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쟁은 아직 오지 않았다”.평화의 착각, 균열이 시작되다
|
![]() ▲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 |
1945년 이후 인류는 전례 없는 평화를 누려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김지윤 박사는 이를 “착각된 평화”라고 규정한다.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계는 대규모 전면전을 피했지만, 그 평화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그리고 미국과 이란의 핵시설 긴장 고조는 이미 세계 질서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한때 국제기구와 규범이 갈등을 제어하던 시대는 끝났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은 강대국의 거부권 앞에 무력해졌고,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은 각국의 정치 논리에 묻혀버렸다.
전문가들은은 “지금의 평화는 균형이 아니라 침묵일 뿐이며,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미·중, 러·서방, 이란·이스라엘 축의 대립이 금융, 기술, 군사, 정보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의회는 2025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고,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실질적인 봉쇄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에서 새로운 징병 정책을 시행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인류가 맞이한 평화의 끝은, 어쩌면 새로운 냉전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김지윤 박사는 미국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유전자로 ‘고립주의’를 꼽는다.
조지 워싱턴은 퇴임사에서 “외국의 분쟁에 휘말리지 말라”고 당부했고, 그 정신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 “America First”는 단순한 선동이 아니라 미국의 DNA였다. 그는 파리기후협약 탈퇴, WHO 탈퇴, NATO 분담금 문제를 제기하며 동맹의 가치를 경제적 손익으로 환산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움직임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되살아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의 연대를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고, 반도체 공급망을 무기화하며 동맹국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김 박사는 “고립주의는 물러난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돌아왔다”고 분석한다. 그것은 이제 물리적 고립이 아니라, 규범과 제도의 탈중앙화, 즉 자국 이익 중심의 현실주의로 변한 것이다.
미국이 완전한 고립에서 벗어난 순간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이었다. 일본의 기습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쟁 참전을 결심하게 했고, 그날 이후 미국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김지윤 박사는 “진주만의 비극이 미국을 패권국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루스벨트는 곧바로 처칠과의 대서양 회담에서 전후 국제 질서를 설계했고, 미국은 단순한 참전국을 넘어 세계 질서의 설계자가 되었다.
그러나 8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그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WTO의 상소기구는 마비되었고, 자유무역의 상징이던 다자주의는 무너졌다.
2020년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오히려 강화되었으며, ‘Made in America’는 산업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김 박사는 “역사는 순환한다. 과거의 진주만이 외부의 공격이었다면, 오늘날의 진주만은 내부에서 질서를 허무는 자국 중심주의”라고 말했다.
21세기 가장 위험한 균열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말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처럼, 새로운 패권국이 떠오를 때 기존 강대국은 불안감에 전쟁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500년간 16번의 패권 교체 중 12번이 전쟁으로 끝났다. 김지윤 박사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그 위험한 문턱 위에 있다”고 분석한다. 남중국해, 대만, 반도체, 인공지능, 심지어 우주까지 양국의 경쟁은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맞서 글로벌 남반구와 비동맹 국가들을 포섭하며 새로운 블록을 만들고 있고, 미국은 ‘자유 진영’이라는 이름으로 군사·기술 동맹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있다.
그 사이에 낀 한국, 일본, 대만은 안보와 경제의 딜레마 속에 흔들린다. 특히 한국은 북핵 위협과 미중 기술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김 박사는 “이제 전쟁은 총 대신 반도체로, 미사일 대신 데이터로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김지윤 박사는 역사 속 또 다른 교훈으로 트루먼과 맥아더의 악연을 소환한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는 6·25 전쟁 당시 중국과의 전면전을 주장하며 원자폭탄 사용을 요구했지만, 트루먼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결국 맥아더를 해임하며 군의 독단을 제어했고,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되었다. 당시 트루먼의 지지율은 22%로 곤두박질쳤지만, 훗날 그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재평가받았다.
김지윤 박사는 “그 결단이야말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지금의 국제 질서에서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군사력과 권위가 폭주할 때, 이를 통제할 정치적 리더십이 존재하는가.
미국조차 의회 내 강경파가 전쟁 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있고, 중동과 동아시아는 언제든 불꽃이 튈 수 있는 화약고로 변했다. 한반도 상공에서는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정찰기가 근접 비행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과의 직접 충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김 박사의 말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최악의 전쟁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역사를 잊고, 이성을 잃는다면 그것은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