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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된 수도권 규제, 인천의 발목 잡나…민선 9기 ‘성장 억제법’ 개정 촉구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7건 국회 계류…‘인구감소권역’ 신설도 제자리

인천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규제받고 국가 지원에서도 배제되는 이중 소외”

비수도권 반발 넘어 지역별 인구·산업 여건 반영한 정밀 규제체계 마련해야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8/12 [08:33]

44년 된 수도권 규제, 인천의 발목 잡나…민선 9기 ‘성장 억제법’ 개정 촉구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7건 국회 계류…‘인구감소권역’ 신설도 제자리

인천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규제받고 국가 지원에서도 배제되는 이중 소외”

비수도권 반발 넘어 지역별 인구·산업 여건 반영한 정밀 규제체계 마련해야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8/12 [08:33]

[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인천의 성장과 개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돼 온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다시 커지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틀로 인천 전역을 묶어 규제하는 현재의 제도가 원도심 쇠퇴와 접경·도서지역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 인천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수도권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각종 개발과 시설 유치에서 제한을 받으면서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에서는 비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중 소외’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선 9기 인천시와 군·구가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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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성장억제법을 상징적 이미지(ai그림)    

 

1982년 만들어진 규제체계, 변화한 인천 현실 반영 못 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기 위해 1982년 제정됐다.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하고 권역별로 도시개발과 산업시설, 대학, 공공청사, 관광시설 등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신설과 증설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 제정 당시에는 급격한 산업화와 서울 집중을 억제한다는 정책적 필요성이 컸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현재 수도권 내부의 여건은 크게 달라졌다. 서울과 인접한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와 산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인천 원도심과 강화·옹진 등 접경·도서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기반 약화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인천 동구 등 일부 원도심은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지역 쇠퇴가 심화하고 있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지리적·안보적 특수성까지 안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법은 이들 지역을 서울과 동일한 수도권 범주로 다루고 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완화하거나 적용 기준을 조정하기 위한 개정안 7건이 발의됐다. 2024년 4건, 2025년 2건, 2026년 1건이 제출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기존 3개 권역에 ‘인구감소권역’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도권에 속하더라도 인구가 감소하거나 지역소멸 위험이 큰 곳은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별도의 제도적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됐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비수도권의 반발과 지역균형발전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입법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는 균형발전 훼손 우려…인천은 ‘이중 소외’ 반박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내 낙후지역을 이유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한다는 법 제정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회 검토보고서에도 개정안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충돌할 수 있고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도권 안의 인구감소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고치기보다 개별 법률과 별도 지원사업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현재의 제도가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하기보다 새로운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수도권 규제를 적용할 때는 인천을 서울과 같은 권역으로 묶으면서 공공기관 이전이나 지역 발전 지원, 전기요금 차등제 등에서는 비수도권을 우선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인천 소재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 문제 등을 대표적인 이중 소외 사례로 제시했다. 인천은 발전시설과 공항, 항만, 매립지 등 국가 기반시설을 다수 부담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보상과 규제 개선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다.

 

민선 9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도 박 시장에게 전달한 권고안에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주요 시정과제로 포함했다. 필요할 경우 경제자유구역 관련 법률까지 함께 개정해 인천의 투자·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경제자유구역과 항만·공항을 보유한 인천은 국제도시와 물류·첨단산업 거점이라는 국가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반면 수도권 규제로 대학과 기업, 공공시설 유치에 제약을 받는 모순도 안고 있다. 국가가 인천에 요구하는 기능과 현행 규제체계 사이의 불일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전면 해제보다 ‘지역 맞춤형 규제’가 현실적 대안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은 민선 9기 인천지역 기초단체장들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각 군·구가 내놓은 산업단지 조성, 교육기관 유치, 공공시설 확충, 관광개발과 도시재생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현행 수도권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해구는 지난달 인천지역 군·구와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마련하고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현실적인 재조정을 건의했다. 단순한 규제 철폐가 아니라 지역의 인구와 산업, 교통, 기반시설 상황에 따라 규제 대상과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수도권 내부에서 보면 규제가 지나치게 강한 측면이 있지만,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두 정책 목표가 충돌하는 만큼 즉각적인 개정보다는 규제 대상과 적용 기준을 정비하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인천이 요구하는 방향도 수도권 규제의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에 가깝다. 서울과 가까운 과밀지역, 인구가 감소하는 원도심, 접경·도서지역, 경제자유구역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을 방지한다는 정책 목표와 인천 내부의 지역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는 서로 배척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인구와 산업이 증가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필요한 규제를 유지하되 인구감소지역과 접경·도서지역, 국가전략산업 거점에는 제한적인 특례를 적용하는 정밀한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

 

법 개정 과정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 구도를 넘어서는 접근도 필요하다. 인천의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비수도권에 대한 재정·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완화로 발생하는 개발이익 일부를 국가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민선 9기 인천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단순히 ‘낡은 규제’라고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 어떤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규제 조정이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지 않으면서 인천 원도심과 접경·도서지역의 생존 기반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44년 전 만들어진 수도권 규제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변화한 인구와 산업 지형에 맞게 재설계할 것인지가 다시 국회와 정부의 판단대로 넘어갔다. 인천의 이중 소외를 해소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원칙도 지킬 수 있는 세밀한 입법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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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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