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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샤워기

강민숙 | 기사입력 2026/07/29 [21:20]

해바라기 샤워기

강민숙 | 입력 : 2026/07/29 [21:20]

해바라기 샤워기

 

 정윤서 시인 

 

욕실 벽에 매달린 해바라기 샤워기가

구멍 촘촘 물방울 머금고 있다

햇빛과 바람만이 끼니의 전부이던 때

온통 그을려야 생이 여문다 믿었던 적 있다

 

품었던 씨앗들 모두 탈골해 버리고

꺾어진 목으로 바닥을 향한 해바라기

반 평짜리 부스에서 고개 떨군 채

욕실 벽 파고든 제 밑동을 쳐다본다

 

벽 속 숨겨진 저 물관 따라가면

눈물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을까

땡볕 속 그늘나무 곁을 에돌던 그 사람은

어디에 도착해 있을까

 

빈집에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불혹을 넘어서도 가진 것은 눈물뿐

몸속의 누수를 감추고 또 감춰야 했던

쭉정이의 시간이 거울에 남는다

 

햇볕과 바람만이 끼니의 전부이던 시절에는

결코 울지 않겠다고 버티던 그 사람의 눈물샘에

그렁그렁 물방울이 맺혀 있다


    정윤서 시인은 2020년 미네르바 등단, 동국대 박사과정 재학 중(현대문학 전공)

2026년 경기문화재단 첫 책 발간 지원 공모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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