 없고 기 없는 이가 없다.” “죽은 나무와 흙과 먼지까지도 기가 없는 것이 없고 기가 있으면 그 이도 있다.” “사람의 한 몸도 이와 같이 기가 합해서 생겨났다.” “사단, 칠정이 모두 이와 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황에 있어서 이가 형이상자(形而上者)로서 원리라면 기는 형이하자로서 그릇과 같은 것이다. 모양과 형기가 있으면서 위, 아래, 사방 안에 가득 찬 것이 모두 그릇이요, 그 그릇 속에 갖추어 있는 이가 곧 도(道)이다. 이와 같이 이황의 성리학은 근본적으로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주리(主理)·주기(主氣)’의 문구는 이황(李滉 1501~1570)과 기대승(奇大升 1527∼1572) 사이의 논쟁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서 각각 도덕론적 입장과 존재론적 입장을 상징하고 있다. 그 뒤 이이(李珥 1536~1584)가 기대승(奇大升)의 설을 지지하고 이황(李滉)의 설을 반대함으로써 그 논의는 확대되어 성리학 논쟁의 핵심 문제로 등장, 사단·칠정뿐 아니라, 심즉리(心卽理) 심시기(心是氣), 이기론(理氣論) 및 정치 사회관에 이르기까지 두 유형의 사고방식의 대립을 보이게까지 되었다. 우리나라 유학 사상사에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은 성리학 이론 논쟁의 핵심이지만 이것이 사상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을 보는 두 유형의 사고정형(思考定型)으로서 이황의 이상주의, 이이의 현실주의를 형성하였다.

결국 이러한 논쟁의 부작용으로,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한 당파와 학맥의 대립구도로 이어지고 망국의 길로 치닫고 말았다. 동인(남인과 북인)은 주리론 도학을 사상적 배경으로 한 이황, 남명 문하의 영남학파로, 서인(노론과 소론)은 주기론을 근거로 하여 형성된 기대승 이이 성혼 문하의 기호학파 사류들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성리학(주자학)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발전되었고 동아시아 동양철학의 열매를 맺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 영남사림(嶺南士林)의 도통(道通)은 조선 후기에 형성되지만 15∼16세기에 그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정몽주→길재→ 김숙자 →김종직→김굉필(정여창⋅김일손)→ 조광조→이언적→퇴계 이황 등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맥락에 퇴계가 있음으로써 빛이 더 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는 남명학파 퇴계학파 여헌학파 등이 영남지역에 학파를 형성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학맥이 쇠잔해지고 퇴계학파만 학맥이 날로 성해지면서 우도·좌도의 구별이 흐려졌다. 영남의 학자들은 퇴계학파로 흡수되어 급기야는 퇴계학파가 영남학파의 대명사로 바뀌어 버렸다.

이황(李滉)의 학풍을 따른 자는 당대의 유성룡(柳成龍)·정구(鄭逑)·김성일(金誠一)·조목·이덕홍·기대승·김부륜(金富倫)·금응협(琴應夾)·이산해(李山海)·정탁(鄭琢)·정유일(鄭惟一)·구봉령(具鳳齡)·조호익(曺好益)·황준량(黃俊良)·이정(李楨) 등을 위시한 260여 인에 이르렀다. 나아가 이황은 성혼(成渾)·정시한(丁時翰)·이현일(李玄逸)·이재(李栽)·이익(李瀷)·이상정(李象靖)·유치명(柳致明)·이진상(李震相)·곽종석(郭鍾錫)·이항로(李恒老)·유중교(柳重敎)·기정진(奇正鎭) 등을 잇는 영남학파 및 친영남학파를 포괄한 주리파 철학을 형성하게 했으니, 이는 실로 한국 유학 사상의 일대장관이 아닐 수 없다.

