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몰디브 인도양, ‘지정학의 바다’로 부상… 석유·데이터·군사 얽힌 패권 전쟁의 최전선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5/23 [08:45]

몰디브 인도양, ‘지정학의 바다’로 부상… 석유·데이터·군사 얽힌 패권 전쟁의 최전선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5/23 [08:45]
본문이미지

▲ 몰디브 사진    

 

한때 휴양지의 상징이었던 몰디브와 스리랑카 같은 인도양의 섬들이 이제 세계 강대국들의 군사적, 경제적 전략의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도양이라는 ‘지정학의 바다’가 있다. 단순한 해상 경로가 아니라, 세계 에너지 수송과 무역, 디지털 인프라, 군사 전략이 한데 얽힌 글로벌 패권 경쟁의 최전선으로 인도양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양은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70% 이상이 지나는 길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산유국의 석유가 수에즈운하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말라카 해협을 통해 동아시아로 운송되며, 이 대부분이 인도양을 통과한다. 여기에 세계 컨테이너 화물의 절반, 일반 화물의 3분의 1이 이 바다를 거쳐 이동한다. 바다의 봉쇄가 곧 세계 경제의 마비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인도양의 중요성은 단지 물리적 자원 수송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저에는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25% 이상을 처리하는 초대형 해저 광케이블이 지나간다. 이 해저 케이블은 글로벌 인터넷 통신과 금융거래, 국가 간 군사 통신 등 첨단 정보 시스템의 대동맥이다. 최근 인도양 해역에서 발생한 해저 케이블 손상 사고는 무려 다섯 건.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경쟁국의 의도적인 정보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도양이 에너지와 정보, 그리고 군사 안보가 결합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면서 세계 주요 강국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본문이미지

▲ 대만 문제와 부정부패 속 중국 군부의 변화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 불리는 대규모 해상 전략을 통해 인도양 연안국가에 항만을 건설하거나 임차하여 군사적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 미얀마의 씨트웨 항 등은 모두 중국이 경제협력을 명목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곳이지만, 실제로는 군사 이중 용도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에 맞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전단과 핵잠수함, 무인 감시정찰 시스템을 통해 이 지역의 제해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저 케이블 보호 및 디지털 인프라 감시를 위한 첨단 해군기술 배치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은 호주, 일본, 인도와 함께 ‘쿼드(QUAD)’ 안보 협의체를 강화하며, 인도양에서의 해군 합동훈련과 정보 공유를 늘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 또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도는 자국 연안뿐 아니라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를 포함한 인도양 내 항공기 기지와 군사기지를 확장하고 있다. 인도 해군은 2025년 초까지 주요 군사 시설을 완공해 감시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본문이미지

▲ 인도는 이제 3세계 국가들의 리더로 자리 잡고자 하고 있다. 인도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세는 이러한 목표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의 리더십을 탈환하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동시에 인도는 스리랑카, 몰디브, 모리셔스와의 해양 안보 협력을 확대하며 '인도판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불리는 대응책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해상 침투를 막고 자국 해역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세계 강국들의 충돌은 인도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냉전 구도를 예고한다. 특히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디지털 패권 경쟁은 단순한 군사력 과시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정보 감시, 사이버 안보까지 연결되는 최첨단 전선이 되고 있다. 중국은 자체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인도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보 감청과 해저 케이블 보안 강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국도 결코 무관할 수 없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이 원유와 LNG는 인도양을 거쳐 들어온다. 또한 반도체와 전자제품, 자동차 등 주요 수출 물품이 중동, 아프리카, 유럽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도양 항로를 통과해야 한다. 즉, 인도양의 안보 리스크는 곧바로 한국 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최대 무역국 중 하나인 중국과도 민감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모순된 외교적 현실은 인도양을 둘러싼 전략에서 한국이 섣부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 역시 해양 안보 전략을 능동적으로 수립하고, 인도양 지역의 디지털 인프라 및 에너지 수송망 보호에 있어 다자적 협력과 전략적 외교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본문이미지

▲ 트로멜린 섬은 인도양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마다가스카르 동쪽 약 450km, 레위니옹 북쪽 약 500km 지점에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이 섬은 길이 약 1.7km, 너비 약 700m로, 전체 면적은 약 0.8km²에 불과한 작은 모래섬입니다. 현재 프랑스의 해외 영토    

 

결국 인도양은 더 이상 리조트 광고 속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니다.

 

그것은 석유와 데이터, 군사력과 외교 전략이 충돌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최전선이자, 21세기 해양 패권의 운명을 가르는 전장이 되고 있다. 중국의 ‘진주 목걸이’와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양립할 수 없으며, 인도의 적극적 개입은 이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은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자국의 에너지 안보, 디지털 주권, 해상 물류의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면밀하고 정교한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도양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글로벌 질서의 향방이 바뀔 것이다. 세계는 이미 ‘지정학의 바다’ 인도양을 주시하고 있으며, 그 미래는 단지 해군 함대의 숫자가 아니라, 데이터, 외교, 무역, 기술, 그리고 그것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 기사 좋아요
기자 사진
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 도배방지 이미지

몰디브, 인도양, 중국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