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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면 단죄당한다”…이상한 한국 정치, 이제는 단죄 본능에 맞설 때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7/20 [09:28]

“사과하면 단죄당한다”…이상한 한국 정치, 이제는 단죄 본능에 맞설 때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7/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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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수 기자    

언론과 대중의 감정 정치에 무너지는 민주당, ‘사과하지 않는 버티기 전략’으로 살아남은 국민의힘…이제는 방어가 아니라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정책과 능력이 아니라 감정과 사과 여부로 평가받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어떤 정책이 더 옳은지보다, 누가 사과했는지, 누가 고개를 숙였는지가 정치인의 자격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대중의 뿌리 깊은 ‘단죄 본능’이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 비상식적 단죄 본능이 민주당 인사들에게 유독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책임 정치와 공감 정치를 내세워온 민주당은 역설적이게도 사과와 해명으로 인해 더 많은 단죄를 당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사과를 패배로, 해명을 죄의 인정으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심리 구조를 지니고 있다. 민주당 인사가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대중은 "뭔가 있구나"라고 결론 내리고 단죄 모드로 돌입한다. 사과한 순간부터 비난은 배가 되어 쏟아진다.

 

반면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들은 철저하게 사과를 거부하고, 버티며 논점을 회피하는 전략을 선택해왔다. 박근혜·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진 이 '버티기 전략'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조윤선 전 장관, 황교안 전 장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은 모두 의혹에도 일관되게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로 대응했다. 사과와 해명을 피한 이들은 결국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지 않고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이 단죄 본능을 무력화시키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사과하고 고개 숙이는 순간 단죄당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의혹이 제기되어도 일관되게 버틴다. 그 결과 사과하지 않은 자는 무사히 살아남고, 사과한 자는 심판대에 오른다.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도덕성 프레임에 갇혀 있다. 공정과 책임을 강조해온 민주당에게 대중과 언론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더 높은 기대’는 결국 ‘더 큰 실망과 비난’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이를 ‘상대적 기대효과’ 혹은 ‘도덕적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른다. 기대가 높은 대상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더 큰 비난을 받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민주당에게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인사청문회는 이러한 감정 지배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민의힘 후보자는 끝까지 버티고, 사과하지 않으며, 임명을 강행한다. 반면 민주당 후보자는 해명과 사과를 시도하다가 결국 여론의 포화 속에서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로 이어진다.

 

대중은 사과한 자에게만 분노하고, 해명한 자에게만 비판을 집중시킨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사과하지 않기 전략”으로 대중의 단죄 본능을 무력화시킨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단죄 욕구를 자극하는 쪽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언론과 대중의 감정 프레임에 방어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다. 기존의 책임 정치, 소통 정치 전략이 단죄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소극적 해명과 반복적 사과는 오히려 자살 행위가 되고 있다.

 

언론이 여론재판식 몰이성적 공세를 펼치고, 대중이 단죄 욕구에 휩싸이면, 그 프레임 자체를 거부하고 역으로 공격해야 한다. 해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증명할 책임이 없음을 선언해야 한다.

 

사과와 해명이 책임의 상징이 아니라 단죄의 도구로 전락한 이 정치 환경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수세적 방어로 살아남을 수 없다. 국민의힘처럼 버티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언론과 반대편에 맞서 최소한 스스로를 ‘심판대 위의 대상’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대중의 단죄 본능과 언론 포퓰리즘에 맞서는 강경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정정치, 사과정치, 해명정치가 아니라, 공세 프레임 자체를 깨뜨리는 전환 전략이 요구된다. 문제 해결을 하려면 우선 단죄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누가 혼나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옳은가를 따지는 정치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이제 언론과 반대편을 향해 강경하게 맞설 때다. 감정과 사과가 아닌 정책과 논리가 중심이 되는 정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단죄 본능은 민주주의를 좀먹는 독극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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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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