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자’ 주변에 갇히지 말고 접경에 서서 삶을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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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 주변에 갇히지 말고 접경에 서서 삶을 선택하라.
  • 조동현 기자
  • 승인 2020.06.1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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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조동현 기자] 자기가 그었던 선에 갇혀 소통되지 못하는데 대한 불안감을 중년에야 깨닫고 난 뒤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영화 프랑스 여자가 개봉되었다.

2015년 이후 국내영화들의 한 주제인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들 중에, 프랑스 여자는 간절하며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중년의 경험을 유려한 이야기 전개로 환상적인 동화로 만들어냈다.

'프랑스 여자' 화면 캡쳐
'프랑스 여자' 화면 캡쳐

누나는 꼭 프랑스 여자 같아. 한국에 있을 때도 어딘지 프랑스 여자 같았어라는 후배 영화감독 영은의 말은 주인공 미라의 분열된 삶을 느끼는 주변인들의 감상이다.

아버지의 살아생전 입버릇처럼 하신 가르침인 선긋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주인공 미라를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끊임없이 자기 주변 세상과의 분열을 가속화 시켜내며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끊임없이 현실과 환상 속을 오가며 자신의 삶의 이면을 다시 경험하면서 스스로 소통을 단정하고 원안에 가둔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미라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이 한국인도 진짜 프랑스인도 아닌 선긋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경계인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깨어나는 모습에서 한 40대 관람객 (유경은 씨)의 감상평처럼 주변인으로 자신을 가두고 소통을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접경에 서서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따스함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 다음은 스포일러를 포함한 감상평이다.

'프랑스 여자' 보도 스틸
'프랑스 여자' 보도 스틸

주인공 미라는 프랑스에서 20년을 살다가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일이 줄자 여유가 생겨서 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미라의 원래 꿈은 여배우였다. 그녀는 배우의 꿈을 갖고 프랑스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결혼했다.

결혼으로 정착하게 되면서 원하는 배우는 되지 못했으나 통역가로 활동하면서 프랑스에서 살던 중이다.

한국에 온 그녀를 반기는 사람들은 몇 명 없지만, 20년 전 덕수궁의 영화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하고 여태 연락을 주고받던 동기들만이 하나 둘 모인다.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오지라퍼 김영은도 오고, 연극 감독으로 입지를 굳게 다진 황성우도 만났지만 함께 어울려 다녔던 동생 해란이는 죽고 없었다.

남편의 배신과 파리에서의 테러로 몸과 맘이 함께 피폐해진 미라는 서울의 호텔에서 거의 매일 해란이의 환영을 본다.

아버지의 살아생전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인 선긋기를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나름 선을 넘은 적 없이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덕분에 20년 전 성우의 짝사랑을 묵인했었고 여친이던 해란이를 아프게 했었던 기억이 그녀가 지금 견뎌내고 있는 이 시공을 현실인지 과거의 환영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들지는 않았나.

 

미라는 자신의 감정을 나눌 줄 모른다.

내가 왜 니한테 내 얘기를 해야 하는데?” 하면서 더 깊은 감정의 교류를 거부한다.

그것도 선을 잘 그어야 한다는 아빠의 가르침의 결과인가.

그래서인지 미라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새 없이 자신은 한국인도 진짜 프랑스인도 아닌 선긋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경계인임을 깨닫는다.

심각모드로 영화를 보다가'분명 현실이었는데' 싶은 장면이 어느새 과거로 돌아가서, 관객들은 몰랐던 속사정을 알려줬고 다시 또 뒤엉키고 섞이면서 미라가 지웠던 기억과 함께 현실로 꺼내지는 전개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혼란을 너무 잘 표현한 미라의 표정에 몰입돼서 그녀의 상황이 우리들의 상황인 듯 주위가 온통 혼란스러웠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미라의 혼돈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그녀가 처한 현실적 외로움을 이해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주변인의 심정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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