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서 밀려난 강화, B/C 숫자 뒤에 숨은 ‘균형발전의 역설’인천 철도망에서 유일하게 제외… 강화군민 분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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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도 전망대 |
[내외신문/전용욱 기자] 철길은 단순한 이동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혈관이자, 지역의 미래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그러나 인천의 가장 북쪽 끝, 강화는 그 약속에서 또 한 번 비껴섰다. 제2차 인천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서 강화 연결 노선이 제외되면서 지역 사회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배제의 감각’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강화군의 반발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누적된 교통 고립과 지역 불균형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다. 수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수도권의 인프라에서 반복적으로 제외되는 현실은 강화군민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철도 한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 인구, 산업, 균형발전까지 얽힌 복합적 문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B/C값’이라는 숫자가 있다.
형평성 논란, 강화만 빠진 도시철도망
인천시가 발표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는 7개의 우선순위 노선과 2개의 후보 노선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강화 연결 노선은 찾아볼 수 없다.
강화군은 이 점을 ‘형평성 문제’로 규정한다.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철도망 확충이 추진되면서 유독 강화만 제외된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화는 행정적으로 인천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는 사실상 ‘섬’과 같은 조건에 놓여 있다. 이 괴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지역 발전의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B/C값이라는 벽, 숫자가 만든 배제 구조
인천시는 강화 노선이 제외된 이유로 B/C(비용 대비 편익) 기준 미달을 제시한다. 정부의 도시철도망 반영 기준인 0.7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표가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인구가 적고 이용 수요가 낮은 지역일수록 B/C값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 결과 인프라는 더 늦어진다.
결국 ‘수요가 없어서 인프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없어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강화의 사례는 이 구조적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관광 1,700만 명, 그러나 길은 막혀 있다
강화는 연간 1,700만 명이 찾는 수도권 대표 관광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역설적으로 현재 교통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교통체증은 이미 상수에 가깝다. 도로 중심의 접근 구조는 관광 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에 도달했다.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 역시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관광객이 ‘머무르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이동성이 핵심 조건이기 때문이다.
강화의 요구는 ‘지역 민원’이 아니다
강화군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접근성 개선은 인구 감소 대응과 직결된다. 교통이 단절된 지역은 자연스럽게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는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강화는 이미 이러한 흐름의 초입에 서 있다. 철도 연결은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의 일부다.
정치권까지 확산된 갈등 구조
이번 논란은 지방정부 차원을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화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역시 인천시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노선 반영을 촉구했다. 이는 향후 정책 조정 과정에서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역시 심상치 않다. 궐기대회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협의체 요구와 전담 조직 신설, 대응의 시작
강화군은 ‘교통 인프라 확충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한 전철 유치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인프라 확보를 위해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균형발전과 경제자유구역,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다
인천시는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연계한 접근성 개선 방안을 언급했다. 이는 기존의 B/C 중심 논리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다.
경제 개발과 교통 인프라를 동시에 추진할 경우, 수요 자체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현재의 수요’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철도는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다
강화군 사태는 한국 도시계획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낸다.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야 하는가, 아니면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가.
현재의 B/C 중심 체계는 전자에 가깝다. 그러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후자의 접근이 필요하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책 도구다. 강화에 철도를 놓느냐의 문제는 결국 어떤 인천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강화는 지금 그 질문의 가장 앞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