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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에도 멈추지 않는 지구온난화, 해수면 온도의 경고음

라니냐의 냉각 효과마저 무력화된 지구 온난화

해수면 온도 상승과 기후 시스템의 불안정성 심화

국제사회의 대응 후퇴, 2035년 NDC가 분수령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9/11 [09:25]

라니냐에도 멈추지 않는 지구온난화, 해수면 온도의 경고음

라니냐의 냉각 효과마저 무력화된 지구 온난화

해수면 온도 상승과 기후 시스템의 불안정성 심화

국제사회의 대응 후퇴, 2035년 NDC가 분수령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9/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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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 대륙 동태평양 해역부터 서태평양 아시아 해역 및 인도양까지 엘리뇨의 영향을 받는 해역을 나타내는 개념도.    

 

2025년 1월, 전 세계 기후 관측 사상 또 하나의 충격적인 기록이 세워졌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C3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무려 1.75℃ 상승했다.

 

이는 지난 19개월 중 18개월이 지구 평균 1.5℃ 상승이라는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기록이 라니냐 현상이라는 자연적 냉각 요인이 발현되는 시점에 도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라니냐는 전 지구 평균 기온을 일시적으로 약 0.2℃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상승세가 지속되며 전례 없는 불균형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기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함께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기후 변동 현상이다. 엘니뇨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라면, 라니냐는 반대로 동태평양 수온이 낮아지고 서태평양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기 순환을 변화시키며 전 세계 기상 패턴에 영향을 준다. 보통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태평양의 냉각 효과로 인해 지구 평균 온도가 내려가고, 폭우와 태풍 같은 국지적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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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뇨 현상의 개념도. 적도 부근 동태평양, 즉 남미 대륙 페루 서쪽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엘리뇨라 하고, 그 반대 현상을 라니냐라 한다. 동태평양의 따뜻해진 물은 무역풍(편동풍)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해 태평양과 인도양 일대 기온에 깊은 영향을 준다 

 

실제로 과거에는 라니냐 시기마다 일시적 냉각 현상이 관측되며 온도 상승세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2025년 1월의 데이터는 이러한 기존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라니냐가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냉각 효과가 전 지구적 온난화의 가속에 의해 완전히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지역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 충격은 더욱 분명하다. 유럽의 경우 2025년 1월 평균 기온이 1.80℃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 30년 평균 대비 무려 2.51℃ 높은 수치였다. 이는 2020년 1월에 기록된 2.64℃ 상승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북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 북동부와 북서부, 알래스카 지역 전역에서 평균 이상의 기온이 관측되었고, 시베리아 전역 역시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었다.

 

반면 북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 이하의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한 온난화가 아닌 기후 패턴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특정 지역에서는 냉각이, 다른 지역에서는 고온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기후 시스템이 균형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 온도 역시 이번 이상 기후의 주요 지표로 주목된다. 코페르니쿠스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월 전 지구 해수면 온도는 20.78℃로 관측됐다. 이는 역대 1월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지난해 1월 기록했던 최고치보다 불과 0.19℃ 낮았다.

 

특히 중부 적도 태평양 해역에서는 라니냐로 인해 다소 냉각된 현상이 나타났지만, 다른 대부분의 해역에서는 비정상적인 고온이 관측되었다. 이는 라니냐로 인한 국지적 냉각 효과가 글로벌 차원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태평양의 일시적 냉각이 전 지구 해양의 열을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를 두고 “충격적이며 위험한 수준의 기후 붕괴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빌 맥과이어 명예교수는 “1월 데이터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발렌시아의 홍수와 로스앤젤레스의 대형 산불 같은 사건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의 사만다 버지스 기후 전략책임자 역시 “라니냐 조건에서도 온난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기후 시스템이 이미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현상은 단순한 ‘온도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해수면 온도의 지속적인 상승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해수온이 올라가면 첫째, 전 지구 기상 패턴이 교란된다. 태풍과 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폭우나 가뭄 같은 극단적 날씨 현상이 잦아진다. 둘째,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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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뇨 현상의 개념도. 적도 부근 동태평양, 즉 남미 대륙 페루 서쪽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엘리뇨라 하고, 그 반대 현상을 라니냐라 한다. 동태평양의 따뜻해진 물은 무역풍(편동풍)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해 태평양과 인도양 일대 기온에 깊은 영향을 준다 

 

해수온이 높아지면 빙하와 빙상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해양의 열팽창 효과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해안 도시와 섬나라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며, 수억 명의 기후 난민을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해양 생태계의 붕괴를 촉발한다. 산호초의 백화 현상, 어류 서식지 이동, 해양 산성화 가속 등은 해양 생물다양성의 근본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연쇄적 효과는 인류 사회의 식량안보, 수자원 관리, 경제적 안정성까지 위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거나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다시 한번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이는 국제사회의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후퇴는 다른 국가들의 대응 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05년 대비 45~50% 감축으로 설정해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이는 자문기관이 권고한 50~55% 수준보다 낮은 목표치였으며,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과학자들은 이번 1월의 데이터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라니냐라는 자연적 냉각 요인조차 무력화되는 수준의 온난화는 더 이상 기후변화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임을 말해준다.

 

북극해 얼음 면적은 1월 기준 평균보다 6% 감소해 역대 최저치와 나란히 했고, 남극 해빙은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장기적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지역적 편차와 불균형은 지구 기후 시스템이 단순히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 불안정성의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과감한 결단이다. 2035년 NDC가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을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각국이 정치적 이해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목표를 축소하거나 실행을 지연한다면,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더 빨리 도달하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의 경고처럼 지금의 기후위기는 단순한 온난화가 아니라 ‘기후 붕괴’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인류 문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총체적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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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위기 캘리포니아 산불    

 

2025년 1월의 기록적인 기온 상승은 인류가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라니냐조차 상쇄된 이번 현상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강화, 재생에너지 전환의 가속, 국제적 협력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구는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 경고를 무시한다면 다음 세대가 마주할 세계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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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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