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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녹고 있다, 인류의 시간도 함께 녹고 있다

‘북극 증폭’의 경고, 지구 평균보다 세 배 빠른 온난화

얼음이 사라지면 알베도도 사라진다 — 눈부신 흰빛의 종말

영구동토층의 붕괴, 잠들어 있던 탄소가 깨어난다

북극의 변화가 서울의 폭우와 한파를 부른다

인류 문명의 시계, 북극에서 먼저 멈춘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10/15 [11:39]

북극이 녹고 있다, 인류의 시간도 함께 녹고 있다

‘북극 증폭’의 경고, 지구 평균보다 세 배 빠른 온난화

얼음이 사라지면 알베도도 사라진다 — 눈부신 흰빛의 종말

영구동토층의 붕괴, 잠들어 있던 탄소가 깨어난다

북극의 변화가 서울의 폭우와 한파를 부른다

인류 문명의 시계, 북극에서 먼저 멈춘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10/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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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와 북극    

 

 

태양 빛을 되돌려 보내던 얼음의 ‘알베도 효과’가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건 행성의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하얀 빙판이 녹고 드러난 검은 해수면은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 그리고 그 열은 다시 공기를 데우고, 구름을 만들고, 바람을 바꾼다. 대기 순환의 흐름이 달라지고, 지구의 ‘호흡’이 비틀리기 시작한다.

 

여름의 폭우와 겨울의 한파가 이상 기상으로 반복되는 이유를 북극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해빙이 줄어드는 현상은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관측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속도는 예측을 뛰어넘는다.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북극의 여름 해빙 면적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두께도 얇아져, 과거에는 3~4년간 남아 있던 얼음이 이제는 한여름이면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가운 바다 대신 따뜻한 물결이 채운다.

 

대서양의 염분 높고 따뜻한 해수가 점점 북쪽으로 밀려드는 ‘아틀란티피케이션(Atlantification)’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육상에서는 ‘영구동토층’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수천 년간 얼어 있던 북극의 땅이 녹아내리며 마치 거대한 늪처럼 변하고 있다. 이곳에는 막대한 양의 탄소와 메탄이 갇혀 있었는데, 얼음이 풀리며 대기로 방출된다.

 

북극은 이제 탄소를 흡수하는 저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온실가스를 내뿜는 새로운 오염원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낸다. 즉, 북극의 해빙은 단순히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지구 기후 시스템 전체를 가속화시키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극의 온난화는 제트기류를 흔들고, 북반구의 기상 패턴을 왜곡시킨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찬 공기가 남하해 한파를 일으키고, 더운 공기가 북상해 폭염을 일으킨다.

 

서울의 갑작스러운 폭우, 미국 중서부의 이상 한파, 유럽의 가뭄 등이 북극의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북극이 흔들리면 전 세계의 기후 균형이 함께 흔들리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도 심각하다.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내리며 전 세계 바다 수위를 밀어 올리고 있다.

 

위성 자료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매년 약 2,700억 톤의 얼음을 잃고 있으며, 이는 매년 1mm 이상의 해수면 상승을 초래한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2100년에는 세계 주요 해안 도시 수백 곳이 침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방글라데시, 몰디브, 투발루 같은 저지대 국가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또한 북극해의 산성화는 해양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차가운 물은 이산화탄소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에, 북극해는 전 세계 바다 중 가장 빠르게 산성화되고 있다.

 

조개, 산호, 해양 플랑크톤처럼 탄산칼슘 껍질을 가진 생물들이 녹기 시작하면 먹이사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북극곰, 바다표범, 바닷새 등 상위 포식자들은 먹이를 잃고, 이동 경로를 바꾸거나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제 북극의 변화는 환경 문제를 넘어 정치와 경제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해상 항로가 열리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석유와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미국, 러시아, 중국, 캐나다 등은 이미 북극해를 둘러싼 신(新)냉전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위기의 상징인 ‘해빙(海氷)’이 새로운 경제전쟁의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북극은 단순히 지구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전 세계 기후 시스템의 ‘심장’이라고. 심장이 멈추면 생명은 유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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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항로를 표시하는 지도(픽사베이)    

 

북극이 녹는다는 것은 그 심장이 멈추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 ‘티핑 포인트’로 향하고 있다. 한 번 무너지면 아무리 많은 기술과 돈으로도 복구할 수 없다.

 

 

이제 선택은 인류의 몫이다. 북극의 얼음이 다시 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류의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을 것이다. 북극의 붕괴는 지구의 종말 예고편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는 이미 끝난 뒤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북극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 그것이 곧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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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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