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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페이팔 마피아들이 장악한 백악관 ③

국가는 플랫폼을 빌리고, 플랫폼은 국가가 되었다

스타링크·비트코인·AI 무기체계가 만든 새로운 권력 지도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7/09 [09:36]

[기획] 페이팔 마피아들이 장악한 백악관 ③

국가는 플랫폼을 빌리고, 플랫폼은 국가가 되었다

스타링크·비트코인·AI 무기체계가 만든 새로운 권력 지도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7/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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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美 대통령이     김봉화 기자

 

DOGE가 남긴 것은 행정 데이터의 문이었다. 팔란티어가 보여준 것은 그 문을 통과한 테크 권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였다. 그러나 백악관 안으로 들어온 페이팔 마피아와 실리콘밸리 권력의 진짜 무대는 행정 효율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넓은 전장은 국가안보, 전쟁, 위성통신, 암호화폐, AI 외교다.

 

트럼프 2기에서 기술은 더 이상 산업의 이름이 아니다. 기술은 외교의 언어가 되었고, 군사작전의 신경망이 되었으며, 달러 패권의 새로운 포장지가 되었다. 과거 국가는 기업을 규제했다. 지금은 국가가 기업의 플랫폼을 빌려 통치하고, 기업은 국가의 권한을 빌려 시장을 확장한다.

 

이 장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기업은 스페이스X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스타링크가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 전장의 생명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될 때,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과 정부, 민간 통신을 이어주는 하늘 위의 통로가 됐다. 문제는 그 통로가 공공 인프라가 아니라 머스크 개인이 지배하는 민간 기업의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전쟁터에서 통신은 총알보다 먼저 움직인다. 드론이 날아가고, 포병이 좌표를 받고, 지휘부가 병력을 움직이는 모든 과정은 연결망 위에서 작동한다. 연결망을 누가 켜고 끄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기술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주권의 문제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이후 스타링크의 군사용 버전인 스타실드 활용을 확대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단말 일부가 더 안전한 군사용 위성망에 연결되도록 하는 계약도 추진됐다. 민간 위성이 전쟁 인프라가 되고, 기업 CEO의 판단이 동맹국의 작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군산복합체의 탄생이다. 과거 군산복합체는 탱크, 전투기, 미사일, 항공모함을 만들었다. 오늘의 테크 군산복합체는 위성망, 데이터 플랫폼, AI 표적화 시스템, 자율 드론, 암호화 통신망을 만든다. 무기의 외피는 금속에서 코드로 바뀌었고, 전장의 중심은 탄약고에서 클라우드로 이동했다.

 

관건은 이 변화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서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의회가 전쟁 예산을 심의하는 동안, 기업은 이미 전쟁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 장군이 작전계획을 세우는 동안, 알고리즘은 표적 후보를 정렬한다. 외교관이 동맹을 설명하는 동안, 위성사업자는 연결 가능 지역과 차단 가능 지역을 관리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이 붙는다. 암호화폐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을 ‘디지털 금융기술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행정명령을 냈다. 이후 백악관은 디지털자산 시장 실무그룹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과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구상을 국가전략의 일부로 끌어올렸다. 데이비드 색스는 백악관의 AI·크립토 책임자로 등장했다. 그는 페이팔 마피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가 디지털 자산을 통해 달러 패권을 새 방식으로 연장하려 한다는 점이다. 과거 달러 패권은 석유, 국채, 국제결제망, 미군 기지 위에서 작동했다. 이제 미국은 여기에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을 덧붙이려 한다.

 

달러는 은행 계좌를 통해 흐르던 시대에서 지갑 주소를 통해 흐르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기업이 발행하지만, 그 기초자산은 대부분 미국 국채와 달러성 자산이다. 민간 플랫폼이 커질수록 달러의 디지털 영토도 넓어진다. 이것은 규제 완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러 질서의 재배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는 부정적이면서도 민간 스테이블코인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국가가 직접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공공 통제가 전면에 선다. 반대로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면 시장의 얼굴로 달러 패권을 확장할 수 있다. 통제는 뒤에 숨고, 혁신은 앞에 선다.

