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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냉전 이후 유지돼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관리자’라는 미국의 자기 이미지를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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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김학영 기자] 이란 전쟁이 한 달째를 향해 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본격적인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제시한 조건의 간극이 워낙 커, 외교적 합의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의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며 협상의 출발점을 최대치로 설정했고, 이란은 전쟁 책임과 배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맞서는 형국이다. 협상 테이블은 마련됐지만, 양측이 바라보는 ‘종전의 정의’ 자체가 서로 다른 셈이다.
현재 미국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종전안은 크게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은 이란의 핵 능력 완전 폐기다.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수준을 넘어, 우라늄 농축 자체를 중단해야 하며 기존에 축적한 농축 우라늄 역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넘겨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의 해체와 함께 국제기구의 전면적 사찰 수용도 요구된다. 군사적 영역에서도 강한 제약이 뒤따른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사거리와 수량이 제한되며, 대리 세력에 대한 자금·무기 지원 역시 중단해야 한다.
또한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구축해온 ‘대리인 네트워크’ 전략 자체를 포기하라는 조건도 포함됐다.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 보장 역시 주요 조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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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전쟁 이스라엘 폭격기가 이란전역을 폭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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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러한 조건이 수용될 경우 제재 해제와 민간 핵 프로그램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핵합의(JCPOA)의 ‘스냅백’ 조항 역시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의 요구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란은 핵 문제 대신 전쟁 책임과 주권 문제를 중심에 두고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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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에서 강을 둘러싼 분쟁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치·군사·종교 갈등과 결합된 복합적인 국제 문제다. 특히 이란과 이라크, 터키, 시리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자원 갈등은 기후위기와 인구 증가, 산업화가 결합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주요 강은 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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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내건 5대 조건은 ▲외부 공격 및 암살 행위의 완전 중단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구축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중동 전역에서의 군사 충돌 전면 종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 주권 보장 등이다.
특히 전쟁 피해 배상과 재발 방지 메커니즘 구축 요구는 미국 입장에서 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협상의 중심축이 핵 문제가 아닌 ‘전쟁 책임’으로 이동하면서, 양측의 협상 프레임 자체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협상 타결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조차 이란이 수용하기 어려운 반면, 이란의 요구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가 미국의 최소 요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협상 난항을 넘어, 구조적 교착 상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다만 완전한 합의가 아니더라도 ‘부분적 휴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측 모두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핵심 쟁점을 뒤로 미루고 군사 충돌을 일단 멈추는 방식의 절충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협상에서도 이란이 일정 기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대신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받는 방식이 논의된 바 있다. 여기에 비공격 협정과 호르무즈 해협 안정 보장 등이 결합될 경우 최소한의 합의 틀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의 끝이 반드시 명확한 합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전쟁은 종종 정치적 완결성이 아니라, 피로와 비용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불완전한 합의’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대니얼 샤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전쟁은 깔끔하게 끝나는 경우보다 어지럽게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고통이 충분히 커지면 양측은 느슨한 형태의 합의를 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미·이란 협상은 단순한 외교 협상이 아니다. 핵과 전쟁, 주권과 질서라는 서로 다른 언어가 충돌하는 협상이다. 출구는 존재하지만, 그 문은 극도로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