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충재 칼럼] 포스코이엔씨 산재 사태, ‘정교한 외과수술’이 필요하다

이충재 (전)한국노총 부위원장 | 기사입력 2025/08/14 [11:11]

[이충재 칼럼] 포스코이엔씨 산재 사태, ‘정교한 외과수술’이 필요하다

이충재 (전)한국노총 부위원장 | 입력 : 2025/08/14 [11:11]
본문이미지

▲ 이충재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산업재해가 잇따라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배상제 등 강도 높은 제재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실명 거론하며 산재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포스코이엔씨에서는 올해만 벌써 네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추락사,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 대구 주상복합 공사장의 구조물 추락, 경남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천공기 끼임 등 모두가 목숨을 앗아간 참사였다. 그리고 지난 4일,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미얀마 국적 30대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산업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한국 건설업계의 산재 문제는 뿌리가 깊다.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공사 구조 속에서 책임은 모호해지고, 기초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사고 피해자는 대체로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사고 이후의 사후대책은 매번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 제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의 안전문화가 취약한 한, ‘누가 희생자가 될지’만 바뀔 뿐 사고 자체는 멈추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정부 부처는 포스코이엔씨에 대한 제재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수십 년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후 처벌 중심의 대책은 국민에게 ‘엄정 대응’ 이미지를 줄 수는 있지만,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했다. 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밀 진단과 맞춤형 처방이 없다면, 이번에도 ‘반짝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이엔씨가 사장 교체, 비상경영체제 돌입, 전 현장 안전점검, 신규 수주 금지, 하도급 구조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더욱이 포스코는 광양 지역경제의 중추이자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제재가 현장 중단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아무 잘못도 없는 수천·수만 명의 하층 노동자가 생계 위기에 내몰린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적 피해다. ‘정교한 외과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정부는 강력한 제재와 함께, 하청·재하청 구조 개혁, 현장 안전교육 강화, 숙련도 제고, 그리고 원청부터 하청 노동자까지 안전의식을 공유하는 문화 확립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누구를 벌줄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게 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산재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을 위한 의지와 구조적 수술의 깊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 그리고 보여주기식 처벌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근본적 변화다. 대통령이 나선 만큼, 이번만큼은 건설 현장의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참사를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사건’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이충재, 광양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