○ 퇴계(退溪)의 사단(四端)과 칠정(七情)

주자성리학에서는 마음이 사물에 감촉되지 않은 상태, 즉 심(心)의 미발(未發)을 성(性)이라 하고, 마음이 사물에 이미 감촉되어 의식이나 감정이 발동한 상태, 즉 심의 이발(已發)을 정(情)이라 한다.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의 칠정으로 대표되는 ‘정(情)‘,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본성에서 그대로 직출(直出)한 정인 ’사단(四端)‘. 대개 이 논법은 주희의 <중용장구서 中庸章句序>의 “인심(人心)은 형기(形氣)의 사(私)에서 생기고, 도심(道心)은 성명(性命)의 바름[正]에서 근원한다.”는 논법에 근거한다. 그리고 그 뒤 논변 과정에서 발견한 ≪주자어류 朱子語類≫의 “사단(四端)은 이의 발이고, 칠정(七情)은 기의 발이다.”라는 주자의 말에서 이황이 확신을 얻은 것이다.

다만 그 뒤의 논변과정에서 이황은 이 구절을 “사단은 이가 발하여 기가 따르는 것이요, 칠정은 기가 발하여 이가 타는 것이다.(四端理發而氣隨之 七情氣發而理乘之)”라고 고쳐 그의 주장을 완화시켰으나, 근본적으로 문제가 된 이발(理發)의 주장을 끝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이황(李滉)은 이러한 이발설(理發說)을 통해서 기에 대한 이의 우위를 분명히 하고, 이로써 인간의 순수심성의 발현인 사단을 소중히 해 인간의 선의지(善意志)와 이성을 지켜 가려는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성선론(性善論)] 이황(李滉)의 이기론을 대표하는 학설로 사단과 칠정(七情)을 각각 이발(理發)과 기발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은 정통 주자학의 학설에 투철하면서도 나름대로 그의 철학적인 정신을 전개한 이황의 성리 사상의 핵심이라 하겠다.

○ 퇴계(退溪)의 칠정론(七情論)과 악(惡)의 문제

퇴계(退溪)는 현실의 악(惡)을 심각하게 보았고, 그런 악의 현실에서 선(善)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를 전개했다. 사단칠정(四端七情 인간의 네 가지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情]과 일곱 가지 감정[情]을 가리키는 유교용어)논쟁에서 그가 사단과 칠정을 각각 이(理)와 기(氣)에 분속(分屬)한 까닭도 거기에 있다. 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감정)으로서 각각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착한 본성[德]에서 발로되어 나오는 감정이다. 그리고 칠정은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의 일곱 가지 감정인데, ≪예기≫ 예운편(禮運篇)에서 비롯하여 당(唐)의 한유(韓愈)가 <원성편 原性篇>에서 7정으로 나누어 논하였다. 이것은 중국 고대에서 오래 전부터 있던 사상으로서 인간이 외부 사물에 접하면 여러 가지 정이 표현되는 심리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 이론적으로 理와 氣 그리고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은 꼭 대립적인 것이 아니지만, 퇴계는 대립으로 보았다. 기(氣)와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인간의 악의 성향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쓰였고, 칠정은 사람의 일상적 타락을 보여주는 감정으로 이해되었다.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성리학에서, 후천적으로 형성된 혈기의 성을 이르는 말로, 이(理)에서 생긴다는 본연지성과 대비되어 기(氣)에서 생긴다는 성을 가리키는 유교용어이다. ‘통함과 막힘[通塞]’, ‘치우침과 바름[偏正]’의 차별이 생기게 된다. 타고난 기질과 성품인데, 타고난 기질의 청탁(淸濁)과 편색(偏塞)에 따라 선하게도 나타나고 악하게도 나타난다. 또한 본연지성(本然之性)은 사람이 본디부터 가지고 태어난 심성으로, 이(理)에서 생긴다. 지극히 착하고 사리사욕이 조금도 없는 천부자연의 심성(至善)을 말한다. 성선설(性善論)로 대변된다.

