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신작 ‘쿵푸사커’ 한국 축구 비하 논란…서경덕 “주변국 모욕 말아야”이화여대 연상시키는 여자축구팀, 반칙·외모 치중 선수들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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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
중국 배우 겸 감독 주성치가 연출한 신작 영화 ‘쿵푸사커’(功夫女足)가 한국 여자축구팀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적 과장과 코미디라는 외피를 내세웠지만, 특정 국가와 대학을 연상시키는 설정을 통해 한국 선수들을 반칙과 외모에만 집착하는 집단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풍자를 넘어선 국가 이미지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화여자 축구팀’, 한국 대학과 대표팀 겨냥했나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한 ‘쿵푸사커’는 2001년 흥행작 ‘소림축구’의 후속작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약체 여자축구팀이 무술을 축구에 접목해 성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으며, 개봉 사흘 만에 누적 박스오피스 6억 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화여자 축구팀’의 묘사다. 해당 팀은 국내 이화여자대학교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경기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고의로 넘어뜨리거나 각종 비겁한 수단을 동원하는 ‘반칙 축구팀’으로 그려진다.
선수들은 경기력보다 서클렌즈와 화장에 관심을 쏟는 인물들로 묘사됐고, 상대 선수에게 반칙을 가한 뒤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장면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눌한 한국어 대사까지 삽입되면서 한국 선수와 한국 문화를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미디 영화에서 과장된 캐릭터와 비현실적인 상황이 활용되는 것은 일반적인 연출 방식이다. 그러나 특정 국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팀명과 언어, 외모, 경기 방식을 한데 묶어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했다면 이는 단순한 B급 유머나 풍자로만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쇼트트랙 이어 축구까지…반복되는 ‘한국은 반칙국가’ 프레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중국 문화 콘텐츠에서 한국 스포츠를 ‘반칙’과 연결하는 묘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서 교수는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베이징시 광전총국이 공개한 쇼트트랙 영화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반칙을 일삼는 인물로 묘사돼 큰 논란이 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허구적인 영화라고 해도 쇼트트랙과 축구 등을 소재로 한국 스포츠계를 지속적으로 모욕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발생한 일부 사건이나 판정 논란을 특정 국가 선수 전체의 특성처럼 일반화하는 것은 국가 간 혐오와 편견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대중적 파급력이 큰 영화가 ‘한국 선수는 반칙을 일삼는다’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생산할 경우 해외 관객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성 선수들을 경기력보다 화장과 외모에 집착하는 인물로 묘사한 부분 역시 여성 스포츠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개봉 전 바로잡아야”…흥행보다 무거운 문화적 책임
‘쿵푸사커’는 오는 8월 해외 개봉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 시장에서 웃음의 소재로 소비된 장면들이 국제시장에서도 그대로 상영될 경우 논란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더 이상 선을 넘는 비유로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에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특정 국가와 국민을 조롱하고 왜곡할 자유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웃음은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혐오와 편견까지 함께 수출돼서는 안 된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인인 주성치와 제작진은 논란을 단순한 흥행 홍보나 국가 간 감정싸움으로 치부하기보다, 작품이 주변국 관객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를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코미디의 완성도는 누군가를 낮춰 세우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향하는 문화 콘텐츠라면 흥행 성적표만큼이나 타국의 문화와 국민을 대하는 최소한의 존중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