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고체 배터리....KAIST 저비용 혁신이 연 ‘꿈의 배터리’ 상용화의 문

불타지 않는 배터리, 산업의 판을 바꾸다

비싸서 못 만들던 전고체, 설계 혁신으로 길을 열다

배터리 패권 전쟁, 한국이 다시 선두에 설 수 있을까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1/16 [07:43]

전고체 배터리....KAIST 저비용 혁신이 연 ‘꿈의 배터리’ 상용화의 문

불타지 않는 배터리, 산업의 판을 바꾸다

비싸서 못 만들던 전고체, 설계 혁신으로 길을 열다

배터리 패권 전쟁, 한국이 다시 선두에 설 수 있을까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1/16 [07:43]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에너지 밀도는 높으며, 충전 속도까지 빠른 배터리. 전기차와 로봇, 드론과 항공우주, 방산과 에너지 저장 산업까지 모든 분야가 기다려온 차세대 전원 기술. 전고체 배터리는 오래전부터 ‘꿈의 배터리’라 불려왔다. 하지만 이 꿈은 오랫동안 연구실에만 머물러 있었다. 기술은 있었지만, 만들 수 없었고, 만들 수 있어도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흔드는 연구 성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KAIST 연구진이 값싼 원료를 활용해 전고체 배터리의 비용과 성능 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KBS가 2026년 1월 15일 보도한 이 연구는 전고체 배터리가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으로 향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가능했지만 산업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이 액체 전해질은 충격이나 과열, 내부 단락이 발생할 경우 쉽게 발화하거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반복되며 배터리 안전성은 글로벌 산업의 최대 과제가 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이다.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이 붙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주행거리는 늘어나고, 충전 시간은 줄어든다.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비쌌다. 황화물이나 산화물 기반의 고체 전해질은 원재료 가격이 높고, 제조 공정은 고온·고압 환경을 필요로 한다.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는 특성 때문에 생산 과정도 까다롭다. 실험실에서는 성능을 증명했지만,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에는 비용과 안정성 모두가 걸림돌이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들은 수십 조 원을 투자하면서도 양산 시점을 장담하지 못했다. 일본 도요타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 라인은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술 성숙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KAIST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비싼 소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가 아니라, 값싸고 흔한 원료로 전고체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재료를 바꾼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저가 원료 기반의 고체 전해질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이온 이동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제조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해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최대 난제였던 공정 복잡성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곧 공장 라인에 올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출현을 의미한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산업 전반의 지형이 바뀐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시간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 화재 위험이 줄어들면서 대규모 지하 주차장과 물류센터, 선박과 항공기에도 배터리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드론과 로봇 산업은 장시간 운용이 가능해지고, 군사·방산 분야에서는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에너지 저장 장치 분야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ESS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하지만 화재 위험 때문에 도심 설치가 제한됐던 기존 ESS는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될 경우 설치 장소와 규모의 제약이 크게 완화된다.

 

배터리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자, 로봇 산업의 근육이며, 에너지 산업의 저장 창고다. 반도체가 산업의 두뇌라면 배터리는 산업의 혈관에 가깝다. 전고체 배터리는 그 혈관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는 기술이다.

 

한국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으로 대표되는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일본이 특허와 원천기술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KAIST 연구는 한국이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서 다시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저비용 구조를 전제로 한 설계 방식은 양산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 배터리 산업은 결국 누가 먼저 싸게, 많이,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 에너지 산업, 방산 산업, 항공우주 산업을 동시에 바꾸는 국가 전략 기술이다. 반도체 이후 한국 산업의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실증과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선점했던 기술 우위를 가격 경쟁력으로 무력화할 수 있고,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이미지

▲ 전고체밧데리 개발 선점한 카이스트    

 

전고체 배터리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연구실의 실험을 넘어 공장 라인 위에 올릴 수 있는 기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KAIST의 연구가 있다.

배터리 산업의 다음 20년이 조용히 방향을 틀고 있다. 불타지 않는 배터리가 아니라, 산업의 판을 바꾸는 배터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기자 사진
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