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시정의 주인”…박찬대 인천시, 보여주기 넘어 실질 참여로 간다공론화위원회·주민참여예산 등 기존 제도는 충분…문제는 지속성과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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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대 인천시장 조성화 |
[내외신문/전용현 기자]이재명 정부가 국무회의 생중계 등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국민 참여를 강조하는 가운데, 민선 9기 박찬대 인천시정도 ‘시민이 참여하는 시정’을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1일 취임 직후 공직사회에 시민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책 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고 숙의하며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인천시는 이미 공론화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원탁토론회, 민관협치위원회 등 다양한 시민 참여 제도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시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기존 제도가 사실상 중단되거나 유명무실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박찬대 시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시민의 권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정 기조까지 바꾼 인천시 공론화위원회
인천시는 2019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상설화했다. 공공 갈등이 발생한 주요 현안을 의제로 선정하고, 시민들이 숙의와 토론을 거쳐 정책을 권고하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공론화 의제는 ‘친환경 폐기물 관리 정책과 인천 자체 매립지 조성’이었다.
인천시는 2020년 시민 3천여명을 대상으로 기초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시민참여단 400명이 참여하는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와 인천 자체 매립지 조성, 폐기물처리시설 현대화와 신규 설치 등의 정책 권고안을 마련했다.
당시 공론화 결과는 민선 7기 인천시정의 폐기물 정책 방향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장기간 해결되지 못했던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시민 숙의를 통해 공론의 장으로 옮겨졌고, 시민 참여가 시정 기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지역 인사들은 시민 참여가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시정부 바뀌자 멈춘 제도…시민 권고도 함께 사라져
문제는 시민들이 오랜 시간 숙의해 내놓은 정책 권고가 시정부 교체 이후 사실상 폐기됐다는 점이다.
민선 7기에서 추진됐던 인천 자체 매립지 조성 정책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중단됐다. 공론화위원회도 2021년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로 개편됐지만, 이후 실질적인 활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조사와 토론에 참여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시정부가 바뀌면서 공론화 결과가 계승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시민 참여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향후 공론화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인천시는 공론화위원회 외에도 시민참여정책위원회, 시민원로회의, 주민참여예산제, 인천시민원탁토론회, 민관협치위원회, 숙의시민단, 시정혁신단 등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시장이 바뀔 때마다 조직 명칭과 운영 방식이 변경되고, 전임 시정부가 만든 제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는 일이 반복됐다.
시민 참여가 시장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중단되는 임시 제도로 머문다면, 행정의 신뢰와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정 단체 독식 막고 시민 권고에 책임 부여해야
시민 참여 제도의 또 다른 과제는 참여의 대표성과 다양성이다.
시민 참여 기구가 일부 단체나 특정 인사 중심으로 운영되면 일반 시민의 참여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특정 조직이 위원회와 협치 기구를 반복적으로 독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시정부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현안의 책임을 시민 참여 기구에 떠넘기거나, 공론화를 명분으로 정책 결정을 지연시키는 문제도 경계해야 한다.
시민 참여는 행정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가 아니라, 정책의 정당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무작위 시민추첨제와 세대·지역·직업별 참여 비율을 도입하고, 회의 과정과 정책 권고안, 시의 수용 여부를 공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시민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시정부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도록 하는 제도도 검토할 수 있다.
박찬대 인천시정이 시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새로운 위원회를 만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존 제도를 점검하고, 시장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의 의견을 듣는 시정을 넘어, 시민의 결정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시정을 만드는 것이 민선 9기 인천시의 과제다. 시민 참여의 틀은 이미 마련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틀에 권한과 책임, 지속성을 채워 넣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