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 인하는 분명 이득입니다. 하지만 누구의 이득인지부터 따져야죠.”
국가경제연구소의 한 무역정책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관세협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 보면 관세율 25%는 곧 ‘출고가 25% 상승’과 같아요. 따라서 15%로 낮아지면 당연히 가격 경쟁력이 생기죠. 문제는 그 이득이 산업 전체에 누적되어도 10년간 50조원 정도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전략적 투자 금액은 3500억달러, 우리 돈 약 500조원이잖아요. 균형이 맞지 않아요.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너무 큰 비용을 부담한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전제를 인정하면서도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재정과 외환을 특정 산업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조치”라고 지적한다.
“3500억달러는 단순 투자 아닙니다. 국내 성장률을 100조원 이상 깎아 먹을 숫자죠.”
경제성장률을 연구하는 K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협상의 장기 효과를 더 우려했다.
“KDI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쓰였어야 할 투자 18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GDP가 3.8조원 감소합니다. 이를 10년·500조원 규모로 확대해서 보면 국내 총생산이 100조원 넘게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요. 자동차 업계가 관세 완화로 얻는 50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손실이죠.”
그는 “문제는 이 구조가 협상 직후 단숨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당장 관세가 내려간다고 발표할 수 있고, 기업은 단기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10년에 걸쳐 잠재 성장률 하락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계속 지불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트럼프는 ‘26% 임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관세를 최대치로 올렸죠.”
미국 통상정책을 오래 연구해온 W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을 “트럼프식 교과서 협상”이라고 표현했다.
“NBER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6%를 넘으면 달러의 국제적 매력이 약화됩니다. 금융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4월 관세폭탄 발표 직후 평균 관세율이 27%까지 올라갔어요. 트럼프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절대 아니죠.”
그가 해석한 트럼프의 전략은 이렇다.
“충격을 준 뒤 각 나라와 개별 협상에 들어갑니다. 한국 3500억달러, 일본 5000억달러, EU 6000억달러. 막대한 현금 투자를 약속받으면 평균 관세율을 개별적으로 낮춰주고, 동시에 미국은 자국 내 투자·일자리·달러 수요 증가라는 세 가지 효과를 챙깁니다. 아주 치밀한 계산이죠.”
그는 “한국이나 일본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 구조를 인식했더라도 선택지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거래는 산업 전략인가, 아니면 국가경제의 구조적 위험인가.”
마지막으로 산업정책 전문가에게 이번 협상의 본질을 물었다.
“산업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일은 흔합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관세 인하 대가로 해외에 대규모 현금을 투자하는 모델’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국가 전체의 자원이 한 산업의 이익에 너무 집중되는 구조죠.”
그는 “자동차 산업을 위한 투자라면 국내 공급망 재편, 전기차·배터리 기술개발, 지역 산업생태계 강화 같은 방향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 관세 10%포인트 인하에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저당 잡힌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용히 한 문장을 덧붙였다.
“협상이 끝난 뒤 진짜 부담을 지는 것은 국민입니다. 그래서 이런 거래는 ‘누구의 이득을 위한 것이었나’를 반드시 다시 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