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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만의 슈퍼 엘니뇨 온다?, 지구 기후의 ‘가속 페달’

-해수 온도 상승이 촉발하는 전 지구적 이상기후… 2027년까지 이어질 파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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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4/07 [08:01]

140년 만의 슈퍼 엘니뇨 온다?, 지구 기후의 ‘가속 페달’

-해수 온도 상승이 촉발하는 전 지구적 이상기후… 2027년까지 이어질 파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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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4/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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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 대륙 동태평양 해역부터 서태평양 아시아 해역 및 인도양까지 엘리뇨의 영향을 받는 해역을 나타내는 개념도.  (사진=켈리포니아 기후위기센터 화면 갈무리) 

 

[내외신문/전용현 기자] 태평양이 다시 한 번 지구 전체의 기후를 흔들 수 있는 거대한 진원지가 되고 있다.

최근 기후 모델들은 올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 강력한 엘니뇨, 이른바 슈퍼 엘니뇨가 단순한 계절성 현상을 넘어 전 세계의 기온과 강수, 태풍과 허리케인, 농업과 식량 생산, 물 관리 체계까지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엘니뇨는 본래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자연 변동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지 따뜻한 바닷물이 조금 더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지구온난화로 기초 체력 자체가 뜨거워진 상태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열 방출 장치가 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바다가 품고 있던 열이 대기 중으로 대규모 이동을 시작하면, 그 영향은 특정 해역에 머물지 않는다. 제트기류와 무역풍, 몬순과 해양순환의 연결망을 타고 지구 곳곳의 날씨를 뒤흔든다.

 

어떤 곳에서는 비가 너무 오고, 어떤 곳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태풍이 줄어들고, 다른 곳에서는 폭풍이 더 거세진다. 엘니뇨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그 결과는 수십 개의 재난으로 분화한다. 이번에 제기되는 슈퍼 엘니뇨 시나리오는 바로 그 다중 재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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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 부근 무역풍의 개념도. 지구 자전의 회전력에 따라 적도 이남에서는 남동무역풍이, 적도 이북에서는 북동무역풍이 발생한다. 이 무역풍의 힘을 얻어 적도 부근 태평양의 위쪽 바닷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엘리뇨현상에 영향을 준다. <두산백과>    

 

엘니뇨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태평양을 거대한 욕조로 떠올리는 것이다. 평소에는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면서 따뜻한 물을 서태평양 쪽으로 밀어두고, 동태평양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물이 솟아오르며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어떤 계기를 통해 이 바람의 힘이 약해지면, 서쪽에 쌓여 있던 따뜻한 물이 중앙과 동태평양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이때 바다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그 위 대기의 흐름도 크게 바뀐다. 비구름이 이동하고, 저기압과 고기압의 배치가 달라지며, 평소와 전혀 다른 곳에 많은 비나 심한 가뭄이 나타난다.

 

보통의 엘니뇨도 세계 경제와 농업, 재난 대응 체계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기는데, 슈퍼 엘니뇨는 그 강도가 훨씬 세다.

 

평균적으로 10년에서 15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나는 매우 강한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심부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아지며, 대기 반응 또한 한층 선명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바다가 단순히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 기후 엔진의 회전 속도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번 전망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배경 조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1982년에서 1983년, 1997년에서 1998년, 2015년에서 2016년의 강한 엘니뇨는 모두 당시 세계 기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더 높고, 바다는 더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으며,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는 상태다.

 

이는 같은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피해 양상은 더 넓고 더 강하고 더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과거의 엘니뇨가 뜨거운 엔진 위에 잠시 불을 더한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엘니뇨는 이미 달궈진 압력솥에 다시 불을 세게 올리는 장면에 가깝다.

 

그만큼 열의 축적과 방출이 빠르고 거칠게 이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이 “140년 만에 가장 강할 수도 있다”는 표현까지 꺼내는 배경에는 이러한 중첩 효과가 놓여 있다. 순수하게 엘니뇨 자체의 세기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엘니뇨가 작동하는 기후판 전체가 이미 전례 없이 뜨거워져 있다는 사실이 이 경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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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의 절반 가까이를 태운 호주 산불 강한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생겨 한달이상의 호주 대륙전체에 산불이 났다. (사진=호주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왜 이번 엘니뇨는 더 위험한가, 바다의 열과 대기의 수분이 동시에 커졌다

 

강한 엘니뇨가 무서운 까닭은 단순히 날씨가 조금 이상해지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의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그 위의 공기도 빠르게 달라진다.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고, 더 많은 수증기는 더 큰 에너지를 뜻한다. 그래서 비가 올 때는 더 세차게 쏟아지고, 폭풍이 형성될 때는 더 큰 힘을 얻으며, 밤에도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폭염이 길어진다.