이기론(二氣論)에서는 본연지성은 이(理)에 해당되고, 기질지성은 기(氣)에 해당된다. 그런데 기질지성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수양에 따라 탁(濁)을 청(淸)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유가에서는 선한 본연지성의 회복을 위하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선한 ‘본연지성’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지금 우리나라에 참된 교육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실천의 관점에서 퇴계는 두 종류의 정과 두 종류의 성 그리고 두 종류의 선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기(氣)는 악의 가능성이지만 퇴계는 악의 현실로 보았다. 물론 악이란 악의 성향으로서의 악일 뿐 필연적 악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본연의 성만 성(性)이지만, 현실적으로 기질의 성이 또 다른 본성처럼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주자와 퇴계의 인성설(人性說)은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에 입각해 마음의 주체인 도심(道心)은 선한 것이고 객체인 인심(人心)은 선과 악이 모두 있다고 보아, 인욕(욕구)의 부정을 강조한다. 사람의 욕심은 선할 수도 있으나, 악할 수도 있으므로 학문하는 목적은 이 욕심을 없애고 천리에 따를 것에 두고 있다. 선과 악은 자유의지의 선택에서 갈리지만, 현실에서 사람의 의지는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퇴계는 의지보다 마음을 거론했고, 마음의 리(理)에서 자연 발현되는 사단(四端 인간의 본성)의 확충을 통해 선의 실현(道心)을 보려고 했다.

○ 퇴계의 경(敬)사상 : 외경(畏敬)의 삶의 정신

경(敬)은 유가의 수양론의 핵심에 해당된다. 그들은 그것을 "학문의 처음이자 끝"이라 하여 지극히 강조하였다. 이는 경이 그들 특유의 인간관과 삶의 철학을 담고 있음을 암시한다. 오늘날 학자들은 유가의 수양론을 논의할 때 거의 예외 없이 경(敬)사상을 언급한다. 퇴계의 삶의 철학, 경(敬 공경함)은 외경(畏敬 두려워하며 공경함)의 정신을 그 개념의 핵심에 두고 있다. 그 밖에 마음의 고요와 오롯함, 그리고 ‘나와 너’의 정신 등은 이의 외연에 해당된다. 퇴계의 외경의 정신은 그의 행동거지는 물론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 근저에는 ‘하늘의 말씀[天命]’에 대한 외경이 놓여 있다. 외경의 정신은 당면의 일을 갖지 않을 때에는 마음을 고요 속에 두고자 했다. 이 고요는 외경의 정신이 감각과 사려활동 이전에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의 공간이다. 표층의 감정과 사고에 오염되지 않은 심층의 순수의식이 거기에서 현전될 것이다. 퇴계는 그러한 공부를 “정좌(靜坐)”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 밖에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마음을 잡념과 공상으로부터 해방시켜 비워두려 하였다. 이는 명경지수(明鏡止水)와도 같이 밝고 맑은 심리를 조성하여 사물을 올바로 인식하게 해주는 의의를 갖는다. 또한 그것은 현실로부터 자유로운 초월의 정신을 길러준다. 한편 마음의 고요는 단지 감각과 사려부재의 상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덕적인 생명정신을 함유한다. 외경의 정신은 일에 당면해서 오롯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는 순수한 가치심을 이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 세워 만물을 조망하는 고도의 눈빛을 그 이면에 품는다. 외경의 정신은 사람들과의 진실한 만남을 추구한다. 그는 사람들을 부분적으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온존재를 기울여 만난다. 그는 사람들을 ‘그것’으로 사물화하지 않고 온전한 인격, ‘너’로 대면한다. 그는 권력이나 사회적 신분을 매개로 하는 ‘나-그것’의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그것을 탈피한 ‘벌거벗은’ 존재의 만남을 추구한다. 이러한 만남의 정신은 인간을 넘어 만물에까지 뻗친다. 그는 인간중심의 의식을 버리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대해서까지 자신의 온존재를 기울이려 한다. ‘물아합일(物我合一)’의 세계가 경(敬)에서 열린다. 퇴계는 도의 철학과 실천에서, “마음을 산만하게 하지 말고 항상 정신을 통일 집중된 상태로 지니고 모든 기거동작을 가볍게 가지지 말고 조심하고 삼가는 도를 지녀야한다.” 말할 때도 경(敬), 움직일 때도 경(敬), 앉아 있을 때도 경(敬)을 강조하셨다.

