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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속에 ‘위로’를 주는 이야기 ’부다페스트 스토리’: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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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속에 ‘위로’를 주는 이야기 ’부다페스트 스토리’

- 진실한 ‘얘기’가 갖는 힘- 다시 만날 거라 해줘- 그게 마지막 말이었죠

조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8/11 [20:42]

아픔 속에 ‘위로’를 주는 이야기 ’부다페스트 스토리’

- 진실한 ‘얘기’가 갖는 힘- 다시 만날 거라 해줘- 그게 마지막 말이었죠

조동현 기자 | 입력 : 2020/08/11 [20:42]

[내외신문 =조동현 기자] 패전 이후 혼란과 상실이 가득한 시대에 무엇에도 위로 받지 못한 체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다.

813일 개봉 예정인 부다페스트 스토리’(원제 : Tall tales)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치하에 놓인 혼란한 헝가리에 끊임없이 다시 만날 거라 해줘라는 얘기를 전하며 살아가는 남자가 나온다.

한코의 기억 속에는 눈 내리는 전장이 있고 열이 펄펄 끓는 신생아와 그 아기를 안고 길을 떠나는 남자(군인)가 존재한다. 이 참전군인은 다리에 총상을 입은 한코를 부축하여 오두막까지 데리고 오며, 그곳에서 죽어가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다시 눈 덮인 숲길로 떠난다. 자신의 목숨은 염두에 두지 않은 감동적인 행동이었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남자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따스함은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문제는 전쟁터에서 아기를 살리려고 목숨을 버리고 돌아오지 못한 주인공 이름이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한번은 '시포스'였다가 '산도르'가 된 적도 있을 테고 마지막으로 '게자'가 되었다. '한코'는 '게자'의 근황을 전하기 위해 그의 형을 만났는데 뭔가 잘 진행되는 듯 보이던 거짓말이 게자의 형이던 코바치 형사에게 들통이 나버리고 도망자가 되었다. ‘한코’, 전장의 소소한 감동을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다가 사기꾼, 잡놈, 거짓말쟁이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헝가리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모든 부분에서 헝가리인 들의 일상을 통제하고 있었다. 코바치형사의 갑작스런 총격을 피해서 기차에 올라탄 한코는 검문을 하던 러시아군의 총격을 당했고 살기 위해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간다. 숲 한가운데서 '베르체스'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덫을 발견하는데 숨도 채 돌리기 전에 또 다른 총격을 당한다. 숲에서 사냥을 하며 살고 있는 베르체스의 부인 '유디트'와 그의 아들 '비르길'의 총격이었다. 거기서 한코는 또다시 거짓말을 시작하고, 그것이 거짓말임을 아는 유디트 모자와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다개국어 사용이 가능하며 보기 드문 지식인인 '한코'와 아름답고 뇌쇄적이며 모성애가 강한 여성 '유디트'. 이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정반합'은 영화가 끝나는 시각까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힘이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는 시대극인가  했었고 나중에는 전쟁영화인가  하다가 소개글처럼 스릴러 범죄영화인가보다 하게 된다. 중반 이후에는 지루할 틈도 없이 로맨스가 등장해서 잠시 긴장을 풀어준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캐릭터 포스터
'부다페스트 스토리' 캐릭터 포스터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아름다운 음악과 엔딩크레딧이 나오는 동안 이 영화를 소개해주는 수많은 평론들과 보도자료 들로 설명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이 느껴졌다. 이 영화는 진실과 거짓 혹은 사기꾼영화가 아니라 삶을 통한, 목숨을 걸고 건넨 한코위로가 가득한 인본주의적 드라마라고 다시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한코는 패전 이후에 소식이 없는 형제와 아들과 남편을 궁금해 하던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지만 진심으로 고마워하던 이는 없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 매일 밤 만났던 기억에 대해서도 그 누구에게 조차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했다.

독일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좋다(Ende gut, Alles gut)'는 말이 있지만 가족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던 한코의 삶은 유디트를 만나기 전에는 사기꾼, 거짓말쟁이, 겁쟁이로 끝나는 것 같았다. 그녀를 만나면서 여러 번의 반전을 거듭하게 되고 뒤늦게야 조각난 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떠돌던 편린을 제자리에 맞춰 넣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고 치유했다. 지금은 비록 숨은 자로 남아있기를 원하지만 전쟁터이건 현재의 삶이건 간에 단 한 번도 뒷걸음질 치지않은 한코. 우리는 더 이상 그를 사기꾼으로 부르면 안된다. 한코는 이 긴 이야기의 진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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