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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기술, ‘예스’의 힘 — 설득을 이끄는 심리학의 법칙

‘예스’를 끌어내는 질문은 상대의 기분부터 바꾼다

부정의 기류는 설득을 막는다, 설득의 시작은 분위기 전환

대화의 주도권은 ‘긍정적 예스’로부터 시작된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5/30 [12:52]

긍정의 기술, ‘예스’의 힘 — 설득을 이끄는 심리학의 법칙

‘예스’를 끌어내는 질문은 상대의 기분부터 바꾼다

부정의 기류는 설득을 막는다, 설득의 시작은 분위기 전환

대화의 주도권은 ‘긍정적 예스’로부터 시작된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5/3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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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과 속이 다른사람은 누구나 구분한다(사진=AI생성)    

 

대화를 통해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질문부터 준비해야 한다. 특히 “예스(Yes)”라는 긍정적 응답은 단순한 동의가 아닌, 설득과 이해의 문을 여는 열쇠다.

 

유명 심리학자인 허리 오비스트리트는 자신의 저서 『인간의 행위에 대한 영향』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이 예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와 질문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전략은 고도로 세련된 설득의 기술이자,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심리적 통찰에 기반한다. 상대의 의지를 꺾거나 억지

 

로 이끌기보다는, 상대가 자발적으로 수긍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비단 세일즈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교육,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일상 대화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설득의 심리학이다.

 

예비 질문의 마법 '작은 예스'가 '큰 예스'를 부른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인식과 행동이 논리적 판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일찍부터 강조해왔다. 특히 대화 초반의 정서적 분위기가 이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기술이 바로 ‘예비 질문(preliminary questions)’이다. “이 빛깔 정말 아름답지요?”, “솜씨가 참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와 같은 질문은 상대에게 큰 부담 없이 긍정적인 반응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은 예스’들은 심리적으로 무의식의 일관성을 자극해, 이후 ‘큰 예스’—즉 중요한 결정이나 동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기업의 영업 교육이나 정치 캠페인 전략가들이 이런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이들은 설득의 첫 문장을 단순히 “동의하십니까?”가 아니라 “정말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요즘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더군요”로 시작한다. 이는 분위기를 이완시키고, 방어적 태세를 해제시키며, 감정의 문을 연다.

 

실패하는 '예스': 긍정은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예스’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설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수는 종종 질문 자체가 아닌, 질문을 둘러싼 정서적 분위기에서 발생한다.

 

오비스트리트는 한 실패 사례를 소개한다. 한 남자가 고객에게 “오늘은 너무 무덥군요”,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습니까?”,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고객은 이에 모두 ‘예스’라고 대답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고객은 대화 내내 우울한 감정에 휘말렸고, 구매의욕은 사라졌다.

 

이처럼 부정적 분위기 속에서 얻어낸 ‘예스’는 단지 피상적인 동의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특히 소비자 심리학이나 조직 내 설득에서 이러한 부정적 질문은 감정적 거리감을 만들고, 방어기제를 자극해 대화의 문을 닫게 만든다. 분위기를 잘못 설계한 결과다.

 

분위기의 힘...설득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심리학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제품을 살지 말지는 숫자가 아닌 느낌으로 결정되고, 한 사람을 따를지 말지는 논리가 아니라 신뢰와 호감으로 정해진다. 이렇듯 감정은 선택과 판단의 초기 단계에서 결정적 요소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은 더 관대하고, 개방적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할 의욕을 갖게 된다. 반면,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에서는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리스크가 동반되는 선택, 예컨대 상품 구매, 투자, 계약 체결 등에서 두드러진다.

 

따라서 설득의 첫 단추는 분위기 설정이며, ‘예스’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은 결국 설득자의 언어, 표정, 말투, 그리고 태도 전반에서 비롯된다.

 


질문에도 암시가 있다: 정답을 유도하는 표현의 힘

 

설득의 두 번째 핵심은 질문의 방식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말투와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이 제품 마음에 드십니까?”는 답변이 양방향으로 열려 있지만, “이 제품 정말 세련되지 않았나요?”는 이미 긍정적 답변을 유도하는 구조다.

 

이러한 질문을 ‘암시적 질문(implied questions)’이라고 한다. 마치 질문이 아닌 진술처럼 들리는 이러한 방식은 상대방이 반박보다는 수긍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게끔 만든다. 이는 언어학적 심리 전략으로, 정치인, 방송 인터뷰어, 세일즈 전문가들이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이런 질문 방식은 상대가 방어적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만들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상대가 ‘생각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반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훨씬 감성적이다.

 

‘예스’는 동의가 아니라 연결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예스’가 곧 동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설득에서 ‘예스’란 논쟁의 승리가 아니라, 관계의 연결이다. 대화의 목적이 상대를 누르거나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그 출발점은 ‘예스’라는 공감의 신호다.

이는 리더십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리더가 부하직원에게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 때,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그 출발은 ‘긍정적 대화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대화는 설득의 연금술이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고, 복잡하며, 쉽게 닫히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열린 마음은 상상 이상으로 멀리 간다. 그 마음을 여는 열쇠는 무엇보다 말의 힘, 그리고 말 이전의 분위기다.

심리학은 인간행동을 조종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해하는 도구다. 오비스트리트의 조언은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바꾸는 말의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대화의 말미에 ‘예스’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그 시작부터 따뜻하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 어떤 설득도 억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감하고, 묻고, 함께 웃는 그 순간에, 이미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를 설득하며 살아간다. 대화 속의 한 마디, 질문 하나, 표정과 분위기 속에서 그 설득의 성패가 결정된다. 결국 진정한 설득이란 말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예스’라는 따뜻한 동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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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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