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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페이팔 마피아들이 장악한 백악관 ②

DOGE는 끝났지만, 테크 권력은 더 깊숙이 들어왔다

머스크는 떠났고, 팔란티어는 남았다

백악관의 ‘효율’ 언어 뒤에 숨은 데이터 통치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7/08 [09:16]

[기획] 페이팔 마피아들이 장악한 백악관 ②

DOGE는 끝났지만, 테크 권력은 더 깊숙이 들어왔다

머스크는 떠났고, 팔란티어는 남았다

백악관의 ‘효율’ 언어 뒤에 숨은 데이터 통치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7/08 [09:16]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만들어진 ‘정부효율부’, 이른바 DOGE는 일론 머스크의 상징적 프로젝트였다.

 

백악관은 2025년 1월 20일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미국디지털서비스를 ‘미국 DOGE 서비스’로 재편하고, 각 연방기관에 DOGE 팀을 두도록 했다. 이 팀에는 통상 팀장, 엔지니어, 인사 담당자, 변호사가 포함되도록 설계됐다.

 

백악관 문건은 DOGE의 목표를 연방정부 소프트웨어와 IT 시스템 현대화, 데이터 연계, 효율성 증대로 설명했다.

 

문제는 이 ‘효율’이라는 말이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정부 내부 데이터 접근권의 재편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같은 행정명령은 DOGE가 각 기관의 비공개 행정 기록, 소프트웨어 시스템, IT 시스템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를 작게 만들겠다는 말은 곧 정부 데이터를 한곳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변곡점은 인력 구조였다. 2025년 2월 11일 백악관은 연방 인력 감축과 채용 제한을 추진하면서, 각 기관의 신규 채용 판단 과정에 DOGE 팀장이 관여하도록 했다.

 

기관이 어떤 자리를 비워둘지, 어떤 자리를 유지할지, 어떤 조직을 축소할지에 기술팀이 사실상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선출되지 않은 기술 관료 집단이 행정국가의 내부 회로에 들어간 사건이었다.

 

관건은 DOGE가 영구 조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백악관 문건상 DOGE 임시조직은 2026년 7월 4일 종료되는 18개월짜리 조직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임시조직이 남긴 효과는 임시적이지 않았다. 행정명령은 DOGE 종료가 다른 권한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머스크의 이름을 단 간판은 사라질 수 있지만, 데이터 접근과 소프트웨어 현대화라는 권력 구조는 행정 시스템 내부에 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5년 5월 DOGE 수장 역할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로는 특별정부공무원의 근무일수 제한이 이유였지만, 그가 주도한 정부 감축 방식은 이미 미국 정치와 행정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는 머스크 측근 세력을 줄이고 백악관 충성파 중심으로 재정렬하는 이른바 ‘탈머스크화’ 흐름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테크 권력의 퇴각이 아니라, 권력 배분 방식의 조정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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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2기는 트럼프와 일론머스크 그리고 도지로 시작했다(그림 =ai생성(    

 

더 중요한 장면은 팔란티어의 약진이다. DOGE가 논란 속에 흔들리는 동안, 피터 틸이 공동창업한 팔란티어는 조용히 연방정부 핵심 계약의 수혜자가 됐다.

 

와이어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크게 확대했고, 액센추어·부즈앨런·딜로이트 등 기존 대형 컨설팅·정부계약 업체들이 흔들리는 사이 팔란티어가 정부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 업체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흐름은 국방 영역에서 더 선명하다. 2025년 7월 미 육군은 팔란티어에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계약이 팔란티어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미군의 데이터·AI 전략에서 팔란티어의 지위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미군은 AI 표적화 소프트웨어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에도 7억9500만 달러를 배정한 바 있다.

 

출발점은 예산 절감이었지만, 도착점은 전쟁의 알고리즘화였다. 팔란티어는 더 이상 정부의 보조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니다.

 

군의 데이터 통합, 정보 분석, AI 표적화, 작전 판단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과거 군산복합체가 무기와 탄약을 공급했다면, 지금의 테크 군산복합체는 데이터와 예측 모델, 알고리즘 판단 체계를 공급한다.

 

또 하나의 축은 이민 통제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는 2025년 팔란티어와 ‘ImmigrationOS’ 구축 계약을 맺었다. 해당 플랫폼은 불법체류 의심자 식별과 추적, 추방 업무 지원을 목표로 하며, 계약 규모는 약 3,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미국이민위원회는 이 시스템이 2025년 9월 시제품 납품, 2027년까지의 계약 기간을 전제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민주주의의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행정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구축된 시스템이 이민자 추적과 추방, 군사 표적화, 공공 데이터 통합에 쓰일 때 시민은 더 이상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의 항목이 된다.

 

사람은 이름과 얼굴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위험도와 위치, 체류 상태와 행동 패턴으로 분류되는 객체가 된다.

 

논란은 법정으로도 번졌다. DOGE의 개인정보 접근을 둘러싸고 여러 소송이 제기됐고, 2025년 6월 미 연방법원은 인사관리처가 DOGE 측에 광범위한 IT 시스템 접근권을 준 과정이 법과 사이버보안 관행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DOGE가 단순한 정치 논란이 아니라 법적·제도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과제는 AI 조달이다. 머스크가 정부 직책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의 기업은 다시 정부 시장으로 들어왔다. 2025년 9월 미국 조달청 GSA는 머스크의 xAI와 계약을 맺고, 연방기관들이 Grok AI 모델을 기관당 0.42달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은 18개월 동안 유효하며 2027년 3월까지 이어진다.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머스크 개인은 백악관에서 멀어졌지만, 머스크의 AI는 연방기관 안으로 들어갔다. 인물은 퇴장했지만 플랫폼은 입장했다. 정치권력은 사람을 내보내도 시스템을 남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1편의 문제의식은 2편의 현실로 이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에도 AI와 양자, 암호기술, 금융기술 관련 행정명령을 잇따라 내놓으며 기술정책을 국가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백악관 행정명령 목록에는 2026년 6월 ‘첨단 인공지능 혁신과 안보 촉진’, ‘첨단 암호 공격 대비’, ‘양자 혁신’ 관련 명령들이 올라와 있다. 기술은 이제 산업정책이 아니라 안보정책, 행정정책, 금융정책, 통제정책의 공통 언어가 됐다.

 

2025년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머스크의 백악관 입성’이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 운영 방식의 플랫폼화였다.

 

국가가 기업의 속도를 빌리고, 기업은 국가의 권한을 빌렸다. 백악관은 효율을 말했고, 기업은 혁신을 말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시민의 개인정보, 이민자의 이동, 군의 표적 판단, 공공기관의 행정 시스템은 거대한 데이터 통치의 재료가 됐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이 어디에 축적되는지,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는지, 어떤 알고리즘이 공적 결정을 대신하는지 감시할 때 유지된다. 오늘의 미국은 선출된 대통령과 선출되지 않은 기술 권력이 서로를 이용하며 새로운 과두정의 작동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DOGE는 끝났을 수 있다. 머스크의 백악관 시대도 한 차례 막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러나 팔란티어의 군사 계약, xAI의 연방정부 AI 공급, ImmigrationOS의 이민 감시, 연방기관 데이터 접근 논란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누가 국가를 운영하는가.
선출된 권력인가, 계약을 따낸 플랫폼인가.
법률인가, 알고리즘인가.
국민인가, 데이터인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쿠데타처럼 오지 않는다. 그것은 효율이라는 이름의 문서, 보안이라는 이름의 계약, 혁신이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온다. 그래서 더 조용하고, 더 빠르며,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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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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