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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퇴진 둘러싼 권력 암투… 왕양과 장유샤의 갈등이 중국의 미래를 가른다

질서 있는 퇴진’ 대 ‘징벌적 숙청’… 중난하이의 갈라진 전략

군권 장악 노리는 장유샤, 리커창 사망 이후 본격화된 권력 재편

집단지도체제로의 회귀? 시진핑 스스로 권위 포기하며 구심점 무너져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6/20 [05:43]

시진핑 퇴진 둘러싼 권력 암투… 왕양과 장유샤의 갈등이 중국의 미래를 가른다

질서 있는 퇴진’ 대 ‘징벌적 숙청’… 중난하이의 갈라진 전략

군권 장악 노리는 장유샤, 리커창 사망 이후 본격화된 권력 재편

집단지도체제로의 회귀? 시진핑 스스로 권위 포기하며 구심점 무너져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6/20 [05:43]

시진핑 주석의 퇴진 문제를 둘러싼 중국 지도부 내부의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왕양은 ‘질서 있는 평화적 정권 이양’을 주장하며 중도·공청단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는 반면, 군부 실세 장유샤는 ‘군권 장악과 정치적 청산’을 내세우며 강경한 접근을 추진 중이다. 리커창 전 총리의 암살 의혹 이후 이 갈등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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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은 최근 경제 성장 둔화와 군 내부 부패 문제로 인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서방 국가들의 공급망 재편과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 강화로 수출이 위축되었으며, 이는 투자와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왕양은 시진핑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의 퇴진과 정치 질서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중국 공산당의 체면과 안정을 지키며 과거 장쩌민-후진타오 시대의 집단지도 체제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장유샤는 이와는 전혀 다른 계산법을 가진다. 그는 시진핑 체제 하에서 누적된 부패와 독재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강력한 징벌과 숙청을 주장하고 있으며, 본인이 직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 오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시진핑이 단행한 군 개혁은 ‘군권 재구성’이라는 미명 아래 실제로는 군을 약화시켰다. 광역 전구 사령부 체제로 전환되며 일선 지휘체계가 붕괴되었고, 현장 전투력을 저하시켰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장유샤는 이런 점을 비판하며, 시진핑 개혁의 폐기를 선언하고 전통적 군구 중심의 지휘 체계로 복귀하고자 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있었던 전승절 열병식을 장유샤가 주관하면서 실질적 권력 이양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열병식에는 일부 시진핑파 장성들이 초대되지 않았고, 열병식 조직위원회도 장유샤 라인으로 대거 재편되었다는 정황이 언론에 포착되었다.

 

시진핑 본인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최근의 연설에서 “나는 더 이상 중국의 유일한 리더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지도체제의 다극화를 언급했고, 집단지도체제로의 복귀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는 단순한 겸양이 아닌, 실권 상실에 대한 사실상의 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시진핑과 후계자로 거론되던 차이치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며 권력 공백 상태가 더욱 명확해졌다. 카자흐스탄 방문 시 두 사람 간의 간격이나 공식 석상의 냉랭한 분위기 등은 이미 정권 내부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반영한다.

 

리커창 전 총리의 서거가 이러한 국면을 가속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 단순한 심근경색이 아닌 ‘조직적 암살’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관련 문건의 내부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리송 파일’로 불리는 폭로 자료에 따르면, 공안부와 특수부대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흔적이 담겨 있으며, 그 일부는 이미 당국에 의해 제거된 상태라는 보고도 있다.

 

공개된 문건은 리커창 사망이 시진핑 측근에 의한 정적 제거 작업의 일환이었음을 시사하며, 그 후폭풍으로 반시진핑 세력의 분노와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장유샤 라인은 이번 사안을 시진핑 세력 청산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일부 기술관료와 원로 정치인들이 ‘삼선 반대’와 ‘정권 교체’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는 전언이다.

 

베이징 경비를 담당하는 황실근 특무부대의 인사 개편도 시진핑의 권력 쇠퇴를 드러낸다. 이 부대는 기존에 시진핑의 경호를 책임지던 조직이었으나, 최근 대부분의 간부가 교체되었고, 일부는 지방으로 전출되었다. 이는 왕양이나 장유샤 측에서 권력 기반을 재편하며 중앙 안전 장치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동안 강력한 검열과 탄압으로 봉합되어 왔던 중난하이 내부의 권력 분열이 이제는 더 이상 숨겨지지 않는 형태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번 권력 투쟁은 단순한 후계 구도를 넘어서, 중국 공산당 체제 자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치적 리셋’의 신호탄일 수 있다.

만약 장유샤가 실제로 군부를 장악하고 시진핑을 축출할 경우, 이는 1976년 화궈펑의 ‘4인방 체포’ 이후 최대 규모의 권력 숙청이 될 것이다. 동시에 중국 정치는 군부 중심의 국가로 다시 회귀할 수 있으며, 외교적 긴장도 상승할 수 있다. 특히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보다 공세적인 자세가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왕양이 주도하는 평화적 정권 이양이 성공할 경우, 중국은 다시금 집단지도 체제로 회귀하며 기술관료 중심의 행정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장 안정과 국제사회와의 긴장 완화가 기대되며, 특히 미국과의 경제 협상에 새로운 창구가 열릴 수 있다.

 

 

지금의 권력 암투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서, 중국 체제의 방향성과 미래 질서를 결정짓는 거대한 분기점에 와 있다. 시진핑의 퇴진을 둘러싼 갈등이 단기간에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국 내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국판 궁정 쿠데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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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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