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 =조동현 기자] 6월 11일 개봉을 앞둔 <전망 좋은 방>이 영화와 완벽하게 어우러진 낭만적인 클래식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 아트하우스 영화계의 황금기를 이끈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와 함께 설립해 중저예산 규모의 '고품격 시대극'이라는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영화 제작사이다. 44년을 협업한 각본가 루스 프라우어 자발라, 제니 비번 의상 감독, 그녀와 30년 동안 함께 하며 음악을 담당했던 리차드 로빈스 음악 감독은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의 3대 걸작 <전망 좋은 방><하워즈 엔드><남아있는 나날>에 모두 참여했다. 아이보리 감독은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의 영화는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 영화답지 못했을 것이다"는 말로 이 브랜드에 그의 음악이 필수 조건이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리차드 로빈스는 <하워즈 엔드><남아있는 나날>로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고 <전망 좋은 방>으로 제40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또한 <모리스>를 통해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하며 <모리스>의 '베니스국제영화제 3관왕'이라는 영광에 일조했다.

화려하면서도 낭만적으로 조율된 클래식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리차드 로빈스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와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를 영화 전면에 사용, 영화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음악을 통한 무언의 주제를 전달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영화 <전망 좋은 방>은 피렌체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 중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abino caro)’로 시작한다. 이 곡은 여주인공 '라우레타'가 아버지에게 결혼을 허락해달라며 조르는 내용의 서정적이고 매우 아름다운 선율이지만, 만약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당장 강물에 몸을 던져 죽어버리겠다는 강한 가사도 들어있다. 1985년 제작 당시 OST 녹음을 위해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이 곡은 ‘루시’(헬레나 본햄 카터)와 ‘조지’(줄리안 샌즈)가 그들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피렌체로 신혼 여행을 떠나 ‘전망 좋은 방’ 창가에 앉아 있는 다시 흐르며 엔딩을 장식한다.

피렌체에 여행을 간 주인공들은 교외로 피크닉을 가는데 붉은 양귀비 꽃이 피어있는 푸른 보리밭에서 ‘조지’는 ‘루시’에게 다가서고 열정적인 키스를 한다. 이 장면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론디네] 중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Chi il bel sobno di doretta)’이 흘러나온다. 오페라 제목인 제비처럼 꿈과 사랑이 가득한 남쪽 나라로 가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지만 결국에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으로,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은 가난한 젊은 학생을 사랑하게 되어 왕의 청혼을 거절한 ‘도레타’의 사랑에 관한 아리아이다.

푸치니의 아리아 외에 피렌체의 펜션에서 ‘루시’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격정적인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2악장은 사회적 제도와 관습에 의해 억눌렸으나 본질적으로 열정을 가진 그녀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적절한 곡이다. 또한 ‘세실’(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저택에서 ‘루시’가 연주했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4번 1악장과 리차드 로빈스 음악 감독이 작곡한 OST를 포함, 총 47곡이 영화 속 적재 적소에 사용되며 고품격 시대극을 완성시켰다.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며 시각은 물론 청각까지 모두 만족시켜 줄 <전망 좋은 방>은 6월 11일 관객을 찾아온다.

[수입/배급: 알토미디어㈜ |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 출연: 헬레나 본햄 카터, 매기 스미스, 줄리안 샌즈, 다니엘 데이 루이스 외 | 개봉: 2020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