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에서 ‘평화·보훈’ 강조…“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따르도록”북한 언급 대신 ‘평화’… 윤석열 정부와 대비되는 유공자 예우 및 역사인식 천명
이재명 대통령이 6월 6일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열린 추념식에서 보훈의 본래 의미에 집중하며,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는 달리 ‘북한’이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고,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훈이라며 ‘평화’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날 추념식은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연단에는 예년과 달리 태극기 장식 없이 간결한 문구만을 내세운 점도 눈에 띄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형 태극기가 강조된 엄숙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조용하고 절제된 추모의 공간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와 번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며, 참전·독립·민주 유공자의 희생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특히 그는 참전유공자의 배우자까지 예우 대상에 포함하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반드시 따르게 하겠다”고 구체적인 보훈정책 이행을 약속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충일마다 반복해온 ‘대북 경고’ 중심의 안보 메시지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추념사에서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언급하며 대북 압박을 강조해왔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쟁 없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며 ‘안보=전쟁 억제력’이라는 인식을 ‘안보=평화 지향’으로 전환하는 태도를 보였다. 과거 윤석열 정부가 비대칭적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계엄의 명분을 쌓았다는 의혹과는 정반대의 평화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며, 왜곡된 역사 인식의 청산과 사회적 정의 회복을 강조했다. 기념 영상 역시 분위기를 달리했다. 지난해 영상은 6.25 전쟁 당시 전장으로 향한 삼형제의 이야기로 ‘희생’을 전면에 내세운 데 비해, 올해는 전쟁 이후 재건된 철원 대마리의 초등학생들이 꿈꾸는 미래를 담았다. 박시우 초등학생(4학년)은 영상에서 “우리가 배우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나라요”라고 말해, 희생을 기리는 동시에 평화를 향한 미래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전했다.
추념식 이후 대통령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 후 퇴장하는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광복회 예산이 줄어 아쉽다”고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이를 직접 들은 뒤 즉시 대통령실에 원상 복구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광복회에 대한 존중과 독립운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하며 예산이 삭감됐던 광복회의 활동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날 추념사는 단순한 기념일 메시지를 넘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훈을 단순한 안보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진정한 평화와 역사 정의를 통해 희생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과거를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이 열어준 내일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나라를 다짐한 대통령의 추념사는, 오늘날 ‘국가’가 유공자들에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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