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주체는 남이 아니라 나"…박수현의 자성론이 던진 민주당의 과제책임 공방에 갇힌 패배 분석을 넘어, 오만과 자만을 돌아보자는 정치인의 자기고백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이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 이후 공개한 글이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책임론에 대해 그는 "반성의 주체는 너가 아니라 나이고 우리 모두"라며 정치권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자기반성의 태도를 강조했다.
박수현 당선인의 글은 단순한 소회가 아니라 현재 민주당이 직면한 문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선거가 끝난 뒤 패배 원인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책임의 방향을 외부가 아닌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선거가 끝난 자리에 책임론만 무성하다"며 "내 책임이 아니라 네 책임만 있다. 중앙도 지역도 모두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정책이나 전략에 대한 성찰보다 특정 계파나 조직, 지역에 대한 비난으로 흐르는 정치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반성의 주체는 너가 아니라 나이고 우리 모두"라는 표현이다. 정치권에서 패배 원인을 분석할 때 흔히 지도부, 후보, 당 조직, 특정 세력 등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 당선인은 당·정부·후보 모두가 공동 책임의 당사자라고 규정했다.
그는 승리한 후보조차도 반성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승리한 후보라도 더 크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예상보다 작게 이겼다면 반성해야 한다"는 언급은 단순한 승패 논리를 넘어 정치의 본질을 성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대목은 민주당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정치 전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전략과 판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수현 당선인은 반성의 대상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반성의 대상은 자만을 넘어선 오만"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적 심리 상태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님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시간이 빨리 가기만 기다렸다.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을 얕잡아보고 자만했다."
이 고백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상대 진영의 혼란과 약세를 자신의 승리 조건으로 착각하는 순간 정치적 긴장감이 사라지고, 국민과의 소통 역시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선거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패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상대의 실수를 과신하는 태도다. 유권자는 상대 정당이 싫어서만 투표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하면 우세한 환경 속에서도 기대 이하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박 당선인의 글은 바로 이런 정치적 교훈을 담고 있다. 그는 현재 충남도지사 취임 준비와 각종 업무로 매우 바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총선에서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던 공주·부여·청양 지역을 다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반성이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그는 "도지사 취임 전 다시 시작하는 모범을 보이려고 시간을 쪼개 후보처럼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반성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반성은 자주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책임 공방이나 이미지 관리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박 당선인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성의 실천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번 글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패배 분석의 출발점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고 있다는 데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난 뒤 언론 탓, 상대 당 탓, 조직 탓, 특정 인물 탓이 반복된다. 하지만 박수현 당선인은 스스로의 오만과 안일함을 먼저 인정했다.
이는 민주당뿐 아니라 모든 정당이 참고할 만한 정치적 태도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에 보내는 평가서다. 따라서 진정한 반성은 "누가 잘못했는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가"를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박수현 당선인의 글은 그런 점에서 민주당 내부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인 동시에 한국 정치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가 말한 것처럼 출발점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오만을 인정하는 데 있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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