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문학들)을 펴냈다. 60편의 시를 총 4부로 나누어 담았다. 시집의 품격은 “계절을 모아 공손한 마음으로 꽃씨를 받으면서 다시 내일을 품에 안았다”(‘시인의 말’)는 시인의 고백과 결을 같이한다. “후회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새털구름으로 가버린 젊은 날”이지만 오늘 시인은 차를 끓여 “그대”와 나누며 “모란 피는 날”을 기다린다.
“후회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새털구름으로 가버린 젊은 날/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십이월 찻물 끓이는 소리 좋은 요즘/그대 한 모금 나도 한 모금/차가 있고 나무 그늘과 모란 피는 날 기다리며/겨울을 보내요 그리고/서로 손을 잡아요”(「손을 잡아요」) 누구라서 슬픔이 없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슬픔과 마주하는 자세일 것이다. 함진원 시인은 깊은 슬픔과 허무의 순간에도 스스로 위무와 자정의 시간을 통과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려 한다. “이루지 못한 약속”은 “물결치는 바다에 꿈으로 묻고 돌아섰다”(「약속은 꿈으로 남고」) , “뒤돌아보지 말고 가야 해/뜨건 밥에 된장국 훌훌 마시고/일어나거라/힘들고 못 살것으면 항꾸네 살면 되제”(「망초꽃 앞에서」)
그리고 그 슬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려는 자세는 작가의 실존을 넘어 사회적 대상으로 확장된다. “솔부엉이는 산으로 가고//산양은 울타리 넘어 들판으로 가고//우리는 산으로, 들판으로 못 가고//양심을 들고 광장으로 간다”(「희망」) 그 광장에는 계엄령에 맞서 남태령 고개를 넘는 이웃이 있고(「부드러운 고드름」), 천막 농성장의 아침이 있고(「바디메오 목소리」), “살고자 하면 죽고/죽고자 하면 사는/아우내 만세 소리”(「비에 젖은 것들은 그리움으로 온다」)가 있다. 더하여 지금도 터져 나오는 노동자들의 무참한 죽음이 있다. “완반기로 쓸려 갈 때 인간은 야누스, 이제라도 인간답게 살아 봐야죠 거기 누구 없소 억울하다고 소리 내지도 못한 세상에서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먼지도 못 가져가는 거 알면서 왜 모른 척 혼자만 잘살면 그만인가요”(「또, 또또」) 견딜 수 없는 비애와 분노의 극단에서도 함진원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슬픔을 껴안으려는 자세 때문으로 보인다.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이 있어서/다행인 요즘/섬기는 일도, 사랑할 일도/잠깐, 쉬었다 가는 길/혼자면 어떻습니까”(「누구신지요」)
고재종 시인은 그것을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순명의 삶”이라고 명명했다. 함진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실존적 불안과 우울 그리고 타나토스를 사회정치학적 상상력으로 거뜬히 이겨내며 삶을 다진다. 그런데 그 다진 삶이 어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세속적 방식이라기보다,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순명의 삶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하는 시간도 힘들면 힘든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꾸며 홍매화 피고 사과꽃 기다리는 자연의 이법을 따르고자 한다. 바로 그것이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의 그분에게 ‘섬기는 일’ ‘사랑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함진원 시인의 결론은 참으로 아름답다._고재종 시인
함진원 시인은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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