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충남 청양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 한도를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해당 시범사업 지침에 따르면 면 지역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농자재판매장 이용 금액을 월 5만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금액은 지역 내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청양군은 농협 자재판매장을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해 월 15만원까지 사용이 가능하도록 운영했고, 이는 사실상 지침을 벗어난 행정이라는 판단이다.
논란이 확산된 배경에는 중앙 언론 보도가 있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농협 매출 확대에만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즉각 해당 지자체에 시정 요구를 전달했다. 관계자는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전체 시범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행정 지도가 아니라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장의 반응은 이미 심상치 않다. 청양군에서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 소비 흐름이 특정 채널로 쏠리면서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면 지역에 식당을 연 한 소상공인은 개업 한 달여 만에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본소득이 소비를 촉진하기는커녕 소비의 방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의 핵심은 ‘사용처 설계’와 ‘현실 소비 구조’의 괴리에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1인당 월 15만원을 지급하되, 일정 금액을 지역 상권에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지만 실제 농촌 지역에서는 농협이 생활·생산 소비의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어, 지급된 금액이 자연스럽게 농협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형성됐다. 특히 농민들은 비료나 농자재 구입, 기존 외상 대금 상환 등에 기본소득을 활용하면서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지역농협이 본점과 분점, 하나로마트, 주유소 등을 개별 가맹점으로 분리 등록하면서 사실상 사용 제한을 무력화한 점도 논란을 키웠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은 이를 “제도 허점을 이용한 편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지역경제 순환을 돕기는커녕 특정 기관의 매출을 키우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범사업은 전국 10개 군에서 운영 중이며, 오는 7월부터는 5개 지자체가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드러난 문제를 감안할 때 단순한 지침 재확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 설계 자체가 지역별 경제 구조와 소비 패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기본소득 정책의 본래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관계자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에 사람이 돌아오고 머물 수 있도록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정책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마중물’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흐르는 수로’가 되어버렸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정책은 설계보다 실행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급을 넘어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실험이다. 지금처럼 특정 유통망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기본소득은 지역 상생이 아닌 구조적 불균형을 확대하는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침 위반을 넘어,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의 방향과 설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