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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역소멸의 시대, 중앙정치 중심 구조는 무엇을 놓쳤는가

지역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사람의 이탈이 아니라 ‘정치의 부재’였다

지방의회는 왜 실질적 권력기관으로 작동하지 못하는가

지역정당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개편의 실험이 될 수 있을까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5/12/08 [07:15]

[기획] 지역소멸의 시대, 중앙정치 중심 구조는 무엇을 놓쳤는가

지역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사람의 이탈이 아니라 ‘정치의 부재’였다

지방의회는 왜 실질적 권력기관으로 작동하지 못하는가

지역정당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개편의 실험이 될 수 있을까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5/12/08 [07:15]

2025년 겨울, 국회 한복판에서 오래된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지방은 왜 계속 소멸하는가. 그리고 왜 지금까지의 국가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가.

 

민주당 이광희 의원의 말한 내용은 이 질문의 본질을 꿰뚫는 진단으로부터 출발한다. “2002년엔 4곳이던 소멸위험 지역이 이제 130곳”이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지역 자체가 유지될 기본조건이 붕괴하는 동안, 중앙정치와 지방행정 모두가 문제의 구조를 곧바로 마주보지 않았다는 고백에 가깝다.

 

문제는 지방의 열악함이 아니다.

 

지방을 운영하는 제도, 권한, 정치의 구조가 지방을 열악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했어도 지방은 실질적 자치권을 갖지 못했고, 지방의회는 견제기관이 아니라 승인기관으로 굳어졌다.

 

단체장은모든 권한을 쥐게 되었고, 중앙정부는 지역마다 판이하게 다른 현실을 동일한 법과 잣대로 관리했다. 이 광범위한 ‘단일화된 통치 구조’가 지역을 천차만별의 현실을 가진 지역이 아니라, 중앙이 설계한 청사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하위 단위로 고착해왔다.

 

이광희 의원의 말대로 “사람으로 치면 팔과 다리가 사라지고 머리와 가슴만 남은 상태”라는 비유는 정치가 지방에 부여한 역할의 빈곤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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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주군은 1949년 새로 설치되었다가 1995년 도시 통폐합으로 폐지된 행정 구역 지금은 폐허가 돼 많은 유투버들의 방문지가 돼 있다.    

 

전국의 시군구 가운데 절반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앙정부 정책은 거대담론 중심의 ‘큰 그림’ 설계에 머무른다.

 

그것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실제적 인프라, 교육·보건·교통 같은 생활 기반을 노려보지 못한다. 지역화폐나 소멸대응기금처럼 의도는 좋았던 정책이 현장에서 파편화되고 휘발되는 이유도 같은 구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칼날은 생각보다 깊다. 서울에 중앙당을 두도록 규정한 현행 정당법은 지역 기반 정치의 자생력을 처음부터 차단했다. 전국 어디서든 중앙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분점처럼 만들었다.

 

이 구조는 정치적 다양성을 제거하고, 지방의회가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490곳이 넘는 무투표 당선 지역은 그 구조의 결정적 증거다. 경쟁이 사라진 곳에서 정책 경쟁은 없다. 주민이 아닌 공천권자에게 눈치를 보는 정치가 반복될 뿐이다.

 

지역정당 논의는 이 문제의 대안을 실험하려는 움직임이다. 특정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지방의회에서 ‘미꾸라지 역할’을 한다면, 중앙당 중심의 획일적 의제가 흔들릴 수 있다.

 

대구 시민당이 지역 산업을, 울산 노동당이 노동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는 지금의 법체계로는 불가능하다. 이 제안의 의미는 하나의 정치 실험을 넘는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정치가 직접 설계하도록 하자는 제도적 재배치의 시도다.

 

그러나 이 실험은 난관도 분명하다. 중앙정당은 오랫동안 자신이 가진 독점 구조를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지역정당 법안은 지역 정치의 활력을 되살릴 가능성을 갖지만, 동시에 중앙정치 입장에서는 당세 분열과 통제력 약화로 읽힐 수 있다. 이런 갈등이 법안 논의 과정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지역은 왜 사라지는가. 인구가 줄어서가 아니다. 정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시스템을 지역에 배분하지 않았고, 지방자치는 이름만 남은 채 기능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는 떠났고, 남은 인프라는 낡았으며, 정책은 효율보다 형식에 갇혔다.

 

지금 논의되는 지역정당 법안은 해결책의 완성이 아니라 질문의 재시작이다.

 

지방을 살릴 방법은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옮기는 기술적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머무는 사람들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적 기반, 즉 지역 스스로 결정하고 지역 스스로 책임지는 ‘정치의 복권’이다.

 

이제 문제는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다.

 

그러나 그 지방이 권한을 행사할 장치는 아직 제 손에 없다.

 

지역정당 논의는 그 장치를 만들기 위한 오랜 기다림의 첫 번째 문이 될 수 있다. 지역을 위한 정치가 중앙당의 그림자가 아닌, 지역의 현실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제 그 가능성을 시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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