○ 이황(李滉)은 서경덕(徐敬德)의 기철학(氣哲學)이 ‘도덕적 자각’의 측면에서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기질의 성과 본연의 성은 별개의 차원이며, 인간 본연의 성에 입각해 기질의 성을 검속·제재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이(李珥)는 기질의 성을 떠난 본연의 성이 있을 수 없으므로 기질의 ‘순화’가 본연의 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조선 후기 유학의 쟁점인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 사람과 사물의 성품 또는 성질이 서로 같은가 다른가에 대한 논쟁)에 그대로 이어졌다. 임성주(任聖周)는 두 차원이 구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양자가 같은 것이라고 하여, ‘인간성의 전면적 해방’을 긍정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정약용(丁若鏞)은 모든 문제가 인간과 여타 존재간의 존재론적 위상(位相)을 무시하고 동일차원에서 해명하려는 데서 생겼다고 하면서, 기질지성을 인간과 동물이 공유한 신체적 욕구(動·覺·食·色)로 한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최한기(崔漢綺)는 전통적 논법을 받아들이면서 인간의 실질적 내용인 ‘기질’의 발현이 본연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윤리적 과제는 그러한 개성의 발현이 몰고 오는 얽힘을 공동체적 시각에서 풀어나가는 일이라고 해명하여, 근대적 사유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 이러한 입장에서 사단은 ‘이가 발함에 기가 따르는 것(理發氣隨)’이고 칠정은 ‘기가 발함에 이가 타는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정립했다. 이황의 이러한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의 사상사적 의미는, 이와 기의 결합으로 모든 존재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적 입장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주자성리학에서 이와 기의 관계는 '서로 떠날 수 없으나, 서로 섞이지도 않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이중 후자의 측면을 주목하면 이와 기가 명백히 구별되는 별개의 실재라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 이황의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은 바로 이러한 견해를 명백히 표현한 것이다.

● 이황의 이기론(理氣論)과 사단칠정을 쉽게 비유해 보자.^^

먼저 조선시대 이기론(理氣論)를 읽다보면 기(氣)와 리(理)가 ①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에서 모든 자연물은 고유한 두 원리 ‘형상(形相)과 질료(質料)’로 결합되어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이 떠오른다. 질료는 잠재적 요소이므로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형상은 이를 현실화시키는 요소이다. 형상의 발전은 방향이 있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 어떤 사물들은 다른 것들보다 더 상위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질료와 형상은 서로 결합되지 않은 채 하나만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자면, 우주의 어떤 존재의 꼴을 지어주는 걸 형상(形相)이라 하는데 이건 동양철학에서의 리(理)와 같다. 그리고 재료가 돼 주는 건 질료(氣)이다. 형상(形相)은 자기는 안 움직이면서 우주를 다 움직이는 것이니 신(神)과 같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마 서양의 주리파(主理派)라 부를 수 있다.

또 다른 설명을 빌리자면, ② 만물의 온갖 이치가 마음에 다 갖추어져 있다는 ‘심즉리(心卽理, 마음이 곧 이(理))’ 즉, 본심이 천리(天理)임을 믿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자는 마음이 곧 리(理)다는 말이다. 여기서 성(性)이 발하여 정(情)이 되는데 7정이 대표적이다. 본연의 성(性)이 사단과 같다고 주장한 것이 주리론자인 것이다. 여기서 성(性 본연지성)을 리(理)로 보아 ‘이성(理性)’으로 대비시키고, 정(情 기질의 성)을 기(氣)로 보아 ‘욕정(欲情, 감정과 욕구)’으로 대비시켜 사단칠정 논쟁을 읽으면 더 쉽게 이해된다.

③ 거기다가 기(氣)=유형(有形)=정(情)=욕망과 현실=감정과 욕구는 지나치면 악(惡)의 원인이 되고, 리(理)=무형(無形)=성(性 인의예지)=도덕과 이념=천리(天理)=이성(理性)은 인간의 본성이 본디 선하다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로 연결되어 진다. 그리고 인식론의 측면에서 보면, 기(氣)는 실증적인 인식의 대상이며, 이(理)는 관념적 사유 대상이다.