 

예전의 기후에서 강한 엘니뇨가 이상기후의 촉매였다면, 지금의 기후에서 슈퍼 엘니뇨는 그 촉매에 기름까지 부어 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양은 지구가 받아들인 추가 열의 상당 부분을 저장해왔는데, 엘니뇨는 그 열의 일부를 대기 쪽으로 넘기는 과정이다.

 

이 열이 대기권 전반으로 재분배되면, 지역적 이상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이상현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겨울이 평년보다 온화해지는 것,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폭염 발생 빈도가 오르는 것, 남미 일부 지역에서 폭우와 홍수가 잦아지는 것, 인도와 동남아에서 비가 줄며 가뭄이 심해지는 것 등은 모두 이 같은 열 재배치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시나리오가 더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지속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강한 엘니뇨는 발생 그 자체만으로도 큰 영향을 남기지만, 바다와 대기의 반응이 누적되면 여파는 발생 당해에만 끝나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신호가 겨울을 거쳐 다음 해, 그 다음 해의 기온과 강수 패턴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상은 일회성 계절 뉴스가 아니다.

 

특히 2027년까지 기록적인 세계 평균기온 상승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단지 올해 여름이 덥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에서 방출된 열이 지구 시스템 전반에 스며들어 한동안 높은 기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뜨거운 물을 냄비에 붓는 순간만이 아니라, 그 열이 방 안 전체를 달구고 난 뒤 쉽게 식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지구온난화라는 장기 상승 추세 위에 엘니뇨라는 단기 가속 장치가 얹히면, 기록 경신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이 된다.

 

기후학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대기 반응의 강도다. 강한 엘니뇨는 단지 해수면 온도 수치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바다가 데워졌을 때 대기가 얼마나 민감하게, 얼마나 광범위하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

 

비구름대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고기압과 저기압이 자리를 바꾸며, 제트기류가 평소보다 더 크게 휘어지면 지역별 계절 패턴이 무너진다.

 

어떤 나라는 우기에 비가 적어 농사를 망치고, 어떤 도시는 건기에 폭우를 맞는다. 해양과 대기의 연결 고리가 매끄럽게 작동할수록 엘니뇨의 영향권도 커진다.

 

이번 전망이 우려를 키우는 것은 해수 온난화 신호가 크다는 점뿐 아니라, 그 신호를 뒷받침하는 대기 응답의 조건도 점점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바다는 이미 준비됐고, 하늘도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만 설명하면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민의 삶으로 번역하면 상당히 구체적이다. 여름철 전력 수요가 치솟고, 냉방 비용 부담이 커지며, 물 사용 제한이나 농산물 가격 상승, 보험료 인상과 재난 대응 비용 확대 같은 현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열섬현상과 맞물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길어질 수 있고, 취약계층의 건강 피해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

 

바다에서 시작된 온도 변화가 결국 냉장고 물가와 병원 응급실, 전기요금 고지서, 식탁 위 채소 가격으로 도착하는 셈이다. 기후는 멀리 있는 과학 뉴스가 아니라 삶의 배경음 전체를 바꾸는 요소라는 점을 이번 엘니뇨 전망은 다시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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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는 단순히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다. 물의 순환이 뒤틀린다. 대기 중 수증기가 증가하면 폭우의 강도는 높아지고, 동시에 특정 지역은 더 심각한 가뭄에 시달린다. (사진=사이언스지 페이지 갈무리) 

 

폭염과 가뭄, 홍수와 태풍의 재배치, 한 현상이 만드는 여러 재난

 

엘니뇨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통을 겪고, 다른 누군가는 비가 오지 않아 고통을 겪는다. 같은 바다의 변화가 정반대의 재난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슈퍼 엘니뇨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강수 패턴 변화다. 카리브해와 인도네시아, 일부 남태평양 도서국가, 호주 일부 지역, 중앙아메리카, 브라질 북부 등은 가뭄과 더위가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지역들은 이미 기온 상승과 강수 편차에 취약한 곳이 많아, 물 부족과 산불 위험, 농업 생산 차질, 수력발전 감소 같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수 있다.