 

이 구조에서 페이팔 마피아의 역할은 단순한 로비스트가 아니다. 이들은 결제, 플랫폼, 데이터, 투자, AI, 암호화폐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어낸다. 국가는 느리고, 시장은 빠르며, 규제는 낡았고, 소프트웨어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정치의 자리를 기술로 대체하려는 위험한 충동이 숨어 있다.

 

마지막 과제는 자율무기다. 팔란티어가 데이터와 표적화의 뇌라면, 앤두릴은 눈과 팔에 가깝다. 팔머 러키가 세운 앤두릴은 감시탑, 드론, 자율 방어체계, AI 기반 전장 인식 시스템을 앞세워 기존 방산업체의 틈을 파고들었다. 2026년 미 육군이 앤두릴과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는 이 흐름이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제도권 군사조달의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전쟁은 인간 병사의 용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센서가 먼저 보고, AI가 먼저 분류하고, 드론이 먼저 접근한다. 인간은 승인 버튼을 누르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 더 위험한 경우 인간은 이미 짜인 판단 경로를 사후 승인하는 존재로 축소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민주주의의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누가 죽일 대상을 정하는가. 지휘관인가, 코드인가. 책임은 누가 지는가. 군인가, 기업인가. 오판이 발생했을 때 청문회에 서야 할 사람은 장관인가, 개발자인가, 투자자인가.

 

테크 권력은 늘 속도를 말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속도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는 지연, 토론, 기록, 반대, 책임이 필요하다. 효율만 남고 숙의가 사라질 때 국가는 플랫폼처럼 작동한다. 사용자는 약관에 동의하고, 시민은 시스템에 편입된다.

 

트럼프 2기의 기술정책은 바로 이 경계선을 흐리고 있다. AI는 행정 효율의 도구가 되고, 팔란티어는 군과 이민 시스템의 중추가 되며, xAI는 연방기관의 업무 도구로 들어간다. 스페이스X는 위성전장의 관문이 되고, 앤두릴은 자율무기 시대의 상징이 된다. 데이비드 색스는 AI와 암호화폐 정책의 설계자로 등장하고, 피터 틸의 세계관은 안보와 금융의 뒷면에서 계속 작동한다.

 

이것은 단순한 인맥 정치가 아니다. 하나의 권력 문법이다. 페이팔에서 출발한 결제 혁명은 플랫폼 자본주의를 거쳐, 국가 운영의 모델로 되돌아왔다. 돈을 이동시키던 사람들이 데이터를 이동시키고, 데이터를 이동시키던 사람들이 전쟁과 이민과 행정을 이동시키고 있다.

 

미국의 변화는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역시 AI 행정, 디지털 신분증, CBDC, 스테이블코인, 국방 AI, 데이터 기반 복지행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기술을 누가 설계하고, 누가 검증하며, 누가 책임지는가다.

 

국가는 기술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는 기술기업의 하청 운영체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은 효율적이어야 하지만, 효율이 감시의 다른 이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방은 첨단화되어야 하지만, 첨단화가 책임 없는 자동살상의 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은 디지털화되어야 하지만, 디지털화가 민간 플랫폼의 화폐주권 잠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페이팔 마피아들이 장악한 백악관의 본질은 몇몇 부자의 출세담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기능이 플랫폼 기업의 논리로 재작성되는 과정이다. 행정은 API가 되고, 시민은 데이터셋이 되며, 전쟁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되고, 화폐는 민간 지갑 속 달러 토큰이 된다.

 

국가는 누구의 운영체제로 작동하는가.
국민이 선출한 정부인가, 계약을 따낸 테크 기업인가.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의회인가, 위성망과 AI 표적화 시스템인가.
화폐를 설계하는 것은 중앙은행인가, 플랫폼 자본인가.
민주주의는 투표함에만 있는가, 아니면 서버실에도 있어야 하는가.

 

DOGE는 행정의 문을 열었다.

 

팔란티어는 그 문 안쪽에 데이터 통치의 기계를 들여놓았다. 스페이스X와 앤두릴, xAI와 암호화폐 정책은 그 기계가 이제 국경 밖으로, 전쟁터로, 금융시장으로, 동맹의 구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소란스러운 탱크 소리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조용한 계약서, 매끈한 대시보드, 값싼 AI 구독료, 안정적인 위성 신호, 혁신이라는 이름의 규제 완화로 온다. 그리고 사람들이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국가는 이미 플랫폼의 언어로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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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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