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용현 기자] 기후위기가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과 패권의 문제로 재편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술회의가 한국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 40여 개국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기술의 이전과 확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전략적 경쟁 구도를 집중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환경 협력의 장을 넘어, 누가 더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국제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각국은 재생에너지, 탄소포집(CCUS), 에너지 효율화 기술 등 실질적인 감축 수단을 중심으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펼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 지원 문제는 기술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축으로 부각됐다. 선진국들은 기후기술 이전과 재정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개도국은 이를 발판 삼아 자국 산업의 도약을 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이전의 범위와 방식, 지식재산권 문제를 둘러싼 이해 충돌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기후기술은 단순한 공공재가 아니라 국가 이익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에너지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과정처럼, 기술은 국경을 넘나들며 새로운 권력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주목받은 것은 AI 기반 기후 대응 전략이다. 인공지능은 기후 데이터 분석, 재난 예측, 에너지 수요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며 기후 대응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국은 AI를 통해 기후 리스크를 정밀하게 관리하고, 동시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후 대응 자체를 하나의 산업이자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흐름이다.
이제 기후 문제는 도덕적 책임을 넘어 경제적 기회와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기술을 선점한 국가가 새로운 질서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기후의 미래는 대기와 바다가 아니라, 실험실과 데이터센터에서 먼저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