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보다 대권이 먼저인가…추미애의 ‘김칫국 정치’도민이 맡긴 것은 경기도 살림…대권 구상보다 도정 성과로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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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추미애 의원실 제공 |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도정 운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재정난을 이유로 추진한 세출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민생예산 축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관사 문제와 사퇴 청원까지 겹쳤다. 중앙정치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과 달리 도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서는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이뤄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정치인이 더 큰 역할을 꿈꾸는 것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지방행정에서 성과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운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경로다.
문제는 현재 맡은 책임과 미래의 정치적 구상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있다. 도정 성과보다 중앙정치에서의 존재감이 앞선다면 경기도지사라는 자리를 더 큰 권력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
논란의 중심에는 재정 운용이 있다. 추 지사는 지난 9월 1일 경기도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며 재정 상황의 심각성과 지출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는 기존 사업 1,355개를 재검토해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추 지사는 자신의 공약 관련 신규사업도 미루고, 취약계층 지원 등 필수적인 민생사업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일은 지방정부의 책무다. 모든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산을 줄이는 결정에는 그에 상응하는 설명이 따라야 한다. 어떤 사업의 예산을 얼마나 조정했는지, 대상 주민에게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 지원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재정위기라는 표현만으로 개별 사업의 삭감 필요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의 크기를 강조하는 정치적 언어보다 자신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는 행정 정보다. 지원 축소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려면 대체 재원 확보 노력과 다른 지출 항목의 조정 가능성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전임 도정의 책임을 따지는 작업 역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전 예산 편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규명하고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과거의 책임을 설명하는 것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현직 도지사는 무엇을 물려받았는지만큼 무엇을 개선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물이 새는 집에서 이전 주인의 부실 공사를 밝히는 일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주민이 당장 요구하는 것은 비를 피할 대책과 수리 일정이다. 재정 운용도 마찬가지다. 원인 규명이 책임 공방으로 길어지는 동안 민생의 공백이 커진다면 그 부담은 도민에게 돌아간다.
도정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같은 당에서도 나왔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안광률 대표의원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추 지사의 중앙정치 관련 행보를 비판하며 재정난에 걸맞은 행동을 요구했다. 안 대표의원은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도 민생 관련 예산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도 집행부의 판단을 도의회 다수당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개혁 등 국가적 의제에 대해 도지사가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이유로 중앙정치 현안에 침묵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발언의 자유와 직무의 우선순위는 구분해야 한다. 재정 비상을 선언한 상황이라면 도민과 의회를 설득하고 민생 대책을 마련하는 데 그만큼의 정치적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추 지사의 중앙정치 발언을 곧바로 대선 출마 준비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도정의 갈등은 풀리지 않은 채 전국적 논쟁에서의 목소리만 커진다면 대권을 앞세운다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는 커진다. 이런 평가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발언을 통한 반박이 아니라 도민이 확인할 수 있는 성과다.
관사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 지사의 사퇴를 요구한 청원인은 재정 긴축을 추진하면서 보증금 12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관사로 계약한 문제 등을 제기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14일 동의자 1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도는 민생예산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왜곡이라며 반박했다.
관사의 적정성은 금액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업무상 필요성, 계약 조건, 대체 가능한 시설, 전체적인 비용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세보증금과 소모성 지출의 회계적 성격도 다르다. 그렇더라도 도민에게 긴축을 요구하는 시기에 기관장의 주거 비용이 논란이 됐다면, 행정적 타당성과 함께 공적 설득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규정에 맞게 처리했다는 설명만으로 도민의 의문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는다. 왜 해당 주택을 선택했는지, 비용을 줄일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긴축 기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의 솔선수범은 선언의 강도가 아니라 실제 선택과 그 선택을 설명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사퇴 청원 역시 숫자만으로 도민 전체의 뜻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동의가 모였다는 사실은 행정에 대한 불만과 설명 요구가 존재한다는 신호다. 청원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항목별로 자료를 제시해 바로잡고, 타당한 지적은 정책 보완으로 연결해야 한다. 불만을 제기한 시민을 설득의 대상이 아닌 정치적 반대편으로만 바라본다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비판을 대하는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시민의 주장이 거칠거나 행정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문제 제기까지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게시판과 청원 창구는 기관장의 평판을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민의 의견을 듣는 공적 통로다. 운영 규정은 일관되게 적용하되 정책 비판은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정치인에게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책임이 있다. 정치적 지지 여부에 따라 시민의 목소리를 다르게 평가한다면 소통에 대한 신뢰는 약해진다. 행정의 권위는 불편한 질문을 줄이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질문에 답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추 지사가 지금 증명해야 할 것은 더 큰 자리에 대한 가능성보다 현재 맡은 자리의 책임이다. 재정 조정의 기준을 공개하고, 민생 지원의 공백을 줄이며, 의회와 협의해 실행 가능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도민에게 요구하는 인내만큼 도정도 투명성과 책임으로 답해야 한다.
경기도청은 도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행정기관이다. 더 큰 정치적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그 출발점 역시 경기도정이어야 한다. 도민의 신뢰를 쌓는 과정 없이 국가 운영의 비전부터 앞세운다면 ‘김칫국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추 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경기도의 밥상을 제대로 차리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