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박승 한국은행 전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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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박승 한국은행 전총재
  • 전태수 기자
  • 승인 2020.08.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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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란 케인스 경제학에서 나온 말인데, -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통화를 아무리 공급해도 이자율을 떨어트리거나 물가를 변동시키지 못하는 상황

[을의반란69] 주식과 부동산 거품 공포 3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다" 

○ 한국감정원 기준으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9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 사회자 ○ 소장님, - 저희가 ‘을의 반란’에서 2회에 걸쳐 아파트값 문제를 다뤘었는데, - 아파트값도 이렇게 단기간 내에 급상승하는 것도 비이성적 투자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호연 ○ 부동산 정책 실패와 풍부한 유동성 현상이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라고 봅니다. ○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공급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 임대사업자 우대 정책으로 평범한 사람들까지 갭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했다는 점, - 그리고,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려 있는 부동자금 상황을 간과한 것이 큰 실책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쨌든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격의 급등세는 서민들과 청년층들의 건전한 경제활동 의지를 꺾어, - 이생집망이나 영끌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유행어를 만들었습니다. ○ 서민층이나 청년층이 아파트 구입 의지는 커녕, - 벌어서 오른 전세값 벌충도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실망이 무척 컸을 것입니다. ○ 최근 2년간 오른 평균 전세값이 5천만원정도인데, - 서민들이 빠듯한 살림으로 매월 2백만을 저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일 것입니다. ○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액이 급등했는데 오른 전세값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 하물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살던 전셋집에서 쫓겨날 지경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있는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후 -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난 날’ 등의 발언을 한 것과 -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직들의 행태를 보면서 -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 급기야 정당 지지도가 뒤바뀌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봅니다.

■ 사회자 ○ 고명섭 사무총장님, - 최근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는데 -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 아파트 값도 일시적인 거래절벽 현상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튈지 모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고명섭 ○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코로나 19사태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 상가권리금이 폭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 상가나 오피스 공실율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로 접어 들었고, - 이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난달 29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12.0%로 전 분기(11.7%)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 이는 2009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상가권리금 하락과 공실율 증가는 -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현상을 불러올 것입니다. ○ 부동산 시장의 가격 민감도는 상업용 부동산이 주거용 부동산보다 높기 때문에, - 조만간 주거용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현상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 합리적인 예측일 것입니다. ○ 다만, 시중에 과도하게 풀려있는 유동성 문제와 - 정부의 실효성 있는 아파트 공급정책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고 봅니다. ○ 기사 검색을 하다가 상당히 공감이 가는 기사를 발견해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 경제학자 한상춘 박사는 시카고 공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 시카고 공포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며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말합니다. ○ 뉴욕을 비롯해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도시에서 대형 상업용 건물과 고급 주택의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고, -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곧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 정부의 선제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깊이 공감이 갑니다.

■ 사회자 ○ 소장님,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는 조만간 잦아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 문재인 정부가 추가적으로 실효성있는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다는 전제를 하게 되면 - 남아있는 변수는 시중 유동성문제와 코로나19의 장기화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 그런데, 지난 경제통 방송을 통해 - 저희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적으로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상수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 그렇다면 남아있는 유일한 변수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 문제인데, - 정부나 한국은행는 어떻게 유동성 관리를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호연 ○ 먼저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하는 통화유통속도는 올 1·4분기에 0.64까지 떨어졌는데, - 이는 한은이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증상입니다. - 우리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란 케인스 경제학에서 나온 말인데, -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통화를 아무리 공급해도 이자율을 떨어트리거나 물가를 변동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 사람들이 미래의 디플레이션을 예상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M2는 사상 최고 수준인 3천77조1천억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 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됩니다. ○ M2는 지난 5월 중 35조 3천억원이 늘었고, 6월 한 달 사이에 23조2천억 늘어났습니다. ○ 좁은 의미의 통화량(M1) 역시 - 4월 말 현재 1천6조3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1천조원을 돌파했습니다. - 한국은행 자체 분석으로도 현재의 시중 통화량은 장기 균형 수준보다 8% 이상 많다는 것인데, - 이 수치 역시 통계작성 시점인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 경제 주체들이 위기상황에서 대출을 급속히 늘렸지만 - 투자와 소비에 쓰지 않고 은행에 잠겨 놓고 - 호시탐탐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움직이기 위해 투기적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 사회자 ○ 소장님, - 좀 이해하기 어려운데, - 투기적 동기의 부동자금이 많이 풀려있다면, - 한국은행이 통화 환수정책을 펼치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 그게 어려운 것입니까?

■ 이호연 ○ 거듭 말씀드리지만, 시중에 이렇게 많이 통화량이 풀려 있는 이유는 -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입니다. ○ 한국은행은 설립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라는 뜻으로 독립성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 따라서, 한국은행에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해 준 이유는 -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유지하되 - 한편으로는 정부의 지나친 확장적 재정정책을 견제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는 집권 이후 무리하게 연방준비 은행을 압박해 통화량을 무제한 풀고 있습니다. - 이런 현상이 유행병처럼 돼버려 일본이나 EU 회원국들도 따라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량 증가 정책이 같이 가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데, - 이들과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 과잉 유동성 현상은 온 나라를 심각한 투기장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는 것인데, - 그런 우려가 현실의 문제로 나타난 것입니다. ○ 정부는 상반기의 110조원 규모의 재정적자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 내년에도 560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확장 재정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적자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통화팽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 결국 한국은행은 통화긴축 정책 카드를 써야만 할텐데 - 금리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에 - 쓸 수 있는 카드는 통화량 환수정책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칫 섣불리 통화환수 징수가 시장에 나타나게 되면, -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은 뻔할 것이고 - 갭투자자들이 그동안 사 모았던 아파트 투매현상이 나타나게될 것이고 - 이런 현상은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다분합니다. ○ 결국 한국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데, - 코로나 19사태 발생이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 부화뇌동 격으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행태를 따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사회자 ○ 고명섭 사무총장님, - 상황이 하도 복잡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 멀지 않은 장래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 우리 소상공인들이나 서민들은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고명섭 ○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베트남전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10년 가까이 세월을 보내고도 살아남은 스톡데일 장군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인데, -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날 거야, 추수감사절에는 풀려날 거야, 크리스마스 때는 풀려날 거야”라며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댔던 ‘낙관론자’들은 모두 죽었다는 것입니다. ○ 반면 쉽게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대처하면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며 의지를 다진 ‘현실주의자’들이 기나긴 포로수용소 생활을 이겨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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