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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축통화 역사...브레튼우즈에서 페트로달러,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 기축통화의 세기적 변환

브레튼우즈와 페트로달러, 두 체제의 비교

조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5/10/01 [08:54]

미국의 기축통화 역사...브레튼우즈에서 페트로달러,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 기축통화의 세기적 변환

브레튼우즈와 페트로달러, 두 체제의 비교

조동현 기자 | 입력 : 2025/10/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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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튼우즈 도시(사진=픽사베이)    

 

20세기 국제통화질서를 지배한 두 개의 큰 기둥은 브레튼우즈 체제와 페트로달러 체제였다. 하나는 금을 매개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든 구조였고, 다른 하나는 석유를 매개로 달러의 지위를 고착화한 시스템이었다. 두 체제는 모두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장치였지만 메커니즘은 달랐다. 아래 비교표는 그 차이를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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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기축통화 역사    

 

이 표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통화 체제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미국이 금에서 석유로 달러 패권의 기초를 옮긴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그 다음 단계, 즉 디지털 자산을 통한 새로운 기축통화 체제를 논하고 있다.

 

페트로달러 이후 ― 스테이블코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가능성

 

21세기 들어 등장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기존 법정통화의 불안정성과 암호자산의 변동성 사이를 메워주는 ‘디지털 시대의 달러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지만, 가치가 달러·유로·엔화·금 등 실물 자산에 1:1로 연동된다.

 

따라서 가격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결제·송금·투자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USDT(테더), USDC 등이 대표적이다. 발행량만큼 달러 현금·국채 등을 준비자산으로 보관하며 1:1 환매가 가능하다.

 

둘째는 암호자산 담보형으로 DAI 같은 경우 이더리움 등 디지털 자산을 초과 담보로 예치해 발행한다.

 

셋째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특정 알고리즘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는 방식이지만 테라-루나 사태에서 보듯 신뢰성 부족이 드러났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화된 달러’라고 불릴 만큼 결제 수단으로서 강력한 확산성을 지녔다. 이미 국제 송금, 무역결제, 디파이(DeFi·탈중앙금융)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의 외화 대체재로 쓰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파장 ― 페트로달러 균열과 디지털 대체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단순한 가상화폐 현상이 아니다. 이는 곧 페트로달러 체제의 균열과 직접 맞닿아 있다.

 

첫째, 달러의 디지털 버전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장악하면서 미국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패권을 유지할 가능성을 얻었다. USDT와 USDC는 전 세계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준비자산 대부분은 미국 국채와 달러 예치금이다.

 

이는 오히려 페트로달러와 유사하게 ‘스테이블코인 달러 리사이클링’을 낳고 있다. 즉,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쓸수록 미국 국채 수요는 유지된다.

 

둘째,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페트로달러와 다른 시나리오를 만든다. 중국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다자형 스테이블코인(mBridge 프로젝트)이 그것이다. 만약 산유국이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한다면 이는 곧 ‘페트로위안 디지털 버전’으로 작동할 수 있다.

 

셋째, 국가별 규제 환경은 스테이블코인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요소다.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려 하고, 유럽은 미카(MiCA) 규제로 발행·준비자산 요건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금지하고 위안화 중심 디지털 결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페트로달러 이후 세계 통화 질서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축통화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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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스테이블코인    

 

 

한국의 선택 ― K-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금융 전략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와 동시에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따라서 페트로달러의 변동성이나 달러 패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외환보유 운용 다변화다.

 

달러 중심에서 벗어나 금, 유로, 위안화, 심지어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까지 포함한 새로운 준비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K-스테이블코인 전략이다.

 

이는 한국 원화와 정책금융기관의 신용을 바탕으로, 준비자산을 국채·예치금·원자재로 구성한 국가형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무역결제와 해외투자에서 원화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불확실성에도 대응할 수 있다.

 

셋째,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이다. 민간 거래소와 금융기관은 글로벌 기준에 맞춘 리저브 관리와 투명한 회계·공시 체계를 확보하고, 정부는 이를 제도권에 편입해 규율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활용도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성과 금융 인프라 강점을 결합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결제 수단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금융 선택지를 제공하고, 한국 경제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금을 매개로, 페트로달러는 석유를 매개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을 매개로 새로운 기축통화 경쟁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변화가 아니라 세계 패권 구조의 변동을 의미한다.

 

한국은 달러 패권의 균열을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K-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금융 전략은 그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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