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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방향- 미국,중국, 한국의길②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길
통화가 아니라 시장이다, 후발주자 한국의 선택

-중국은 이미 길을 깔고 있고.. 미국은 고속도로를 넓혔다
결제 인프라 전쟁에서 뒤늦게 출발한 한국의 현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버튼이다
Paxos와 PayPal이 보여준 디지털 금융의 새 공식

-은행은 기득권에 머물고 거래소는 상품만 본다
한국이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이유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1/13 [08:02]

[기획]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방향- 미국,중국, 한국의길②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길
통화가 아니라 시장이다, 후발주자 한국의 선택

-중국은 이미 길을 깔고 있고.. 미국은 고속도로를 넓혔다
결제 인프라 전쟁에서 뒤늦게 출발한 한국의 현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버튼이다
Paxos와 PayPal이 보여준 디지털 금융의 새 공식

-은행은 기득권에 머물고 거래소는 상품만 본다
한국이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이유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1/13 [08:02]

편집자주=한국은 이제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한국만의 길을 스스로 설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 길의 이름이 바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다. 은행은 자리에 머무는 관성과 기득권의 틀에서 벗어나 한국형 길의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하고, 거래소는 갬블의 공간이 아니라 한국형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전당이 되어야 한다.

 

국회는 결제 인프라 국가 전략을 차분히 설계하고, 금융당국은 통제보다 실험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의 꿈이 아니라 버튼의 현실이다. 한국이 길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길을 만들어 가는 나라가 되는 그날까지, 이 칼럼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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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길을 깔았고 미국은 고속도로를 넓혔다


결제 인프라 전쟁에서 뒤늦게 출발한 한국의 현실

 

중국은 이미 길을 깔았고, 미국은 그 위에 고속도로를 넓히고 있다. 한국은 이제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후발주자다. 디지털 금융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돈을 발행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결제의 길을 장악하느냐의 경쟁이다.

 

사람들은 이미 지갑 속 현금을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을 열고 버튼을 누른다. 커피를 사고, 택시를 타고, 쇼핑을 하고, 해외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도 모두 버튼 하나로 끝낸다. 이 버튼이 곧 결제 인프라다. 그리고 이 버튼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디지털 금융 시대의 승패를 가른다.

 

중국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낀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카페에서 현금을 꺼내면 오히려 눈길을 받는다. 길거리 노점상도 QR코드를 내민다. 택시를 타도,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도,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해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꺼내야 한다.

 

중국에서 알리페이는 단순한 결제 앱이 아니다. 월급이 들어오고, 공과금을 내고, 병원 예약을 하고, 기차표를 사고, 보험에 가입하고, 투자까지 한다. 위챗페이는 메신저 안에 결제가 붙은 슈퍼앱이다.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다 바로 돈을 보내고, 단체 채팅방에서 회비를 걷고, 식당에서 계산까지 한다.

 

중국인의 일상은 통장이 아니라 앱 위에서 돌아간다. 지갑은 사라졌고, QR코드가 통화가 됐다. 이렇게 민간이 깔아놓은 결제 고속도로 위에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얹었다. 사용자는 여전히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쓰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돈은 국가가 발행한 디지털 통화다.

 

쉽게 말해 중국은 민간이 만든 도로 위에 국가가 만든 엔진을 얹은 셈이다. 길도 장악하고, 엔진도 통제하는 구조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통화 실험이 아니라 결제 인프라 통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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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화폐가 아니라 레일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 깔고 있는 결제 고속도로

 

반면 미국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길을 넓히고 있다.

 

해외 직구를 할 때를 떠올려보자.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고,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에어비앤비를 예약할 때 대부분 비자나 마스터카드, 페이팔을 쓴다. 미국 사람만 쓰는 결제 수단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결제 버튼이다.

 

미국은 달러를 굳이 디지털로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달러는 이미 세계 표준이다. 대신 달러가 흐르는 길, 즉 결제 고속도로를 전 세계에 깔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가 만드는 글로벌 결제망이 바로 달러의 디지털 레일이다.

