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불편한 질문’, 정작 질문의 방향이 틀렸다세계 AI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한국의 미래… 대통령은 글로벌 자본을 한국 AI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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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청와대 제공 |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산업 전환과 디지털 혁신 전략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단순한 기술 육성이 아니라, 한국을 아시아 AI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조적 전환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 VC와 AI 기업들은 한국을 단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공동 연구, 기술 개발, 데이터 협력, 아시아 시장 확장의 거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미 한국 내 연구소 설립과 공동개발 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유입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에 대한 장기적 베팅이다.
이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 구글, 아마존, 메타, 오픈AI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의 초기 성장 단계에 투자해온 경험을 가진 자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미래 기술 패권과 시장 지배력을 기준으로 투자한다. 한국 AI 산업 역시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과거에 한국에 얼마나 투자했는가”가 아니다. “앞으로 한국 AI 생태계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이다.
이번 회동의 또 다른 핵심은 자본 흐름의 구조 전환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자금은 대부분 미국 빅테크와 대형 기술기업으로 집중됐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 자금의 일부를 한국 벤처와 AI 기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국민연금공단과 글로벌 VC의 협력 논의는 단순한 투자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이미 해외 주식, 사모펀드, 빅테크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왔다. 문제는 그 자금이 국내 혁신기업으로 환류되는 구조가 약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직접 글로벌 VC를 만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해외 투자 네트워크와 국내 연기금의 자본력을 결합해 한국 AI·벤처 기업에 공동 투자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투자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 역량을 한국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자는 전략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여전히 “이 VC들이 한국에 얼마나 투자했는가”라는 과거 기준의 질문에 머물러 있다. 이는 새로운 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자리에서 “왜 지금까지 투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평가가 아니라 미래의 설계다.
기사에서 언급된 “한국에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이 없다”는 일부 VC의 발언 역시 맥락 없이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에 기술 기업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글로벌 대형 VC가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스케일업된 기업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한국의 유망 기업이 글로벌 스케일로 성장하기 전에 자금이 끊기는가. 왜 국내 금융 시스템은 부동산 중심에는 적극적이면서 기술 기업의 장기 성장에는 보수적인가. 왜 초기 창업 지원은 많지만 스케일업 단계의 자금은 부족한가.
기업이 커야 투자하는 구조와, 투자해서 기업을 키우는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실리콘밸리의 VC들은 처음부터 완성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큰 초기 단계에서 과감하게 자본을 투입해 기업을 성장시킨다.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기업들도 초기에는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었다. 그러나 장기 자본이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이 구조다. AI와 딥테크 산업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 기술 경쟁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한국 스타트업의 내수 중심 구조와 초기 창업 편중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순간 다시 과거 투자 실적을 문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다.
과거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지금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성장 단계의 자금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글로벌 VC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번 회동의 성패는 행사 당일의 사진이나 참석자 명단이 아니라 앞으로의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글로벌 VC가 실제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지, 한국 AI 기업에 성장 자금이 공급되는지, 글로벌 시장 진출과 M&A, IPO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언론이 던져야 할 질문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과 글로벌 VC의 협력이 어떤 펀드 구조로 구체화되는가. 한국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와 일정은 무엇인가. 해외 빅테크 투자에서 축적된 자본과 네트워크가 국내 혁신기업으로 어떻게 환류되는가. AI 산업의 스케일업 단계 자금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이런 질문은 정책을 발전시키는 생산적 비판이다.
그러나 과거 투자 실적만을 기준으로 이번 회동을 ‘잔치’나 ‘쇼’로 규정하는 것은 새로운 산업 전환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냉소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를 따지는 질문이 아니라, 한국 AI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자본 구조의 재설계다.
잔치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글로벌 자본과 한국 AI 생태계가 함께 식탁을 차리기 시작한 단계다.
그리고 진짜 불편한 질문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동안 수백조 원의 자본을 운용하면서도 한국의 AI·벤처 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국내 투자 구조와 금융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