 

비가 적게 오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그 적은 비조차 짧은 시기에 집중되면서 실제 토양과 저수지 회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반대로 페루와 에콰도르, 적도 인근 태평양 주변, 동부와 북부 아프리카 일부, 중동의 일부 지역은 폭우와 홍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엘니뇨 시기에는 평소 건조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던 지역에 갑작스럽게 강한 강수가 몰리기도 한다.

 

이는 단지 물이 많이 내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도시 배수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고, 강이 범람하며, 산사태가 이어지고, 상하수도와 도로, 항만 같은 기반시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기온이 높은 대기는 수증기를 더 많이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비구름이 형성되면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비의 양이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 “한 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졌다”는 식의 사건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슈퍼 엘니뇨는 이런 극단 강수의 빈도와 강도를 더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

 

폭염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남미의 넓은 지역, 미국 남부, 유럽, 아프리카 일부, 인도, 중동,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호주까지 폭염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은 단지 낮 최고기온 숫자 상승을 뜻하지 않는다. 더 위험한 것은 연속성이다.

 

하루 이틀 덥다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운 날이 계속 이어지고 밤에도 식지 않는 상태가 길어지면 인간의 신체와 사회 시스템은 빠르게 지친다.

 

병원은 열사병과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환자로 붐비고, 학교와 공장은 운영 방식을 조정해야 하며, 건설 현장과 농촌 노동 현장에서는 작업 시간이 제한될 수 있다.

 

전력망은 냉방 수요에 압박을 받고, 전력 생산 시설 자체도 냉각수 문제나 산불 위험으로 영향을 받는다. 뜨거운 날씨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사회의 작동 효율을 떨어뜨리는 광범위한 리스크로 확장된다.

 

해양성 폭풍의 분포도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강해지면 대서양 허리케인 활동은 억제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태평양에서는 열대성 저기압이 늘어나거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하와이와 괌, 동아시아 대부분을 포함한 태평양 권역에서는 태풍과 사이클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부, 대만, 필리핀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에도 간접적 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태풍의 발생 개수뿐 아니라 강도와 진로, 이동 속도, 머무는 시간도 중요하다. 최근 기후 변화 환경에서는 폭풍이 느리게 이동하면서 한 지역에 장시간 폭우를 퍼붓는 현상이 더 자주 관측되는데, 슈퍼 엘니뇨가 이런 배경 조건과 맞물리면 피해는 더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해안 침수와 농경지 침수, 항만 물류 차질, 관광산업 위축, 재보험 시장의 부담 확대까지 연쇄 효과는 넓다.

 

인도 몬순의 불안도 매우 중요하다. 인도 중부와 북부에서 몬순 강우가 줄어들면 그 충격은 단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는 세계적인 농업 생산국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쌀과 밀, 설탕, 향신료, 채소류 생산 차질은 국제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미 불안정한 세계 식량 시장에 새로운 압력을 더할 수 있다.

 

몬순은 단순한 계절 비가 아니라 수억 명의 식수, 농업, 수력발전, 지역 경제와 직결된 생존 인프라다. 엘니뇨가 몬순을 약화시키면 농촌 지역의 소득 감소와 도시 물가 상승, 에너지 수급 불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 공급망이 촘촘히 연결된 지금, 특정 지역의 강수 부족은 먼 나라의 식품 가격과 제조업 원가까지 흔드는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이처럼 슈퍼 엘니뇨는 하나의 재난이라기보다 재난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현상이다. 어떤 지역은 물이 넘치고, 어떤 지역은 땅이 갈라진다. 어떤 바다는 태풍을 품고, 어떤 바다는 잠잠해진다. 어떤 농지는 물에 잠기고, 어떤 농지는 타들어간다.

