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바라본 세상을 영화로 잇고 싶다”…서울청소년실험영화제 만든 10대 주현후 감독8월 7~8일 신촌 필름포럼서 약 25편 상영
|
![]() ▲ 주현후 청소년 감독겸 영화제 기획자 |
청소년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를 만든 청소년 감독겸 영화제 디렉터를 만났다.
청소년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자신들이 바라본 사회를 스크린 위에서 이야기하는 영화제를 실제 만든 주현후 10대 감독 그가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었일까? 궁금했다.
오는 8월 7일부터 8일까지 서울 신촌 필름포럼에서 개최될 예정인 ‘서울청소년실험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는 청소년과 학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약 25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를 기획한 청년 감독은 아직 대학에 재학 중인 10대 영화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미국의 예술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으며, 방학 동안 한국에 머물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직접 영화제를 만든 이유는 단순히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본 방식과 오늘날 청소년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영화로 연결하고,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 창작자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서울청소년실험영화제'는 기존 영화제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번 영화제는 문장청소년문학상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자이자 영화비평가인 주현후(18·시카고예술대) 군이 직접 설립하고 기획을 총괄했다.
주현후 군은 "청소년들이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사회와 인간, 예술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세상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상업성과 흥행보다 새로운 질문과 도전 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주목받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제 기획자는 최근 청소년 영화제에서도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이 충분히 소개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경험하는 문제를 영화로 표현해도 정치적이거나 민감하다는 이유로 상영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런 작품들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과거 학생들이 제작한 사회적 다큐멘터리와 오늘날 청소년들이 만든 작품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오래전에 제작된 학생영화를 발굴해 복원한 작품도 상영된다. 그는 해당 작품에 대해 “한국에서 초창기에 만들어진 사회적 성격의 학생 다큐멘터리 가운데 하나”라며 “필름을 발견해 복원했고,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시 관객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짧은 다큐멘터리도 소개된다. 사회적 사건이나 집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청소년의 눈으로 기록한 5분 안팎의 작품들이다.
그는 “과거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본 방식과 지금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나란히 놓고 보고 싶었다”며 “시대는 달라졌지만 청소년이 느끼는 문제의식과 질문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제가 앞으로 집중하려는 주제는 청소년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다.
학교폭력과 입시 경쟁, 부모와 자녀의 갈등, 고립과 우울, 극단적 선택, 해외 유학 생활과 문화적 차이 등 청소년들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무거운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며 “부모들은 공부하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관계와 미래, 정체성의 문제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를 영화를 통해 부모와 사회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는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보다 청소년의 솔직한 시선과 실험정신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촬영 기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만의 문제의식과 표현 방식을 가진 작품을 적극 소개할 예정이다.
영화제를 만든 기획자는 장래 희망에 대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가운데 실력이 있어도 대학이나 제작사에 들어가지 못해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화는 반드시 좋은 학교를 나와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능력이 있는 청소년이 작품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영화제가 필요하다”며 “청소년 영화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그가 그리고 있는 영화제는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다. 감독과 배우, 작가, 촬영·편집 인력 등 영화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는 “한 사람의 감독으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도 관심이 많다”며 “영화계에서 빛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내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청소년이 직접 영화제를 기획하다 보니 법인과 사업자등록, 극장 대관, 작품 모집, 심사위원 섭외, 홍보, 예산 확보 등 모든 과정이 낯설었다. 영화 상영을 위해 관련 자격을 갖춘 단체와 협력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첫 회부터 지나치게 규모를 키우기보다 청소년 영화제만의 분명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영화제가 첫 회에 너무 많은 작품과 행사를 추진하다가 예산 문제로 중단된다”며 “처음에는 10~15편 정도의 작품을 중심으로 작게 시작하고,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문제처럼 명확한 주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 수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제가 왜 존재하는지 사회에 알리는 것”이라며 “언론 보도와 인터뷰,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기획자와 영화제의 철학을 알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화제 측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년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건이 갖춰질 경우 연말에 두 번째 행사를 열고, 이후 조직위원회와 후원 체계를 구성해 정례 영화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언론사, 영화계 관계자들과 협력해 청소년 영화 제작 교육과 상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해외 영화학교와 청소년 영화인들의 교류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국내 청소년 창작자를 연결해 공동제작과 작품 교환 상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영화제 기획자는 “영화산업은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이야기”라며 “인공지능과 새로운 제작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느냐가 영화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만든 영화는 단순한 학생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 청소년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기록”이라며 “서울청소년실험영화제가 그 기록을 지키고 세상과 연결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