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100% 관세 선언, 미중 강경대응?...그러나다시 불붙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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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표를 들고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7번째에 한국이 적혀 있다.(사진제공=AFP 연합뉴스) 하상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0일(현지 시각) 중국산 제품에 100%의 신규 관세를 전격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불길이 다시 치솟고 있다. 이번 조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단행한 직후 나온 대응으로, 단순한 경제정책을 넘어 정치적·전략적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적대적 조치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하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발언 직후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900포인트 하락, S&P 500은 2.7% 떨어졌으며, 투자자 불안을 반영하는 공포지수(VIX)는 30% 폭등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AI 칩, 의료기기, 국방산업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 수출 제한을 발표했다.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맞불로 해석된다. 미국은 즉각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 통제”를 예고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 기업 상당수가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관세 전면전은 결국 ‘상호 파괴적 충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교수는 “양국은 긴장 완화가 상호 이익이라는 암묵적 균형 속에 움직여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그 균형을 깼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디커플링(decoupling)의 가속화’로 규정하며, 세계 공급망의 분절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관점에서 트럼프의 조치는 미국 내 정치적 강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소비자 물가 상승, 기업 이익 감소, 글로벌 무역 위축 등은 결국 미국 경제 자체를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수록, 중국뿐 아니라 유럽·동남아 등 주요 교역국들도 대응 관세를 검토하게 되면서 세계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대응 또한 정치적 계산이 짙다. 그는 희토류 통제를 통해 미국의 첨단 산업을 압박하고 협상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 무기화’는 결국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정치적 자존심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한 구조적 대결이다. 양국 모두 ‘국가주의적 강경함’을 내세우며 내부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관세와 제재의 악순환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불확실성은 금융·에너지·AI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100% 관세’ 선언은 단기적으로는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도박’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중 간 정치적 충돌이 경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닌 책임의 리더십이다. 양국이 보복의 굴레를 끊고, 협력의 틀을 복원하지 않는 한 세계 경제는 계속해서 이들의 ‘정치적 계산’에 휘둘릴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전면 충돌이 아닌 전략적 협상 복귀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