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방적 재산 증여, 이혼 사유 될 수 있다”60년 혼인 생활의 결산, 배우자 협력 재산은 공동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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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60년 혼인 생활 동안 부부가 함께 형성해 온 재산을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장남에게 몰아준 행위가 결국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고령의 부부가 평생 함께 이룩한 재산의 본질을 ‘공동의 결실’로 인정하면서, 일방의 독단적 처분이 혼인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탄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다.
대법원 2부는 최근 80대 여성 A씨가 남편 90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이 A씨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부부는 3남 3녀를 두고 농사와 아내의 임금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6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대부분의 재산은 남편 명의로 등기돼 있었다.
갈등은 재산 처분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남편 B씨가 수용보상금 3억 원과 시가 15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장남에게 모두 증여하면서 아내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A씨는 “부부 공동 재산을 일방적으로 넘겨 가정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렸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B씨는 해당 재산이 자신의 ‘특유재산’이라 주장하며 이혼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민법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 명의와 관계없이 재산분할 청구권을 인정한다”며, 재산 취득뿐 아니라 유지·증식 과정 역시 협력으로 본다고 못박았다. 이어 “혼인 기간 형성한 재산을 배우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것은 가정경제를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고, 배우자의 생존과 독립적 생활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는 고령에 이르러 평생 함께 이룬 재산의 주요 부분을 아내의 반대에도 연이어 처분했으며, 그 행위의 정당성만 주장할 뿐 남은 생애를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는 아내의 경제적 자립과 노후 안정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고, 신뢰 회복 가능성을 없앴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부부 공동체의 기초를 무너뜨린 일방적 처분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노년 부부의 재산 문제뿐 아니라 혼인 관계 전반에서 배우자 협력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확인한 의미 있는 판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