 

기후 시스템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대응 역시 단일 처방으로는 불가능하다. 홍수 대응과 가뭄 대응, 폭염 대비와 감염병 예방, 전력망 보강과 농업 대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엘니뇨를 한 장의 지도 위에 그려보는 시각이다. 눈앞 지역 날씨만 볼 것이 아니라, 바다와 대기, 농업과 물가, 재난과 보험, 건강과 에너지의 연결선을 함께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거대한 현상이 던지는 경고를 생활 세계의 언어로 제대로 번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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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의 내전은 2010년 소련의 가뭄으로 인해 생겼듯 다양한 기후위기는 좀 더 많은 국가의 경제와 삶과 연결 (사진=AI생성)  

 

2027년까지 이어질 후폭풍, 기후 위기는 날씨가 아니라 경제와 삶의 구조 문제다

 

이번 슈퍼 엘니뇨 전망에서 특히 무겁게 다가오는 대목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후폭풍이다. 많은 사람은 엘니뇨를 몇 달짜리 계절 뉴스로 인식하지만, 실제 영향은 그렇게 짧고 단순하지 않다. 바다의 열은 천천히 축적되고 천천히 이동하며, 대기의 반응은 계절을 건너 확산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의 해수 온난화가 내년과 그다음 해의 세계 기온 기록, 강수 패턴, 작황, 물가와 에너지 수급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후 시스템은 달력 한 장 넘긴다고 초기화되지 않는다.

 

한 번 가열된 해양과 대기, 건조해진 토양, 약해진 빙권과 손상된 생태계는 그 상태를 일정 기간 끌고 간다.

 

이런 점에서 2027년이 새로운 세계 평균기온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는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경신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 기후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식량 문제는 가장 먼저 체감될 가능성이 큰 분야다. 강수 부족이나 폭염, 홍수는 모두 농업에 치명적이다. 씨를 뿌리는 시기가 어긋나고, 꽃이 피는 시기에 고온이 닥치며, 병해충 활동이 늘어나고, 수확 직전에 폭우가 쏟아지면 생산량과 품질이 동시에 떨어진다.

 

특히 쌀과 밀, 옥수수, 콩 같은 주요 작물은 기온과 물의 균형에 매우 민감하다. 한 지역의 생산 감소는 국제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이미 취약한 국가에서는 곧바로 식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료와 운송, 냉장 보관 비용까지 함께 오르면 먹거리 인플레이션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기후 충격은 밭에서 끝나지 않고 시장과 가계로 이동한다. 엘니뇨라는 기상 용어가 마트 진열대 가격표와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 관리 문제도 심각하다. 홍수는 물이 너무 많아 발생하지만, 홍수를 겪었다고 해서 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폭우는 토양에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 버리거나 오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가뭄 지역은 지하수 고갈과 저수지 저수율 하락, 수질 악화,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갈등에 시달릴 수 있다.

 

엘니뇨는 물의 총량을 균등하게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분배를 뒤틀어 버린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내리지 않고, 원하지 않는 시기에 한꺼번에 쏟아진다.

 

이는 기존 물 관리 시스템의 설계 전제를 흔든다.

 

과거 평균을 기준으로 만든 댐 운영 규칙, 배수 시스템, 상수도 계획, 농업용수 배분 방식이 더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건강과 보건 측면도 빼놓기 어렵다. 폭염은 직접적인 사망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고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모기 등 매개체 활동 범위를 넓혀 감염병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수 이후에는 수인성 질환과 위생 문제, 정신건강 악화가 뒤따르기 쉽다. 기후 재난은 자연재해이면서 동시에 공중보건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노인, 어린이, 야외 노동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같은 기온 상승에서도 훨씬 큰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재난이 기후적으로 평등하지 않듯, 피해도 사회적으로 평등하지 않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에어컨이 있는 집과 없는 집, 침수에 대비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의료 접근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의 격차가 생존 가능성을 가른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무겁다. 강한 엘니뇨는 보험 산업과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준다. 태풍, 홍수, 산불, 가뭄 관련 손해액이 늘어나면 보험료가 오르고, 재보험 시장의 부담이 커지며, 취약 지역의 자산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항만과 운송망, 에너지 인프라, 통신 인프라가 반복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기업의 공급망 비용도 상승한다. 농업과 관광, 항공, 물류, 건설, 전력 등 기후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원자재 가격과 식품 가격, 물류비 상승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파급된다.