 

중국은 국가가 길을 깔고, 미국은 기업이 고속도로를 넓힌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결제 버튼을 세계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결제 버튼이다


Paxos와 PayPal이 보여준 디지털 금융의 새 공식

 

미국의 전략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해 페이팔과 벤모 결제, 송금에 직접 연결했다. 스트라이프는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카드·계좌 결제 인프라에 통합하는 API 결제망을 구축했다.

 

핵심은 발행은 금융이 맡고, 유통은 플랫폼이 담당하는 분업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결제 레일로 삼아 빠르고 저렴한 국경 간 결제와 정산 체계를 만드는 것이 미국식 모델의 본질이다.

 

이 모델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상품이 아니다. 화폐 실험도 아니다. 글로벌 결제 버튼이다. 디지털 달러가 흐르는 고속도로의 엔진 역할을 한다.


은행은 기득권에 머물고 거래소는 상품만 본다


한국이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이유

 

반면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그게 코인이랑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다.

 

은행은 기존 예금이 빠져나갈까 걱정하고, 거래소는 상장 상품으로만 본다. 한국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을 커피 살 때 쓰는 돈, 해외 송금할 때 쓰는 돈, 콘텐츠 결제에 쓰는 돈으로 상상하지 않는다. 투자 상품, 위험 자산, 규제 대상이라는 인식이 먼저 나온다.

 

국회는 업권 민원 조정에 매달리고, 거래소는 발행과 유통을 수익이 되는 구도만 연구하고 주도권을 쥔 금융위원회와 관료들은 자신들이 관리하기 편한 방향으로 제도를 재단하며, 복잡한 시장을 관료주의의 언어로 정리하려 든다. 혁신은 뒷전이고, 통제는 전면에 놓인 풍경이다.

 

마치 활주로에 선 비행기는 이미 이륙 준비를 끝냈는데, 관제탑은 아직도 서류 도장부터 찍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디지털 금융은 질주하고 있는데, 제도는 여전히 느린 행정의 보폭으로만 걷고 있다.

 

정작 결제 인프라 국가 전략이라는 시각은 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지 못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인프라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금융 상품으로 축소된다. 디지털 통장 수준의 논의에 머문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실험이 아니라 결제 버튼 경쟁이다. 그리고 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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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전경    

 

 


통화의 꿈이 아니라 버튼의 현실이다


한국이 깔아야 할 한국형 결제 인프라의 길

 

한국이 만들어야 할 것은 한국판 디지털 위안화가 아니다. 한국이 설계해야 할 것은 세계 어디서든 눌러 쓰게 되는 한국판 글로벌 결제 버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플랫폼의 결제는 미국으로 향한다.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보든, 애플스토어에서 앱을 사든, 글로벌 게임에서 아이템을 결제하든, 결제 엔진은 미국에 있고 수익은 달러로 정산된다. 한국의 콘텐츠가 팔리고, 한국의 상품이 팔리고, 한국의 플랫폼이 성장해도 마지막 계산서는 언제나 달러로 찍힌다.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한국은 영원히 제작국이자 공급국에 머문다. 진짜 주도권은 결제 버튼을 가진 나라가 쥔다. 누가 통화를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결제의 문을 열고 닫느냐의 문제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를 디지털로 옮겨 놓는 실험이 아니다. K-콘텐츠를 결제할 때, K-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K-게임 아이템을 살 때, K-플랫폼을 구독할 때 세계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누르게 되는 결제 엔진이 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남이 깔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길, 한국형 결제 인프라의 길을 새로 깔아야 한다.

 

달러가 세계 무역의 언어라면, 한국은 세계 디지털 소비의 버튼을 만들어야 한다. 통화가 아니라 인터페이스, 화폐가 아니라 경험, 금융이 아니라 습관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출발점이다.

 

원화를 국제 통화로 만들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세계 디지털 경제의 결제 버튼 하나를 차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콘텐츠와 커머스, 플랫폼과 금융이 결합된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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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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