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페이팔 마피아들이 장악한 백악관 ②DOGE는 끝났지만, 테크 권력은 더 깊숙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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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2기는 트럼프와 일론머스크 그리고 도지로 시작했다(그림 =ai생성( |
더 중요한 장면은 팔란티어의 약진이다. DOGE가 논란 속에 흔들리는 동안, 피터 틸이 공동창업한 팔란티어는 조용히 연방정부 핵심 계약의 수혜자가 됐다.
와이어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크게 확대했고, 액센추어·부즈앨런·딜로이트 등 기존 대형 컨설팅·정부계약 업체들이 흔들리는 사이 팔란티어가 정부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 업체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흐름은 국방 영역에서 더 선명하다. 2025년 7월 미 육군은 팔란티어에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계약이 팔란티어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미군의 데이터·AI 전략에서 팔란티어의 지위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미군은 AI 표적화 소프트웨어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에도 7억9500만 달러를 배정한 바 있다.
출발점은 예산 절감이었지만, 도착점은 전쟁의 알고리즘화였다. 팔란티어는 더 이상 정부의 보조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니다.
군의 데이터 통합, 정보 분석, AI 표적화, 작전 판단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과거 군산복합체가 무기와 탄약을 공급했다면, 지금의 테크 군산복합체는 데이터와 예측 모델, 알고리즘 판단 체계를 공급한다.
또 하나의 축은 이민 통제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는 2025년 팔란티어와 ‘ImmigrationOS’ 구축 계약을 맺었다. 해당 플랫폼은 불법체류 의심자 식별과 추적, 추방 업무 지원을 목표로 하며, 계약 규모는 약 3,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미국이민위원회는 이 시스템이 2025년 9월 시제품 납품, 2027년까지의 계약 기간을 전제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민주주의의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행정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구축된 시스템이 이민자 추적과 추방, 군사 표적화, 공공 데이터 통합에 쓰일 때 시민은 더 이상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의 항목이 된다.
사람은 이름과 얼굴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위험도와 위치, 체류 상태와 행동 패턴으로 분류되는 객체가 된다.
논란은 법정으로도 번졌다. DOGE의 개인정보 접근을 둘러싸고 여러 소송이 제기됐고, 2025년 6월 미 연방법원은 인사관리처가 DOGE 측에 광범위한 IT 시스템 접근권을 준 과정이 법과 사이버보안 관행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DOGE가 단순한 정치 논란이 아니라 법적·제도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과제는 AI 조달이다. 머스크가 정부 직책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의 기업은 다시 정부 시장으로 들어왔다. 2025년 9월 미국 조달청 GSA는 머스크의 xAI와 계약을 맺고, 연방기관들이 Grok AI 모델을 기관당 0.42달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은 18개월 동안 유효하며 2027년 3월까지 이어진다.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머스크 개인은 백악관에서 멀어졌지만, 머스크의 AI는 연방기관 안으로 들어갔다. 인물은 퇴장했지만 플랫폼은 입장했다. 정치권력은 사람을 내보내도 시스템을 남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1편의 문제의식은 2편의 현실로 이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에도 AI와 양자, 암호기술, 금융기술 관련 행정명령을 잇따라 내놓으며 기술정책을 국가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백악관 행정명령 목록에는 2026년 6월 ‘첨단 인공지능 혁신과 안보 촉진’, ‘첨단 암호 공격 대비’, ‘양자 혁신’ 관련 명령들이 올라와 있다. 기술은 이제 산업정책이 아니라 안보정책, 행정정책, 금융정책, 통제정책의 공통 언어가 됐다.
2025년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머스크의 백악관 입성’이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 운영 방식의 플랫폼화였다.
국가가 기업의 속도를 빌리고, 기업은 국가의 권한을 빌렸다. 백악관은 효율을 말했고, 기업은 혁신을 말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시민의 개인정보, 이민자의 이동, 군의 표적 판단, 공공기관의 행정 시스템은 거대한 데이터 통치의 재료가 됐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이 어디에 축적되는지,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는지, 어떤 알고리즘이 공적 결정을 대신하는지 감시할 때 유지된다. 오늘의 미국은 선출된 대통령과 선출되지 않은 기술 권력이 서로를 이용하며 새로운 과두정의 작동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DOGE는 끝났을 수 있다. 머스크의 백악관 시대도 한 차례 막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러나 팔란티어의 군사 계약, xAI의 연방정부 AI 공급, ImmigrationOS의 이민 감시, 연방기관 데이터 접근 논란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누가 국가를 운영하는가.
선출된 권력인가, 계약을 따낸 플랫폼인가.
법률인가, 알고리즘인가.
국민인가, 데이터인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쿠데타처럼 오지 않는다. 그것은 효율이라는 이름의 문서, 보안이라는 이름의 계약, 혁신이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온다. 그래서 더 조용하고, 더 빠르며, 더 위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