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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산삭감 논란...추미애가 추미애했다

김문수 도정에서 출범한 DMZ국제다큐영화제…보수·진보 넘어 18년 이어진 경기도의 문화자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거치며 축적된 한반도 평화 담론, DMZ는 그 상징적 공간

방만 운영은 개혁 대상이지만 영화제의 국제적 가치까지 관객당 비용으로 재단해선 안 돼

추미애 도정에 필요한 것은 축소가 아니라 세계적인 평화·다큐멘터리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9/21 [07:58]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산삭감 논란...추미애가 추미애했다

김문수 도정에서 출범한 DMZ국제다큐영화제…보수·진보 넘어 18년 이어진 경기도의 문화자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거치며 축적된 한반도 평화 담론, DMZ는 그 상징적 공간

방만 운영은 개혁 대상이지만 영화제의 국제적 가치까지 관객당 비용으로 재단해선 안 돼

추미애 도정에 필요한 것은 축소가 아니라 세계적인 평화·다큐멘터리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9/21 [07:58]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산을 손대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가 제시한 명분은 분명하다. 2026년 전체 사업예산 40억원 가운데 도비가 31억원으로 77.5%를 차지하고, 티켓·후원·협찬 등 자체수입은 1억11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이를 방만한 운영의 문제로 규정했고, 경기도는 추경안에서 지원액을 31억원에서 24억4700만원으로 조정했다.

 

재정을 점검하는 것은 도지사의 책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재정개혁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특정 진영이 갑자기 만든 행사가 아니다.

 

2009년 제1회 영화제는 경기도와 파주시,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김문수였다. 첫 영화제부터 세계 30여 개국 62편이 참가한 부분경쟁 국제영화제로 출범했다.

 

2010년 경기도는 이를 아예 ‘세계인의 다큐축제’라고 불렀다. 주제는 ‘평화·생명·소통’이었다. 경기도는 당시 DMZ를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이라고 강조하며 국제적인 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2013년 김문수 지사의 발언이다.

 

김 지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단순한 영화·예술 행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통일과 화합, 상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가 평화와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도 밝혔다. 물론 김문수지사의 이후 행보는 갈지자 행보로 이때만은 의미있는 발언이다고 본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DMZ의 평화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는 데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반드시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화해와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는 주요 국가적 의제로 다뤄졌다.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이곳을 통해 북한을 방문해 추후 남을 발걸음에 대한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그 정책들을 DMZ영화제와 직접적인 하나의 사업계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DMZ를 단순한 군사적 경계선이 아니라 평화와 교류, 역사와 생태, 문화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오랜 시간 축적돼 왔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역시 그 흐름 속에서 18회까지 성장했다.

 

그런데 추미애 도정이 내놓은 대표적인 평가 잣대 가운데 하나는 ‘관객 한 명당 비용’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관객을 1만3760명으로 집계하고 전체예산과 비교해 관객 한 명당 약 29만원, 유료관객 기준 약 60만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계산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영화표를 판매하는 극장이 아니다.

 

현재 영화제에는 작품 상영뿐 아니라 인더스트리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마켓도 존재한다. 영화·영상 관계자를 위한 산업 프로그램과 비즈니스 매칭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 전체 사업비를 영화관 입장객 숫자로 나눈 뒤 효율성을 판단하면 제작지원과 국제교류, 영화산업, 인재육성 같은 기능은 계산에서 사라진다.

 

방만한 운영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인건비가 과도하면 줄이면 된다.

 

불필요한 조직이 있다면 통폐합하면 된다.

 

후원이 부족하다면 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 영화제 자체의 전략적 가치를 축소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오히려 추미애 도정이 내놓았어야 할 처방은 반대 방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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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도비 의존도는 낮추되 영화제의 규모와 국제적 영향력은 키우는 것이다.

 

세계적인 OTT와 방송사를 유치하고, 전쟁·분단·평화·인권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국제 다큐멘터리 마켓을 만들 수 있다.

 

세계 감독과 제작사, 투자자와 배급사를 DMZ로 불러들일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의 ESG 자금과 국제재단, 평화·인권 관련 국제기구의 참여를 확대해 경기도 예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영화만 볼 이유도 없다.

 

다큐멘터리에 음악과 미술, 스포츠와 세계청년교류, DMZ 생태관광과 평화포럼을 결합하면 파주와 접경지역 전체를 세계적인 평화문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베를린은 장벽이 무너진 뒤 그 역사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분단과 냉전의 기억을 세계적인 역사·문화자산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DMZ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없어진 베를린 장벽도 세계적인 문화자산이 됐는데, 살아 있는 세계사의 현장인 DMZ를 가진 경기도가 그것을 더 큰 세계적 자산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논란에서 그래서 더 뼈아픈 대목이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보수 도정에서 시작됐고 보수·진보를 거치며 18년 동안 이어졌다.

 

현재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법인 대표자는 바로 추미애 지사다.

그렇다면 추 지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대표하는 영화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낭비는 없애면서 영화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대표자의 책임이다.

 

31억원을 24억원으로 줄이는 것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의 실력은 얼마를 잘랐느냐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30억원의 공공재정을 투입해 100억원의 민간·국제자본과 문화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어려운 행정이다.

 

관객이 적다고 지적하는 것보다 세계에서 10만명, 20만명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행정이다.

 

자체수입이 적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세계의 제작사와 OTT, 투자자가 돈을 들고 DMZ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더 높은 수준의 행정이다.

 

삭감은 정책이 될 수 있지만 비전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한반도 평화와 교류라는 국가적 의제는 여러 방식으로 축적됐다.

 

심지어 보수 성향의 김문수 도정에서도 DMZ영화제의 평화·화합·상생이라는 문화적 의미는 인정됐다.

 

그 역사를 고려하면 추미애 도정이 보여줘야 할 것은 과거를 지우는 듯한 축소가 아니라 그 자산을 시대에 맞게 혁신하는 능력이다.

 

방만하면 개혁하면 된다.

 

돈이 부족하면 세계의 자본을 끌어오면 된다.

관객이 적으면 세계의 관객을 불러오면 된다.

 

그리고 DMZ를 베를린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평화문화 브랜드로 만들면 된다.

 

DMZ영화제를 둘러싼 이번 논쟁의 본질은 몇억원을 절약했느냐가 아니다.

18년 동안 보수와 진보를 넘어 축적된 평화문화 자산을 다음 20년 동안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느냐의 문제다.

 

추미애 도정이 평가받아야 할 기준도 거기에 있다.

무엇을 얼마나 잘랐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혁신했고 무엇을 더 크게 남겼는가다.

그리고 이번 예산삭감은 저번에 이어 정말로 생각이 없는 정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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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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