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의 균열, 한국 경제의 새 시험대EU 철강 규제·트럼프 관세·환율 압박 속 ‘수출 회복’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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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유럽연합) |
2025년 10월, 세계 경제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 수출이 14개월 만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반도체 중심의 ‘AI 수출 호황’을 맞이했지만, 이 호황의 이면에는 유럽과 미국의 통상 압박, 환율 불안, 공급망 불확실성이 겹쳐 새로운 구조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해 659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22% 늘어나 전체 실적을 견인했고, 제조업 PMI가 50.7로 8개월 만에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수출 회복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럽연합(EU)은 철강 수입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사실상 비관세 장벽을 넘어선 고강도 보호무역 조치”라며 비상에 돌입했다. 정부는 한-EU FTA 체결국 지위를 근거로 강력한 양자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유럽 내 친환경 산업보조금 정책과 맞물리며 협상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동시에 미국과의 통상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요구하는 등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재정 분담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안보협정 및 환율스왑 협상을 병행하며 워싱턴과의 조율에 나섰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공급망 재편 요구는 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의 보호무역 강화는 ‘트럼프 2기 통상전쟁’으로 불리며, 2020년대 후반 세계 무역질서의 균열을 예고한다.
여기에 환율 불안이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수입물가 상승이 다시금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한국은 긍정적인 신호도 얻었다. 국제 싱크탱크 ITIF는 한국이 2025년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에서 일본과 독일을 앞지른 쾌거지만, 보고서는 동시에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기업화·산업화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반도체 호황은 일시적 순풍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며, 미·EU 통상 갈등, 중국 경기 둔화, 환율 불안이 모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통상지형의 균열 속에서 한국은 이제 ‘AI와 반도체의 호황’이라는 단기 성취를 넘어서, 기후·통상·안보가 맞물린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 속에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