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철학과 비판 – 에세이 철학의 부활』 이종철 교수 책을 읽고 .....전 가톨릭 관동대 VERUM 교양대학 조교수 홍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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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철학과 비판 – 에세이 철학의 부활』 이종철 교수 책을 읽고 .....전 가톨릭 관동대 VERUM 교양대학 조교수 홍동규
  • 전 가톨릭 관동대 VERUM 교양대학 조교수 홍동규
  • 승인 2021.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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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교수 페이스북
이종철 교수 페이스북

 

“‘에세이’와 철학적 사유.

이종철 선생님으로부터 책을 받은 지도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책을 받자마자 목차와 몇 몇 글들을 두서 없이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체험했다. 철학이라는 분야와 관련된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이런 즐거움을 언제 느껴봤는가 잠시 생각해보니 참으로 오랜만이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철학자들, 사상가들의 글들은 사실 대부분이 에세이나 기타 문학적 형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하고, 연구업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서나, 특히 현대적 논문 형식의 철학적 텍스트들은 오히려 유구한 전체 철학사의 전통 속에서는 예외적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래 전 과거 저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과학과 철학이 통합되기 시작한 근대 시대에도 대가들은 대게 에세이로 철학적 작업을 했다. 데이비드 흄, 볼테르, 파스칼, 그리고 데카르트도 에세이를 즐겼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적 텍스트를 찾기가 더 힘들다.

심지어 현대의 ‘찐’ 대가들, 예를 들어, 하이데거, 니체, 비트겐슈타인은 그들의 사유의 독창성과 탁월성을 위해서라도 즉 진정한 철학적 사유의 힘과 진리를 위해 ‘체계’, ‘증명’ 혹은 ‘검증’에 목을 매는 과학적 글쓰기를 극복하려 애썼다. 그들은 모두 사유의 고유성은 그것에 합당한 문체와 글쓰기를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유를 한다는 것은,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바로 ‘글쓰기’에서 그 가치와 격이 결판나는 것일 수 있다. 제아무리 보기에 멋져 보여도 우리 각자는 반드시 자기에게 사이즈나 스타일 등이 맞는 옷을 입을 때라야 제대로 입을 수 있고, 또 그런 한에서만 테가 난다. 그리고 제아무리 공주가 되고 싶다 한들 유리구두가 발에 맞지 않으면 말짱 꽝인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옷, 신발, 음식, 가전용품은 물론이거니와 사유와 글쓰기조차 표준화된 기성 규격에 맞춰야만 하는 거대한 획일성, 전체주의, 자기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두 같은 패션, 같은 유행, 같은 말, 같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 철학조차 대량생산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따라 작업되고 가공된다.

그 결과, 현대에 이르러 철학은 유사 이래 가장 인기가 없으면서도 유사 이래 가장 대량으로 생산되어 대부분 출고되자마자 소위 ‘연구소’, ‘도서관’이라 불리는 ‘대형 창고’에 재고로 차곡차곡 쌓인다. 그 재고의 분류명은 ‘뻔한말(Gerede)’이다. 쉴 새 없이 가공되고 끊임없이 쌓인다.

철학 박사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철학의 빈곤, 사유의 실종, 그리고 영혼의 증발, 그 결과로 마침내 온 세상은 ‘허무주의(Nihilism)’으로 뒤덮이고, 이렇게 사유가 실종된 사회에서 종교는 영혼 팔이 기복신앙으로, 문예는 되도 않는 장난질로, 정치는 혹세무민 속임수로 전락하게 되었다. 현대인은 보편적으로 좀비화되고 말이다.

진리라고 하는 것은 결코 이런 ‘군집성’과 ‘무차별성’의 세상에서는 피어날 수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저마다의 고유한 생태와 철이 있듯이, 사유와 철학 역시 그것들 고유의 ‘터와 멍석’이 있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가 망각한 것은 구체적으로는 바로 사유와 철학의 ‘터와 멍석’이다.

본래적으로 진리라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적이지도 전체주의적이지도 않다. 진리는 ‘집단’을 혐오한다. 진리가 요구하는 것은 오직 철저히 ‘개인’이고, 그 개인의 ‘다락방’이다. 오래 전 먼 과거부터 진리는 우선은 아무도 모르는 작은 다락방에서 홀로이 밤을 지새는 개인의 영혼 속에만 살며시 내려앉곤 했다.

개인이 보다 더 개인이 되면 될수록 그만큼 진리는 개인을 사랑하며 그에게 다가간다. 개인은 자주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을 잃곤 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리를 의심하곤 한다. 그만큼 인간은 개인이 되는 것에 힘들어 하고, 진리는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오직 그 나약함과 불안함을 끝까지 견뎌내는 한에서만 진리는 다가오며,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철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화되고, 바로 그만큼 전체주의화 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다시금 ‘에세이’를 무덤에서 파내어 되살려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세이’는 결코 ‘잡문(雜文)’도 ‘장광설’도 아니다. 그것은 본래적인 의미에서 ‘일기(Diary)’, 곧 매 순간 그때 마다의 진리와의 만남이고 그 기록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종철 선생님의 『철학과 비판 – 에세이 철학의 부활』은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딴지를 건다면, ‘철학과 비판’이라는 제목이 그 부제에 비해 경직된 느낌이 들고, 책의 내용들 중에도 그런 낡고 도식적인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유의 주체인 이종철의 개인됨의 드러남이라는 이유에서 역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 가톨릭 관동대 VERUM 교양대학 조교수 홍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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