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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없이 떠넘긴 노동감독권…인천시, 101명 계획에 9명만 채용

국가사무 지방 이양했지만 인건비·운영비 국비 지원은 ‘공백’

연간 140억~150억원 필요…재정난 인천시, 자체 충원 사실상 불가능

산업재해 책임은 지자체 몫…정부 예산 반영 없으면 제도 유명무실 우려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6/07/15 [08:38]

예산 없이 떠넘긴 노동감독권…인천시, 101명 계획에 9명만 채용

국가사무 지방 이양했지만 인건비·운영비 국비 지원은 ‘공백’

연간 140억~150억원 필요…재정난 인천시, 자체 충원 사실상 불가능

산업재해 책임은 지자체 몫…정부 예산 반영 없으면 제도 유명무실 우려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6/07/15 [08:38]

[내외신문/전용욱 기자] 국가가 담당해 온 노동감독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일부 이양됐지만, 정작 인건비와 운영비 등 관련 예산은 지원되지 않으면서 인천시의 지방노동감독관 도입 계획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인천시는 내년 2월까지 지방노동감독관 101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우선 채용 인원을 9명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노동감독관 101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인건비와 현장 감독 비용 등을 포함해 연간 140억~15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의 국비 지원 방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재정 부담을 인천시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권한은 지방으로, 예산은 국가에 남았다

 

지난 3월 제정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은 고용노동부가 수행해 온 노동감독 권한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은 올해 말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 이후 노동감독관은 고용노동부 소속 중앙노동감독관과 전국 16개 시도 소속 지방노동감독관으로 나뉘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감독 인력을 확대하고,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업자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 대한 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에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정부 인력만으로 전국의 영세 사업장과 취약 노동현장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정부가 지역 산업구조와 사업장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권한 이양의 명분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방노동감독관 정원만 배정하고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제도 시행의 책임과 비용이 분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방노동감독관 약 1천500명의 정원을 배정했으며, 인천에는 101명이 할당됐다. 인천시는 법 시행 시점에 맞춰 채용을 준비했지만, 최근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비 지원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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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ai활용    

 

101명 필요한데 9명뿐…현장 감독 공백 우려

 

지방노동감독관 1명에게 들어가는 연간 인건비는 약 9천만~1억원으로 추산된다. 인천시가 배정받은 101명을 모두 채용하려면 인건비만 최소 9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여기에 현장 출동 차량, 조사 장비, 교육비, 사무공간, 행정 시스템 구축비 등 운영비를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연간 140억~15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현재 인천시는 각종 재정 부담으로 일부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100억원이 넘는 노동감독 비용을 전액 시비로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공무원을 노동감독 업무에 전환 배치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지방노동감독관은 일반 행정직과 다른 별도의 ‘노동직’으로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노동관계법 지식과 현장 조사 역량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교육을 통해 기존 인력을 배치하기도 어렵다. 결국 신규 인력 채용이 불가피하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원만 있고 사람은 없는 ‘종이 조직’에 머물 수 있다.

 

인천시가 올해 9명만 우선 채용할 경우 감독관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사업장 수와 업무량도 과도해질 가능성이 크다.

 

인천에는 남동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제조업·물류업·건설업·서비스업 사업장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 주변에는 물류·운송 사업장이 밀집해 있고, 소규모 제조업체와 하청업체도 많아 산업재해 예방과 임금체불 점검 수요가 적지 않다.

 

101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업무를 9명이 수행할 경우 실질적인 현장 점검보다는 신고 사건 처리와 사후 대응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재 책임까지 지방 몫…국비 지원 제도화해야

 

가장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다. 노동감독 권한이 지방정부에 부여되면 소규모 사업장 등 지방노동감독관의 관리 대상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의 감독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예방 중심의 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권한은 부여하면서 감독에 필요한 재정과 조직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에 책임만 전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서도 노동감독 업무는 본래 국가가 수행해 온 사무인 만큼, 지방정부로 권한을 넘길 때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포함한 재정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정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지방비 부담으로 제도를 운영하면 지역별 노동감독 서비스 격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재정이 넉넉한 지방정부는 충분한 감독관을 채용할 수 있지만, 재정이 어려운 지역은 최소 인력만 운영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 보호 수준이 거주 지역이나 사업장 소재지의 재정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천시는 내년도 정부 예산에 지방노동감독관 인건비와 운영비를 반영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국비 지원 방안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 인천시의 나머지 92명 채용도 기약하기 어렵다. 제도가 예정대로 시행되더라도 현장에서는 감독 인력 부족에 따른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산업재해 예방과 취약 노동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정원 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넘겼다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행정 시스템도 함께 이양해야 한다.

 

책임만 지방에 넘기고 재정 지원을 외면한다면 지방노동감독관 제도는 출범과 동시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 여부가 인천 노동현장의 안전과 제도의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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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내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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