현대사회의 철학적 관점에서 비유해 보면, ④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동물과 구별 짓는 것이 이성(理性)이고 이것이 곧 리(理)이니 주리설은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를 주장한 것이다. 인간이나 침팬지나 젖을 먹이는 어미의 심정은 똑 같다고 주장하면 이는 주기설(主氣說)에 가깝고, 인간과 짐승의 감정은 다르다고 생각하면 주리설(主理說)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환경보호자들은 주기론(主氣論)자이다.

○ 성인과 군자는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간으로, 유교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그래서 이를 추구하고자 도덕적 수양론(修養論)을 펼치게 된다. 수양론이 지향하는 인격의 완성이나 바람직한 인간상의 확립을 위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에는 기질의 영향을 받는 기질의 성(氣質之性)이 있다. 기질의 내용에는 감정(情)과 욕구(欲)가 있는데 지나치면 악(惡)의 원인이 되므로, 주희는 올바른 사람이 되려면 기질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그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여 앎을 늘려 나가고(格物致知), 양심을 보존하여 본성을 함양하고 나쁜 마음이 스며들지 않도록 잘 살피며(存養省察), 항상 마음을 경건하게 할 것(居敬)을 수양 방법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인간은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제거하여(存天理去人欲)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주희의 사상은 동아시아 문화의 주류가 되었다.

● 결어(結語)

조선중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화담 서경덕, 기대승, 남명 조식 등의 대유(大儒) 명현들이 당시의 동양철학 성리학에 심취하여 여러 학문분야에 대한 각각의 견해를 밝혔는데 이 중에 특히 퇴계 이황의 유교철학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비록 여러 선조 분들이 추구했던 이론과 수양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인격 완성을 학문의 목표로 삼았다. 이들이 세우고 만들었던 가치는 현재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 되어 우리 생활에 밀접한 일부분을 담고 있고, 우리 정체성의 한부분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유교가 조선중기 이후부터, 형식주의고 사변적(思辨的)이며 폐쇄성(閉鎖性)으로 변해갔다. 실제 이론적으로 이(理)와 기(氣) 그리고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은 꼭 대립적인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이며 반드시 서로가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학파의 의견은 선(善)과 진리이고,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의견은 악(惡) 또는 틀린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리와 기 중에서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여 분석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 도덕과 이념을 중시하는 ‘리’적인 측면과, 변화와 현실의 ‘기’적인 측면이 모두 들어 있고, 이 양면성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었던 학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두 번의 난을 겪고도 각성(覺醒)하지 못한 조선왕조는 사대주의(事大主義)와 성리학적 교조주의(敎條主義)로 인해, 사상적 편협성으로 성리학 이외 학문을 경시하거나 등한시하여 학문의 발전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건전한 기능까지 마비시켰다. 병자호란(丙子胡亂) 이후 100년이 훨씬 지난 18세기 후반 북학자(北學者)인 연암 박지원, 초정 박제가 등은 노론 집권층의 허황된 북벌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청나라가 설사 오랑캐 국가이더라도 선진 강대국임을 인정하며 청의 문물을 배우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교조적 지도층은 북학자, 실학자들의 이런 의견에 탄압으로 응수(應酬)하고 말았다.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원리나 원칙 명분에만 얽매여 융통성 없이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떤 이념과 사상이던 처음에는 순수하고 정의롭지만 시대와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면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조주의(敎條主義)자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화석화되어 원칙론만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서구 강대국의 식민지쟁탈과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까지 조선의 지도층은 ‘조선은 명나라의 성리학을 계승한 문명국가’라는 자아도취(陶醉) 환상에 빠져 지냈다. 조선후기 교조적 성리학자들은 주자(朱子)의 가르침을 한 글자라도 다르게 해석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파문(破門)하는 상황에서 서양의 신문물과 신학문의 도입, 실용주의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이 됐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는 정치사회경제 어느 분야이든 생산성은 실종(失踪)되고 극한적 대결(對決)이 반복되었다. 텅 빈 나라의 곳간과 궁핍한 백성의 삶과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허황한 형이상학적인 학문의 논쟁으로 인해, 국가 사회를 질곡의 나락으로 빠뜨린 안타까운 우리의 지난 역사였다.

고영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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