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보완수사권 폐지 땐 피해자 구제 공백”…검·경 상호견제 필요성폭력·스토킹 사건 부실수사 우려…“여성·아동·사회적 약자가 최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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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장면 재구성 (ai활용) |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여성·아동과 사회적 약자의 피해 구제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단체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사건이 축소될 경우 이를 바로잡을 제도적 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성폭력과 가정폭력,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진술과 정황 증거를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사건이 많아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면서 수사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의 권한을 유지하는 방식보다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보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윤기 사건’이 다시 불붙인 보완수사권 논쟁
최근 광주 광산구에서 고등학생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살해한 이른바 ‘장윤기 사건’은 보완수사권 논쟁에 불을 붙였다.
경찰 간부인 가해자의 아버지가 사건을 일반 살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하도록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처럼 경찰 내부의 이해관계나 부실수사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될 경우 수사 오류를 바로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하거나 추가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범죄가 적지 않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폭력·스토킹 사건, 부실수사 바로잡을 제도적 통로 필요
성폭력과 가정폭력, 스토킹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복잡하고 반복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 수사가 미흡하면 피해자가 지속적인 위협과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천정아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서 경찰이 범죄를 가볍게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검찰이 서로 수사를 점검하고 보완하면서 범행의 전모를 밝히는 구조가 피해자 구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스토킹처벌법상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위반한 가해자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자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추가 스토킹 범행을 밝혀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피해자를 추가 범죄 위험에서 보호했다.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시설인 ‘색동원’ 성폭력 사건에서도 검찰이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해 직접 수사한 결과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피해자 1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 같은 사례는 보완수사가 단순한 검찰 권한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피해자를 찾아내고 추가 범죄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검찰 권한 유지 넘어 경찰 수사 역량 강화도 병행해야
여성단체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유지 여부만으로 피해자 보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해자를 처음 만나는 기관이 경찰인 만큼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보호 역량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인권플러스 김성미경 대표는 피해자 법률 지원 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발언을 하거나 사건을 가볍게 판단해 송치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경찰의 성인지 교육 강화, 부실수사에 대한 엄중한 책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제도 확대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완수사권 논쟁은 검찰과 경찰 가운데 어느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부실수사와 권한 남용을 어떻게 막고 피해자를 끝까지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는 수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경찰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이중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사권 개혁의 최종 기준은 기관의 권한이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 권리 구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