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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강국'의 추락…중국 전기차 산업 붕괴가 세계 경제에 던지는 경고

과잉 생산의 함정 — 보조금에 취한 수백 개 기업, 연 4천만 대 생산능력의 파국적 후유증
덤핑의 늪 — BYD도 버거운 가격전쟁, 마이너스 이익률 속 몰락하는 ‘전기차 굴기’
세계 경제의 경고등 — 수출길 막힌 중국산 전기차,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 신호탄 되나?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06/08 [07:00]

'전기차 강국'의 추락…중국 전기차 산업 붕괴가 세계 경제에 던지는 경고

과잉 생산의 함정 — 보조금에 취한 수백 개 기업, 연 4천만 대 생산능력의 파국적 후유증
덤핑의 늪 — BYD도 버거운 가격전쟁, 마이너스 이익률 속 몰락하는 ‘전기차 굴기’
세계 경제의 경고등 — 수출길 막힌 중국산 전기차,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 신호탄 되나?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06/08 [07:00]

중국 전기차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 수년간 정부의 전폭적 보조금 지원 아래 급성장했던 이 시장은 이제 무차별적인 출혈 경쟁과 과잉 생산, 자금난, 수출 차단이라는 4중고에 휘청이고 있다.

 

100개가 넘는 전기차 기업이 난립하며 과잉 투자가 이어졌고, 정부가 갑작스레 보조금 정책을 종료하자 산업 전반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 이 타이틀은 부담이자 위기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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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기차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 수년간 정부의 전폭적 보조금 지원 아래 급성장했던 이 시장은 이제 무차별적인 출혈 경쟁과 과잉 생산, 자금난, 수출 차단이라는 4중고에 휘청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 능력은 이미 전 세계 수요를 한참 초과한 연 4,000만 대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2,000만 대로, 중국 혼자서 두 배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곧 그만큼 과잉설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질적인 내수 수요는 1,400만 대 수준이며, 유럽과 미국, 인도 등 해외 주요 시장도 중국의 잉여 물량을 흡수하기엔 역부족이다. 과잉 설비는 현재 가동률 50% 이하라는 비정상적인 수치를 낳고 있으며, 수많은 공장이 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익 구조다. 출혈 경쟁에 몰린 기업들은 대규모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대표 기업 BYD는 오션3 모델 가격을 1,100만 원 이상 인하했고, 샤오펑과 니오, 리오토 등은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덤핑 경쟁에 나섰다.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붕괴 상태이며, 니오는 -53%라는 충격적인 손실을 기록 중이다.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며 유통망 딜러들의 연쇄 폐업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조금 중단은 결정타였다. 중국 정부는 2023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종료했는데, 이에 대한 업계의 준비는 거의 없었다. 이전까지 저금리 대출과 보조금으로 유지되던 공급 과잉 체제는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제로 주행 중고차 판매' 같은 비정상적 방법까지 동원하며 재고 처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전기차 재고는 360만 대를 넘겼고, 이는 소비자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사회의 관세 장벽도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반덤핑 조사를 착수했다. 인도, 브라질, 튀르키예, 러시아 등 주요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세금과 인증 장벽을 높이고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는 해외로의 탈출구도 막힌 상황이며, 다시 내수 시장으로 돌아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같은 위기는 단순한 산업 붕괴를 넘어, 192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과잉 투자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시 미국은 포드 모델T의 대성공 이후 수백 개 자동차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무분별한 가격 경쟁과 과잉 생산 끝에 대공황과 함께 붕괴됐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GM과 포드 등 극소수였고, 나머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국도 지금 유사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위기는 금융 시스템과 연계된 또 다른 위험 요소를 내포한다. 자동차 산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대규모 설비와 유통망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조금이 끊기고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 자금 공급을 꺼리고 있다. 이는 곧 유동성 위기이자, 헝다 사태와 같은 연쇄 부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역시 이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중국산 전기차의 무차별적인 가격 공세는 동남아, 중남미 등 한국 자동차 기업이 주력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까지 유입될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희귀금속 등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에 얽혀 있는 만큼, 중국의 수요 감소는 우리 기업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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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D 전기차    

 

향후 중국 전기차 산업은 급속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생력이 부족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퇴출되고,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소수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업, 지역 경기 침체, 사회 불안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다시 보조금이라는 처방을 꺼낼 경우, 단기적 연명은 가능하겠지만 근본적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 산업의 붕괴는 미래 산업 육성에서 정책의 유연성과 시장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 인위적 육성과 보조금 의존은 단기간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기 대응력을 저하시킨다.

 

지금 중국은 세계 전기차 산업의 중심에서 위기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지 한 나라의 산업 붕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한국은 이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전기차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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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시민신문 대표
시민포털 전남 지부장
man9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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