 

기후는 더 이상 환경 부문의 변수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기본 변수다. 슈퍼 엘니뇨는 그 사실을 가장 거칠게 드러내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자연의 변덕으로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엘니뇨는 자연 변동이지만, 그 파괴력이 커지는 배경에는 인간이 만든 온실가스 증가가 놓여 있다. 과거에도 엘니뇨는 있었지만, 지금은 더 따뜻한 지구 위에서 작동한다.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고, 바다는 더 많은 열을 축적하며, 빙하와 해빙은 약해져 있고, 산불과 폭염에 취약한 생태계가 넓어졌다. 즉 같은 엘니뇨라도 작동하는 무대가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슈퍼 엘니뇨는 과거의 자연 사건을 현재형으로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온난화된 행성 위에서 완전히 다른 강도와 양상으로 변주되는 사건이다. 사람들은 때로 “원래 자연은 원래 그랬다”고 말하지만, 지금의 기후는 원래의 자연과는 이미 다른 체질이 되었다.

 

한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현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태풍 경로나 여름철 강수 패턴, 폭염 강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곡물 가격과 에너지 수급, 글로벌 공급망, 수산업과 농업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동아시아의 태풍 위험 변화와 서태평양 해수 온도 증가는 한반도 주변 여름과 가을의 기상 변동성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폭우와 폭염이 한 해에 번갈아 나타나는 경험이 이미 일상이 되었는데, 슈퍼 엘니뇨는 이런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 냉방 수요 증가, 농작물 생육 불안, 축산업 피해, 양식장 수온 상승, 해양 생태계 변화는 모두 충분히 현실적인 문제다.

 

더위가 심하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폭우가 잦으면 도시 인프라 관리 비용이 늘어나며, 태풍이 강해지면 항만과 해안 시설 피해 가능성이 커진다. 지구적 현상은 언제나 지역적 비용으로 청구서를 보낸다.

 

이번 전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기후 문제는 먼 미래의 도덕적 과제가 아니라 현재의 행정, 경제, 산업, 보건, 외교 전략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정부는 재난 대응과 농업 대책, 물 관리, 전력망 안정화, 도시 설계,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엘니뇨 시나리오와 연결해 점검해야 한다.

 

기업 역시 공급망 다변화, 기후 리스크 공시, 에너지 효율 개선, 보험 전략 재편 등을 서둘러야 한다.

 

시민도 폭염 행동요령이나 비상 물품 준비, 물 사용 계획, 건강 관리와 같은 생활 차원의 적응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공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커진 위험을 평이한 언어로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본질은 예외적 사건이 반복되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슈퍼 엘니뇨는 그 입구를 더 넓게 열 수 있는 현상이다.

 

바다는 지금 말을 하고 있다. 수온 그래프는 숫자로, 기후 모델은 확률로, 과학자들은 경고로 그 말을 번역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말을 얼마나 빨리 현실의 언어로 바꾸느냐다. 그것은 “올여름이 조금 더 덥겠다”는 수준의 번역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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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시코는 가뭄과 다른지역은 홍수가 일어나고 해수면 상승지역등 점 점 더 폭염속으로 들어가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맥시코 타임즈 갈무리)

 

더 정확한 번역은 이렇다. 앞으로의 기후는 더 극단적일 수 있고, 같은 비도 더 위험할 수 있으며, 같은 더위도 더 오래 갈 수 있고, 하나의 해양 현상이 곧바로 물가와 식량, 건강과 경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슈퍼 엘니뇨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앙이 아니라, 이미 뜨거워진 지구가 자신의 상태를 거칠게 드러내는 방식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예언처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고처럼 읽는 일이다.

 

 

140년 만의 최강이 될지, 기록 직전에서 멈출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기후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모든 엘니뇨는 저마다 다른 표정을 갖는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있다는 이유로 위험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클수록 대비는 더 촘촘해야 한다. 엘니뇨의 세기가 예상보다 약할 수는 있어도, 강한 해양 온난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 자체는 가볍지 않다.

 

준비는 확정된 재난 뒤에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졌을 때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전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기후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기후는 사건이며, 구조이며, 정책이고, 생존의 문제다. 뜨거워진 태평양은 지금 지구 전체를 향해 그 사실을 다시 통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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