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돌발 행동에 발칵"…북한 권력 서열, 이미 끝났다“딸에게 물려줄 정권”…김정은의 계산된 이미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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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채널 화면 캡쳐 |
그 중심에 선 인물은 놀랍게도 아직 중학생 연령의 어린 소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다.
김주애가 처음 대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참관 자리였다. 이후 그녀는 잇따라 열병식, 공장 시찰, 문화 행사 등에 모습을 비추며 정치적 상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대사관 행사에 동석한 장면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마련했다.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직접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따님”이라고 부르며 그 상징의 외연을 국제 무대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이러한 김주애의 등장과 그를 둘러싼 북한 엘리트층의 반응은 단순한 ‘귀여운 딸의 공식 석상 동행’이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북한 내부의 권력 서열 정리가 사실상 완료됐음을 의미하는 정치적 제스처이며, 김정은 체제가 다음 단계의 세습 준비에 돌입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북한은 아직까지 김주애의 이름을 공식 언론에서 단 한 번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후계 구도에 있어 이름과 직함을 신중히 다룬다”고 말한다. 김주애가 아직 만 12~13세로 추정되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김정은 동지’처럼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없고, 공식 직함을 부여하기에도 나이상 무리가 따른다.
이로 인해 북한은 의도적으로 그녀의 실명을 회피하면서도, 대신 ‘가장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상징성과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물론, 외신들도 그녀가 김정은의 딸이자 차기 권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점차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식 선전 전략의 전형적인 방식이며, 내부 동요를 막고 체제의 연속성을 은근히 주입하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주애의 공식석상 등장이 늘어날수록 리설주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과거 김정은의 등장 초기만 해도 리설주는 외교무대에 동행하며 ‘북한판 영부인’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 그러나 김주애의 등장이 잦아지면서 리설주는 전면에서 사라졌고, 현재는 대외적 활동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이는 단순한 가족 내 역할 변화가 아니다. 조한범 박사는 이를 “정권의 이미지 전략 변화”로 해석한다. 김정은 체제가 초기에 ‘젊고 세련된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리설주를 적극 활용했다면, 이제는 후계 구도에 집중하며 그 무게 중심을 딸에게 옮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설주의 ‘정치적 소임’은 이미 마무리되었고, 김주애는 새로운 권력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오랫동안 ‘혁명 혈통’이라는 논리를 통해 김일성 가문의 정통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방식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김정일은 철저히 숨어 지내다 어느 순간 갑작스레 등장했고, 김정은은 장성택과 리영호 제거를 통해 권력을 빠르게 장악한 후 등장했다. 그와 비교해 김주애는 점진적, 그리고 상징적 등장을 선택했다.
이는 김정은의 권력 장악 방식 자체가 이전 세대와 달라졌음을 반영한다. 그는 단순한 공포정치나 고립주의에 의존하지 않는다. 국제 사회를 의식하며, 비교적 ‘부드럽고 계산된 독재’의 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김주애의 등장은 그런 점진적 세습 전략의 일환이며, 숙청과 공포보다는 친근하고 상징적인 이미지 전략에 더 무게를 둔 방식이다.
또한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직접 배운 ‘권력 이양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의 경험과 국제정세를 감안해 새로운 세습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점점 더 외부 세계를 의식하는 체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주애의 등장은 국내 정치뿐 아니라 대외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은 예전처럼 공개 처형이나 정치범 수용소 수용 등을 자주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는 ‘조용한 숙청’ 방식으로 고위 인사들을 제거하거나 내보내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외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주애의 등장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내부 질서 재정비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김주애가 공식적인 후계자로 자리잡기 전까지, 잠재적 경쟁자나 반대 세력은 ‘눈에 띄지 않게’ 정리될 것이다. 과거 리영호, 장성택 사례처럼 격렬하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이 아닌, 이제는 ‘사라지는 사람들’ 방식의 은밀한 권력 정리가 주가 되고 있다.
김주애가 여성이며 아직 어린 나이라는 점은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북한 사회에서 여성 최고지도자가 가능하냐는 질문은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미 몇 차례 이 전제를 깨뜨리는 행동을 해왔다. 여동생 김여정을 정치의 전면에 세웠고, 외교 및 군사 분야에서 여성 간부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또한 북한 사회는 ‘김씨 혈통’이라는 절대 가치를 앞세우기에, 성별은 2차적 요소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직계이자 ‘신의 혈통’으로 인식된다면, 체제는 얼마든지 여성을 최고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조한범 박사 역시 “김정은의 의지와 정치적 환경만 조성된다면, 김주애는 북한 최초의 여성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주애의 등장은 국제 사회에도 미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나는 체제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대한 과시다. 김정은은 건강이상설이 반복될 때마다 불안한 이미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딸을 공식석상에 세움으로써 ‘북한은 미래가 있다’는 이미지, 즉 불안정한 정권이 아니라 계획된 승계가 진행 중이라는 시그널을 외부에 보내는 셈이다.
또 하나는 ‘비핵화 협상’ 등 외교 카드로서의 전략적 가치다. 김주애의 등장은 국제 언론과 외교가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차후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합리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예컨대 “우리도 세습은 하지만 부드럽고 젠더 친화적이며 국제적인 이미지로 전환 중이다”라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북한 내부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알려진 바가 적지만, 탈북민들과의 교류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허탈감’과 ‘체념’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평양과 지방의 반응은 차이가 있다. 평양의 엘리트 계층은 “역시 김씨 가문”이라며 수용하는 반응이지만, 일반 주민들은 “또 세습이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국은 일방적 이미지 홍보와 교육, 통제를 통해 김주애를 차기 지도자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반발은 묵살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김주애는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도, 철저히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주애의 등장이 ‘계획된 후계 구도’로 해석되면서도, 동시에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역설도 함께 존재한다. 여전히 젊은 김정은이 이처럼 빠른 시기에 후계자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내부 권력 불안이나 건강 이상, 혹은 체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한범 박사는 이를 두고 “김정은 스스로 체제의 불확실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주애의 등장은 희망의 신호라기보다는 불안의 신호이며, 이는 북한 내부의 현실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수 있다. 경제 위기, 코로나19 이후 고립, 제재 장기화, 외교 고립 등의 삼중고가 겹치면서, 김정은은 ‘체제의 미래’를 서둘러 시각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김주애는 이미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북한이 이를 부정하더라도, 국제 사회와 내부 엘리트 집단은 이미 그녀를 차기 권력의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북한은 김주애 체제 전환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내부 저항과 외부 비판을 관리해나갈 것인가.
그녀가 ‘이름 없는 후계자’로 남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북한은 김주애를 ‘○○동지’라 부르며, 공식 직함과 권위를 부여할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김정은 시대의 종언’이며, 북한 권력 체제의 새로운 시작이다. 문제는 그 시작이 과연 체제 안정의 신호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위기의 전조가 될지다.
지금 북한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